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목사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조사보고서가 유포된 뒤 첫 주일인 2월 3일, 사랑의교회 풍경은 여느 때와 같았다. 예배 시작 30분 전부터 사람들은 정문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고, 예배당은 금세 가득 찼다. 오정현 목사는 '믿음의 본보기 라합'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나 논문 표절과 관련된 발언은 하지 않았다.

▲ 사랑의교회 당회는 2월 3일 당회를 열고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논의했다. 당회원들은 4시간이 넘게 격론을 벌였으나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당회가 열린 사랑의교회 접견실 문.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날은 사랑의교회 청년 주일이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저녁 5시부터 20대 청년들이 교회로 모여들었다. 청년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교회에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와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청년들은 "담임목사님 소식 들었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라는 식의 대화를 두런두런 나누기도 했다. 청년들이 평소처럼 모여 교제하는 본당 3, 4층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반면 6부 예배가 끝난 오후 5시 30분경 본당 2층 접견실에서 시작된 임시 당회 분위기는 심각했다. 장로 두어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쳐다보며 격론을 벌였고 때때로 언성이 높아졌다. 회의는 밤 9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오 목사의 논문 표절 문건이 외부에 알려져서인지 당회와 교회 관계자들은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뉴스앤조이>는 당회원들과 행정 부목사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답을 피했다. 취재차 교회를 찾은 기자에게는 거부감을 보였다. 세 시간가량 임시 당회 장소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은 교회 직원 두 명이 다가와 반말로 "휴대폰을 봐야겠다, 어떤 장로와 연락하고 있느냐"고 따졌으며, "남의 집 일에 왜 간섭이냐, <뉴스앤조이>는 쓰레기다"라는 등의 폭언을 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들과 교회 관계자가 언쟁을 벌일 때 다가온 한 장로는 "당회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교회 홍보 담당자 역시 교회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당회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한 뒤, 기자들에게 교회 밖으로 나가 달라고 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뒤 알아낸 당회 입장은 장시간 토론 끝에 내린 결론치고 실망스러웠다. 당회는 "논문 표절 조사보고서를 사랑의교회가 공식 인정한 것은 아니며, 나중에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수준에서 상황을 수습했다. 당회 스스로 전문성을 가진 교수들로 구성한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안건 처리를 유보한 셈이다. 오정현 목사는 "모든 것은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유감을 표하며, 자신에 관한 처리를 모두 당회에 맡겼다.
 

▲ 당회가 열린 접견실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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