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회 중에 다른 지역에 지교회를 세워 분립하는 교회가 있다. 지교회는 대체로 재정·인사·행정 등이 본교회에 예속되기 일쑤다. 내로라하는 대형 교회들이 그런 전철을 밟았다. 지교회가 수십 개나 되는 교회도 있다. 인위적으로 돈과 사람을 떼어서 교회를 세우는 방식이다.

반면 목회자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분가를 선택하는 교회가 있다. 최근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 안에서 나들목하늘교회가 분가해 서울 신림동 쪽에 정착했다. 교인 수 1000명 규모의 나들목교회는 분립을 위해 몇백 명을 인위적으로 쪼개서 내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1년 반을 준비한 끝에 한 명의 목회자와 55명의 교인이 모여 분가를 하게 됐다.

"교회의 본질을 누리고 진정한 공동체를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분가를 꿈꾸게 된다. 단순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분립이 아니라 선인장처럼 쪼개져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유기적인 분가 말이다."

김형국 목사가 나들목하늘교회의 분가 과정을 떠올리면서 한 말이다. 나들목하늘교회의 분가는 가정 교회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맺은 결실이었다. 교회 개척 초기인 2001년에 4개였던 가정 교회가 분화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정 교회에서는 목자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구성원들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가정집에 모여 식사하고 말씀과 삶을 나누면서 '나들목 가족'으로서 공동체를 경험한다. 현재 가정 교회는 60여 개로, 구성원들의 거주지 중심으로 묶여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흩어져 있다.

▲ 나들목하늘교회의 분가는 나들목교회 내 작은 공동체인 가정 교회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맺은 결실이었다. 가정 교회에서는 목자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구성원들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가정집에 모여 식사하고 말씀과 삶을 나누면서 공동체를 경험한다. 현재 가정 교회는 60여 개에 이른다. (사진 제공 나들목교회)

목회자·교인들의 자발적 분가…1년 반 가정 교회 세우며 준비

나들목교회에서 가정 교회 지원 사역을 하던 신호기 목사가 2011년 12월 '개척 비전 세미나'를 하면서 분가의 포문을 열었다. 신 목사는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서울 신림동 주변에 사는 교인들을 초대했다. 세 차례의 세미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들목하늘교회 개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인들이 생겨났다.

신 목사 가정은 나들목교회가 있는 신설동에 살다가 교회 분가를 준비하면서 신림동으로 이사했다. 신림동 쪽에서 결합한 교인들 몇 명과 가정 교회를 세우면서 자립할 준비를 했다. 2006년부터 6년 넘게 교회에서 가정교회센터장을 했던 그는 가정 교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공동체를 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교회의 배려로 기존에 하던 사역을 조금씩 줄일 수 있었고 분가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들목교회는 교인들이 개척 기금으로 모은 헌금을 포함해 1억 5000만 원을 나들목하늘교회에 후원했다. 또한 앞으로 5년간 사역자 급여를 매년 20%씩 차감하면서 지원하기로 했다. 나들목하늘교회가 아직은 재정적으로 온전히 자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초기에 큰 부담이 되는 건물 보증금, 사역자 사례비 등을 지원한 것이다.

▲ 나들목교회에서 가정 교회 지원 사역을 하던 신호기 목사가 2011년 12월 '개척 비전 세미나'(위 사진)를 하면서 분가의 포문을 열었다. 세 차례의 세미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들목하늘교회 개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인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사진 제공 나들목교회)

나들목교회는 과거 두 차례 이웃 교회의 개척을 도운 경험이 있다. 김형국 목사가 2006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후배 목회자의 요청으로 워싱턴에 한 달간 머물면서 워싱턴나들목교회 개척을 도왔다. 2010년에는 개척한 지 얼마 안 된 비채교회 교인들이 나들목교회에 들어와 2년 반 정도 훈련받게 한 뒤 안정적인 개척을 이루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 두 번의 경험도 나들목교회가 분가를 준비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나들목교회에는 분가 개척 시 훈련된 교인들 20여 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은 모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교회 분립의 비전을 세우면서 목회자·목자들 중심으로 1년간 개척 유형을 연구하면서 만든 원칙이었다. 최소한 그 정도 인원이 되면 가정 교회 3~4개를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어 교회가 자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원칙은 재정적인 자립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무엇보다 공동체의 건강성에 중점을 둔 기준이다.

신 목사의 개척 세미나 이후 교인 20여 명이 나들목하늘교회 개척 멤버로 동참했다. 이들 대부분이 서울 남부 신림·봉천동 근처에 살고 있었기에 그 지역에서 신호기 목사와 함께 가정 교회를 세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외부 사람들 20여 명이 나들목 가족으로 함께하게 되어 교회 분가 준비에 동참했다. 구성원들의 연령대는 20~40대로 대체로 젊은 층이 많았다. 결국 분가를 준비한지 1년 반이 지난 올해 5월 초 55명의 교인이 나들목하늘교회를 개척했다.

교인들 삶터에서 공동체성 강화…가정 교회 연합 분가도 기대

▲ 서울 신림동 5층짜리 건물 한 층에 둥지를 튼 나들목하늘교회는 6월 15일 개척 예배를 드렸다. 나들목교회 가정 교회 목자들과 몇몇 교인들이 개척 예배에 함께해 서로 환대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누렸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나들목하늘교회는 6월 15일 개척 예배를 드렸다. 나들목교회 가정 교회 목자들과 몇몇 교인들이 개척 예배에 함께해 서로 환대했다. 5층짜리 건물의 한 층에 둥지를 튼 예배당 안이 축하하러 온 이들로 꽉 찼다. 교인들은 서로 떨어지게 되어 아쉬운 마음은 컸지만, 함께 기도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누렸다.

교인 대부분이 교회 주변에 살고 있는 특징을 살려 나들목하늘교회는 공동체성을 강화하면서 지역에 뿌리 내리고자 한다. 현재 3개인 가정 교회는 목자의 가정집에서 자율적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신호기 목사는 상담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MBTI나 에니어그램 강사로 지역 문화 센터에서 강의하면서 지역민들을 만나고자 한다. 청년 가정 교회도 주변 대학가에서 자리를 잡아 가면서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계획이다.

나들목교회 내부에서 새로운 교회를 낳는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면 좋겠다는 꿈을 나눈 몇몇 교인들이 나들목하늘교회를 보면서 자기 삶터에서 가정 교회가 하나의 독립 교회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서다. 김형국 목사는 가정 교회들이 연합해 교회 개척의 뜻을 밝히며 목회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분가의 형태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가 교회를 계속 낳을 수 있는 항구적인 구조를 만들고 싶다. 나들목교회 근처에 살지 않는 교인들은 분가해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는 꿈을 품으면 좋겠다. 가정 교회들이 연합해 자기 지역에서 교회를 세우고, 그 지역에 맞게 사역을 펼쳐 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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