고신 총회유지재단 이사회가 금권 선거로 논란이 된 교단지 <기독교보>의 사장 임명 문제를 9월 총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예장고신 총회유지재단이사회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금권 선거 의혹으로 논란이 불거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정원 총회장) 교단지 <기독교보>의 사장 임명 문제가 오는 9월 교단 총회로 넘어갔다.

<기독교보>를 운영·감독하는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는 7월 22일 신임 사장으로 최계호 장로를 선출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계호 장로가 선거기간에 이사들에게 돈 봉투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신 교단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 <코람데오닷컴>이 8월 5일 최계호 장로가 일부 이사들에게 돈을 뿌렸다고 보도하면서다.

신임 사장으로 선출된 최계호 장로가 현 고신 총회장인 박정원 목사를 포함 총 세 명의 이사들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당시 최계호 장로가 돈을 줬다고 알려진 이사는 세 명이었다. 고신 총회장인 박정원 이사장, 이사회 서기인 손종기 이사, 김진욱 이사다. 손종기 이사는 최계호 장로가 현금 5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두고 가자, 이를 우편환으로 돌려보냈다. 김진욱 장로는 돈을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박정원 이사장은 확인을 구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계호 장로와 경선을 벌였던 현 <기독교보> 사장 최영석 장로도 금액은 적지만 이사들에게 여비 정도의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장로는 근신하면서 조용히 있어야 할 처지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금권 선거 논란이 일자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는 8월 6일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했고, 8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뤘다. 이사회는 선거기간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사과문을 <기독교보>에 싣기로 했다.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해서는 9월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예장고신 헌법은 선거기간에 선거 당사자나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주고받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선거 규정을 위반하여 후보 등록이 취소되거나 당선이 무효가 되면 3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따라서 원칙대로라면 이사회는 최계호 장로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금권 선거 논란에 대해 이사회에 질의 서한을 보낸 남서울노회 노회장 황영익 목사는 이번 이사회의 조치가 논란 무마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원칙대로 최계호 장로의 선출을 취소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일을 총회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사회의 구성원은 모두 금권 선거와 관련하여 잠재적인 혐의자인데, 자기들끼리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본인들을 조사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미 교단 내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은 악화되고 있고, 일부 목회자 사이에서는 9월 총회에서 이사회 이사들의 사임을 요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예장고신 선거관리위원장 정수생 목사는 선거와 관련해 이해관계에 있지 않은 이사회 감사들이 있는데, 왜 그들을 중심으로 특별 감사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기독교보> 사장 선거가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관할은 아니지만, 금권 선거는 심각한 부정선거에 해당하므로, 내부감사를 통해 면밀히 조사하고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총회유지재단 조주환 감사는 이번 금권 선거와 관련해서 이사회가 감사들에게 아무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사회 서기인 손종기 목사는 이사회의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옹호했다. 최계호 장로의 당선을 취소하지 않고 총회에 맡긴 것은 투표 당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법 선거운동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투표는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고소나 고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당선을 무효로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총회에 이 문제를 다뤄 달라고 청원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조사위원회에 대해서는 이사회 내부에서 먼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했다.

총회유지재단 이사회는 8월 20일 금권 선거 의혹으로 얼룩진 <기독교보> 사장 선거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사과문을 통해 "선거 과정에 대해 다소간의 논란이 일어나 예장고신과 전국 교회에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 회개하고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과문은 8월 24일 <기독교보>에 게시될 예정이다. 

▲ 이사회가 <기독교보> 사장 임명 문제를 9월 총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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