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보도한 후 김진규 교수(백석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 교수는 당회가 논문 표절을 조사할 때 증언했고, 보고서에도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김 교수는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것과 이 일이 보도된 일에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생각을 <뉴스앤조이>를 통해 밝히길 원했습니다. 이에 김 교수가 보낸 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작년 6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갖고, 저의 페이스북에 "어느 초대형교회 원로목사의 탄식"이란 제하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종교 선호도 조사나 성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대부분 가톨릭이 1위, 불교가 2위, 개신교가 3위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심각한 병에 걸렸음을 깨닫게 하는 분명한 지표입니다.

그간 교회 지도자들의 교회 세습 문제, 간음죄 문제, 교회헌금 유용 문제, 학위 논문 표절·대필 문제 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앞의 3가지 문제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논의되었기 때문에 저는 목회자의 학위 표절·대필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저는 학자로서 목회자들이 양심적인 글을 쓰도록 도전하기 위해서 글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의 글이 오도되어 오정현 목사님이 표적이 되었습니다. 저의 글은 어느 누구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의 대상을 위하여 회개를 촉구하는 글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저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내리고, 저의 진정한 의도를 밝히는 글을 '한국교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하여 : 표절과 대필의 문제'라는 제하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의 첫 번째 글이 '다음'의 '하우사랑'이라는 사이트에서 계속 악용이 되어, 제가 여러 차례 내려줄 것을 권면한 끝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표절·대필 의혹이 사랑의교회 당회에 알려지면서, 오정현 목사님의 논문 표절·대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 당회 내 TF팀(조사위원회)을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오정현 목사님이 저에게 TF팀에 참석하여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당시까지 알던 모든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저의 글이 익명의 대상이었다는 점과 제가 들은 내용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글로 인해서 누를 끼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문제가 커지게 된 것은 당시 TF팀의 조사에 응하면서, 이 문제로 인하여 법적인 조치(명예훼손죄)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받았고, 또 여러 경로를 통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해 오면서입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오정현 목사님의 논문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만약에 있을 법적인 대응을 위해서 오정현 목사님의 논문을 읽으면서 표절·대필 의혹의 증거들을 확보하여, 오정현 목사님과 TF팀의 책임을 맡았던 권영준 장로님께 자료를 보냈습니다. 제가 오정현 목사님의 논문을 읽게 된 것은 그의 표절·대필을 뒤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읽고 해당 당사자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오정현 목사님에게는 자신이 표절 규정을 잘 몰라서 이런 실수를 했노라는 사실을 당회에 알리고 용서를 구하도록 조언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권영준 장로님께 자료를 드린 이유는 그가 조사위원장으로서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하에 드린 겁니다. 또한, 만약에 있을 고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저의 신앙 양심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단지 법적인 조치가 두려워 정말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 개혁에 꼬리를 내려야 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두고 많이 기도하였고, 나름대로 응답을 받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표절·대필이라는 사회적 부정의는 반드시 고쳐야 할 죄악-도둑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오정현 목사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한 대형교회 지도자의 추락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추락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TF팀 책임자인 권영준 장로님께 이 문제를 덮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교회 내부적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침묵을 지켰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기도하면서 얻은 답은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알곡과 가라지가 함께 존재하지만 가라지를 뽑기를 원치 않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왜냐하면, 교회 안에 있는 알곡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알곡과 가라지를 판단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정현 목사님의 표절·대필 의혹의 사안이 당회의 정식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후에 밖으로 표명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당회에 올라간 사안이 최종 당회의 결정도 되기 전에 세상에 유포된 것은 상당히 유감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자료 유포자가 져야 할 줄 압니다. 앞으로 남은 수습 과정 가운데, 사랑의교회 당회의 지혜로운 결정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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