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를 풍미한 제자 훈련이 예수의 제자 만들기에 실패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절에 "다시 제자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형국 목사를 만났다. 그는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제자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한국교회에서 '제자 훈련'은 무색한 말이 되어 가고 있다. 제자 훈련의 상징이었던 사랑의교회는 새 예배당 건축 문제와 담임목사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제자 훈련을 한다는 교회가 많지만, 한국교회가 과연 예수의 제자들을 길러 내고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답변은 회의적이다. 얼마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 총회에서 나온 홍정길 목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제자 훈련은 교회 네트워킹 프로그램일 뿐 예수님의 형상을 본받아 가는 게 거의 없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 다시 제자 훈련을 강조하는 교회가 있다. 4월 3일부터 '하나님나라 복음의 제자도'라는 주제로 제자 훈련 공개강좌를 시작하는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다. 12년간 '풍성한 삶의 기초'라는 이름으로 나들목교회 안에서 임상 실험을 거친 일대일 제자 훈련을 '이제 검증이 됐다'고 판단해 외부와 나누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풍미한 제자 훈련이 예수의 제자 만들기에 실패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절에 "다시 제자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형국 목사를 3월 26일 신설동 나들목교회에서 만났다.

"제자 훈련은 기독교의 본질, 없으면 기독교 무너져"

- 교회 내 많은 프로그램들이 교회 성장이나 교인 관리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자 훈련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기에 나들목교회 제자 훈련을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예수께서 전하신 하나님나라 복음을 정말 받아들인다면, 어떤 형식이든 제자 훈련을 안 할 수 없다. 많이들 오해한다. 내가 예수를 따르면 됐지, 다른 사람이 예수를 따르도록 하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라고. 그러나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절대 자기 혼자 예수를 따를 수 없다.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고 예수를 따라 인생을 사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예수를 모르는 사람에게 예수를 알리고 그 사람도 예수를 따르도록 돕는 것이다. 자기 혼자 달랑 믿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믿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 결코 예수를 모르는 이들에게 "너희는 그냥 그렇게 살아"라고 말할 수 없다. 하나님나라가 임했고 도래할 텐데 너도 나처럼 살자고 권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는 복음의 참됨을 믿고 살아 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전수해 왔다. 비공식적이고 신비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제자 훈련은 기독교의 본질이다. 제자 훈련 없으면 기독교는 무너진다."

- 제자 훈련은 넘쳐 나는데 한국교회는 무너져 가는 듯한 분위기다. 기존 제자 훈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앞서 제자 훈련을 시도한 선배들에게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한계를 넘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예수께서 "제자를 삼으라"고 한 것은 또 다른 예수의 제자를 만들라는 말이었다. 각자 자기 밑에 제자들을 모으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사도 바울이 "나를 본받으라"고 한 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 같이 너희도 그리스도를 본받으라는 말이었다. 한국교회의 제자 훈련이 정말 예수를 따르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나, 아니면 교회 성장 혹은 교인 관리 프로그램으로서 목회자를 따르는 보조자들을 만드는 거였나."

"내가 본 한국교회 제자 훈련 대부분에 하나님나라 개념이 없다. 보수 교회의 제자 훈련은 구원받기 위한 길에만 집중할 뿐이고 진보 교회의 성경 연구는 의식화에 가깝다. 왜 이럴까. 하나님나라와 복음이 이혼했기 때문이다. 함께 있어야 할 것을 떼어 놓은 것이다. 십자가의 구원과 구원받은 자가 교회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된 제자 훈련의 내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나라 복음은 단순히 ‘예수 믿으면 천당 간다’가 아니다. 물론 천당 간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제자 훈련이 되면 내용이 달라진다."

"한국교회 제자 훈련에 하나님나라 개념이 없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경공부나 리더십 트레이닝을 제자 훈련이라고 혼동하고 있다. 제자 훈련은 지식 전수가 아니다. 제자를 만들어 내는 거다. ‘재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 독가스를 마시고 죽어 가고 있는데 누군가 해독제를 줬다. 충분한 양이다. 그런데 그 해독제를 혼자 먹는다? 말이 안 된다. 성공한 제자 훈련이라면 먼저 제자 훈련받은 사람이 반드시 다른 사람을 제자 훈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에 다시 제자 훈련이 필요하다. 나들목교회 10주년을 보낼 때부터 우리의 일대일 제자 훈련을 형제 교회들과 나누는 문제를 두고 기도해 왔다. 이제 나눌 때가 됐다고 본다. 지난 12년간 임상 경험을 거쳐 검증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이번에 외부에는 '하나님나라 복음의 제자도'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지만, 나들목교회 안에서는 '풍성한 삶의 기초'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왔다.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하다.

"대학교 때부터 제자 훈련을 배우기 위해 내비게이토나 CCC 등을 쫓아다니며 배웠다. 미국에 유학을 가서도 여러 제자 훈련 프로그램을 접하고 배웠다. 한계도 많이 느꼈다.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잃어버린 신학적 균형, 신앙 실천의 문제 등을 고민하며 성도들이 어떻게 예수를 잘 따르게 할지 계속 고민했다. 그림이 조금씩 그려지더라. 사실 이 제자 훈련은 삼십대 초반에 이민 교회에서 장로님 부부들을 모시고 제자 훈련하면서 처음 실험한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과연 변할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변하더라. '아, 복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구나.' 거기서 복음의 능력을 봤다. 그때 한 제자 훈련 이름이 '풍성한 삶을 위한 훈련'이었다. 그걸 기초로 신학적 기반을 다져서 제자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개척 당시부터 교회에 오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다시 들을 기회를 줬다. 그게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다. 그러면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복음으로 어떻게 자신의 인생 기초를 놓을 것인가. '풍성한 삶의 기초(풍삶기)'라고 이름 지었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이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지 가르치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나들목교회 시작한 이래 쭉 해 왔다. 현재 이 훈련을 한 사람이 650명이 넘는다. 이끌 수 있는 '이끄미'가 250명 정도 된다."

▲ 제자 훈련의 핵심적인 방법론의 하나가 바로 깊이 있고 균형 있는 하나님나라 복음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듣는 것이다. 이끄미들은 제자 훈련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성숙해 가고, 따르미는 이끄미들이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에 도전을 받는다. (사진 제공 나들목교회)

"이끄미와 따르미가 복음 나누며 삶의 변화를 목격"

- '이끄미'는 제자 훈련으로 치면 리더나 순장일 텐데, 이번 공개강좌에서도 '이끄미'와 '따르미'를 함께 초청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면서 '이끄미'로 참가할 수도 있나.

"맨 처음 나들목교회에서 풍삶기를 시작한 세대가 그렇게 했다. 제자 훈련의 핵심적인 방법론의 하나가 바로 깊이 있고 균형 있는 하나님나라 복음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듣는 것이다. 많은 제자 훈련은 리더가 어떤 내용을 완전히 습득을 하고 난 후에 가르치게 한다. 그렇게 할 경우 훈련이 반복되고 세대가 바뀌면서 습득의 정도가 떨어져서 갈수록 원래 가진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은 동일한 내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이끄미와 따르미란 용어를 쓴다. 한 걸음 앞선 사람이 인격적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다른 한 사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삶을 나누며 교제하는 거다. 나들목교회에서 제자 훈련 이끄미를 여러 차례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누굴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더 예수를 잘 따르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 이끄미들은 제자 훈련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성숙해 가고, 따르미는 이끄미들이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에 도전을 받는다. 일대다 구조는 인격을 만지기 어렵다. 일대일 관계에서는 속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신청하는 분들에 한해서 우리 교회 이끄미를 연결해 드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제자 훈련 받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친구가 함께 오는 것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주님을 따르기로 마음먹으면, 이 내용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제자 훈련이 가능하다. 참가자들에게 이 내용을 듣고 가서 가까운 이들과 반복적으로 나누면 좋겠다. 그렇게 제자 훈련이 바닥에서부터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 복음의 힘이 교회를 넘어 세상으로 뻗어 가지 못하는 것이 기존 제자 훈련들이 가진 약점 아닐까. 나들목교회 제자 훈련은 이런 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

"하나님나라는 교회를 통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예수의 제자들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 시민으로 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다시 말해 복음 전도와 사회정의가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 제자 훈련은 복음을 깊이 있게 다루고 성경에 뿌리박은 구원의 도리를 다루면서 이 복음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다룬다. 사회정의 문제와 노동의 중요성을 고민한다. 이걸 제대로 훈련한 사람은 노동, 일터,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입장을 택하게 된다기보다는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자 훈련하면 하나님나라 백성의 세상 살이 고민할 수밖에"

- 기존 교회에서 교인들이 자기 교회 양육 프로그램 두고 이 공개강좌에 참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공개강좌를 수요일에 하는 이유도 자기 교회 수요 예배에 가지 않고 여기에 올 만큼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만 오라는 것이다. 꼭 참여할 사람만 올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다. 신앙생활하며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와서 예수께서 전해 주신 하나님나라 복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험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성도들이 너무 안 됐다. 뭐가 복음인지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신앙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하나님나라 복음을 우리만 가지고 있을 수 없다. 한국교회 성도들 손에 쥐어 주고 싶다. "자, 이제 당신들 스스로 제자 훈련을 해라. 이게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전수해 온 방식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 말씀을 들으니 최근에 출간한 <교회 안의 거짓말>(포이에마)에서 평신도라는 용어를 비판하며 성도의 주체성을 강조한 내용이 떠오른다.

"몇 년 있으면 종교개혁 오백 주년이다(2017년). 아직 다 개혁되지 않은 게 교회 안의 제도이다. 여전히 교역자와 평신도를 구분하고 있다. 종교개혁 이후 이론적으로는 만인제사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는 아닌 것이다. 이제는 종교개혁을 완성하거나 제2의 종교개혁을 할 때가 됐다. 성경 지식조차도 모두 공유되는 시기다. 영성은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성도들 스스로 교회를 세울 때가 됐다. 물론 목회자가 필요하다. 목회자는 성도의 한 사람으로서 성경 지식과 영성 전문가의 역할만 하면 된다. 목회자가 진짜 목회자 역할을 하고, 성도가 자신의 일반적 특권을 누리며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회는 성도와 목회자가 함께 세우는 곳이다. 멋진 목회자라면 자기가 손을 떼도 성도들끼리 교회를 이룰 수 있도록 하거나, 성도 가운데에서 목회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공개강좌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교회 세우기'에 이은 나들목교회의 두 번째 나눔이다. 김 목사는 참가자 수에 의미를 두기보다, 겨자씨 모략과 같이 적은 무리의 예수의 제자들이 바닥에서부터 일어나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상대로 한 나들목교회의 두 번째 실험은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 나들목교회 1:1 제자훈련 공개강좌 '하나님나라 복음의 제자도'가 4월 3일부터 13주간 매주 수요일 오후 7:30 나들목교회(대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나들목교회 누리집 갈무리)

공개강좌 신청 문의 / jejado.nadulmok@gmail.com 070-7100-1265(유형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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