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무자비하게 철거당한 사건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 눈 감기 전에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넝마공동체 김덕자 대표(사진 왼쪽)가 눈시울을 적시며 뿜어낸 증언이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강남구청이 우리를 짐승보다 천하게 엄동설한의 거리로 내몰았다. 영동5교 아래서 쫓겨난 뒤 탄천운동장에 새 터전이 마련됐지만, 거기서 부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또 쫓겨났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무자비하게 철거당한 사건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 눈 감기 전에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넝마공동체 김덕자 대표가 눈시울을 적시며 뿜어낸 증언이다. 강남구에게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빼앗긴 넝마공동체를 희년사회를꿈꾸는사람들(희년사회)이 찾았다. 희년사회 회원들 다섯 명은 강남구청 앞에서 연일 주거권을 주장하는 넝마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2월 19일 위로를 나누는 예배를 드렸다. 이날 함께한 20여 명의 넝마공동체 회원 중 절반 정도는 개신교인이었다. 이들은 둘러서서 팔복 말씀을 선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넝마공동체의 터전 마련을 위해 기도했다. 부천 예인교회 이동진 전도사는 강제 철거의 불의함에 분개하며, 하나님의 정의와 공평이 넝마공동체에 임하길 바란다고 설교했다.

▲ 강남구에게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빼앗긴 넝마공동체를 희년사회를꿈꾸는사람들(희년사회)이 찾았다. 희년사회 회원들 다섯 명은 강남구청 앞에서 연일 주거권을 주장하는 넝마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2월 19일 위로를 나누는 예배를 드렸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지난해 가을 강남구의 행정대집행이 진행되어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터전이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10월 28일 오랫동안 살아온 영동5교를 떠나, 인근 탄천물재생센터 운동장으로 컨테이너·텐트·비닐하우스 등을 들고 이주했다. 그런데 서울시와 강남구가 11월 15일과 28일 새벽, 두 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을 시행해 주거 시설물을 철거하고 회원들을 몰아냈다. 그 과정에서 15명이 부상당했다. 대부분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넓은 땅도 아니었고, 단지 일하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안식처였다. 그런데 수십 년간 살아온 땅과 집을 빼앗겼다. 이들은 현재 찜질방과 경찰서 민원실, 복지 시설이나 교회 등을 전전하면서 안정된 주거와 일터를 염원하고 있다. 또한 넝마공동체 회원 20여 명은 강제 철거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 주거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겨우내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 시위를 이어 오고 있다. 반면 강남구청 측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넝마공동체의 터전을 철거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넝마공동체와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토지공공네트워크)가 예배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남구청을 상대로 '인권유린'과 '폭력 행위' 등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넝마공동체와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토지공공네트워크)가 예배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남구청을 상대로 '인권유린'과 '폭력 행위' 등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이강훈 변호사는, 강남구에서 사전에 당사자에게 알리는 계고(戒告)도 하지 않고 서울시에 미리 통보하지 않은 채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민변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폭행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넝마공동체와 함께한 희년사회는 토지공공네트워크에 속한 단체다. 희년사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데 주변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곳을 찾다가 넝마공동체 사람들을 만났다. 희년사회 사회선교위원회 김영준 위원장은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하루빨리 보금자리를 되찾기를 바라며,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년사회는 2월 4일부터 넝마공동체와 함께하는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앞으로 격주 화요일마다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 희년사회 사회선교위원회 김영준 위원장(사진 가운데)은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하루빨리 보금자리를 되찾기를 바라며,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년사회는 격주 화요일마다 넝마공동체 회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넓은 땅도 아니었고, 단지 일하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안식처였다. 그런데 수십 년간 살아온 땅과 집을 빼앗겼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아래는 넝마공동체의 성명서 전문. 

성 명 서

강남구청은 불법 감금, 폭행, 재물 손괴, 인권침해에 대하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주거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1. 2월 19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강남구청을 고발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를 통해 고발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다시는 강제 철거 과정에서 이러한 불법 행위와 인권유린 행위가 없어져야 합니다.

2. 강남구청은 지금이라도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넝마공동체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넝마공동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항구적인 주거 대책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3. 강남구청은 지난해 11월 15일, 28일 새벽 기습적으로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에, 속옷 바람으로 용역 깡패 150여 명을 동원, 강제로 탄천운동장 밖까지 100여 미터를 끌어내어 내동댕이쳐 15명이 부상을 당했고, 단전, 단수, 출입 통제, 음식물 반입 금지, 화장실 폐쇄로 인간의 생리적 고통을 극대화하여 심각한 인권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하고, 탈취해 간 트럭 4대 분의 공동체 생활 물품을 즉시 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4. 강남구청은 지난해 4월 넝마공동체에서 제명 처리한 이 아무개 전 사무국장 등 5명과 정체불명의 9명 등을 세곡동 하천 부지 80여 평에 이주시켜 놓고, 이주 대책을 세운 것인 양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하여야 합니다.

5. 강남구청과 이 아무개 전 사무국장은 언론사를 통해 넝마공동체를 왜곡하고, 비방하는 행위를 중단하여야 합니다. 구정 직전 중앙일보 1월 8일 자 보도에 대하여 넝마공동체는 언론중재위원회 진정과 명예훼손으로 고발 예정입니다.

6. 지난해 11월 28일 강제 철거 후 두 달 반이 지났으나,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정당한 행정대집행만을 강조하는 강남구청은 이번 고발로 인하여 위법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입니다. 반드시 강남구청장과 책임자를 엄벌하고, 가난한 사람들도 이 땅에 살 권리가 있음이 밝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13년 2월 19일
넝마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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