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앤조이>와 삼인출판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완상 박사의 <바보 예수> 출판기념회가 10월 26일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렸다. 김응교 교수(숙명여대)가 <바보 예수> 서평을 발표하고, 한완상 박사와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류재홍

노무현 대통령, 전태일 열사, 김수환 추기경. 현재 우리 곁에 없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 앞에 '바보'가 붙어 같이 불린다. 어리숙하면서도 친근감을 안겨주는 '바보'의 원조는 예수다. 한완상 박사가 <우아한 패배>(2009)에 이어 <바보 예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한완상 박사에게 바보는 '바로 보고, 바로 보살피고, 바로 보듬는다'는 뜻이다.

<뉴스앤조이>와 삼인출판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완상 박사의 <바보 예수> 출판기념회가 10월 26일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렸다. 김응교 교수(숙명여대)가 <바보 예수> 서평을 발표하고, 한완상 박사와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북 콘서트에는 1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승리자 예수만 전하는 교회"

▲ 김 교수는 저자가 말하는 '평화 만들기'와 '평화 지키기'의 차이에 대해 적극 동의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 관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류재홍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 교수는 <바보 예수>를 존재론과 교회론, 정치론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해했다. 김 교수는 저자가 현학적인 표현을 피하고 쉽게 풀어쓰려 한 이유는 '바로 보듬어 주는 사람' 즉 '바보' 예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함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저자가 책 도입부에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인용한 것은 "상징적이며 존재론적인 고뇌가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저자의 주장대로 "지금의 한국교회가 승리주의에 함몰된 예수를 선포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예수 이야기는 몰락을 상징하는데, 요즘 교회는 (몰락하는 이들 말고) 부자들과만 함께 한다"고 꼬집었다. 저자가 말하는 몰락은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와 눌린 자를 향해 끝없이 내려가는 것이고, 그 정점은 십자가다.

"<바보 예수>는 정치가 숨겨져 있는 (한완상의) 비망록이다." 김 교수는 저자가 말하는 '평화 만들기'와 '평화 지키기'의 차이에 대해 적극 동의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 관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봤다. 예컨대, 평화를 지키자면서 각국이 군비를 확충하는 모습은 평화와 관계가 없으며, 더 폭력적이라고 했다.

감옥에서 읽은 성서에서 새 힘을 얻다

한완상 박사는 바보는 바로 보고, 바로 보살피고, 바로 보듬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 박사는 "십자가는 예수가 바보 같이 죽으러 가는 존재론적 근거"라면서도 "한국교회가 바보 예수는 가르치지 않고 승자 예수, 황제 예수만 외친다"고 비판했다. 한 박사는 소위 말하는 TK 출신이자, 사회 주류층에 속한다. 그러나 한 박사는 교회를 통해 예수를 알게 되면서 비적자, 비표준, 비주류의 아픔을 알게 됐다. <바보 예수>를 통해 한 박사는 말한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야 하고, 높아지는 것보다는 낮아져야 하고, 중심보다는 변방이 되어야 하며, 1등보다는 꼴등이 돼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한 박사는 자신의 신념과 신앙을 한결같이 지킬 수 있게 된 이야기도 전했다. 한 박사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휘말려 1980년 중앙정보부가 있던 남산 지하 2층에 끌려간 적이 있다. 이곳에서 한 박사는 성서를 통한 역사적 체험을 했다. 한 박사는 당시 그곳에서 읽은 시편의 느낌을 이와 같이 설명했다. "마치 어제 누군가 면회 와서 나에게 써준 시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 바울의 전도 여행기를 통해 동시대적인 경험도 했다. 한 박사는 그간 관념적으로만 알던 것들이, 성서를 통해 2천 년 전 사건이 역사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 박사는 "이런 힘이 초대교회를 견디게 했던 진짜 힘이자, 역사 같다"고 설명했다.

무한 경쟁은 강자가 아니라 짐승 잉태한다

▲ "바보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깨닫게 하는 사람이다." 한 박사는 "바로 보고, 바로 보살피는, 바로 보듬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류재홍

한 박사는 바보를 어떻게 쉽게 풀어낼까 고민했다. 이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 시인들이 낸 책 속에, "바보라고 쓰고 '바로 보는 사람'이라고 읽는다"는 문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한 박사는 "바보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깨닫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 박사는 "일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초등학교 교실에 있는 학생부터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하며 1등을 바라보는 학생과도 같다"고 했다. 아울러 죽어라 교육하는 부모도 해당한다고 했다. 이들은 일상적인 틀과 기준에서 보면 훌륭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무한 경쟁이 더 강한 사람을 만들어 낼 것 같지만, 오히려 짐승만 길렀다고 꼬집었다.

하나님의 아들로 온 예수는 경쟁에서 밀려 가장 밑바닥에 소외된 곳에서 꼴찌로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동거했다고 한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박사는 심지어 사회가 비적자와 비주류, 비표준을 차별하고 따돌릴 때, 교회 지도자들은 "청와대에서 축복기도나 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아'

한 박사는 메시아를 기다린다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의 권력자들을 불로 심판해 몰살시키는 폭력적인 하나님의 심판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옳은 생각이 아니다." 한 박사는 "예수는 한 번도 이런 메시아적 사상을 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예수의 종말론적 메시아론은 "인종과 성, 돈으로 갈라진 세계가 허물어지고, 자유와 공의・평등의 질서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쌍방향 매체를 자유롭게 쓰는 현시대적 상황에서 지식과 지혜를 독점하는 스승의 개념은 깨졌다고 한 박사는 말했다. 온라인에서 배운 지식을 오프라인에서 실현할 수 있으며, 이들은 각자가 메시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박사는 이런 메시아를 묶어주는 게 교회 공동체라고 했다. 그는 "영웅적 메시아가 아닌 자기를 비울 줄 알고, 자기의 부족함을 고백할 줄 아는 이가 메시아"라고 했다. 또한, 한 박사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함께 울 수 있는 메시아로서 "우리가 모두 그렇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지금, 한 박사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고, 겸손하게 동행하는 자, 함께 아픔을 느끼는 자가 돼야"한다고 했다. 가장 바보 같은 이를 뽑자는 것이다. 아울러 변하지 않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자인 척 언론이 화장하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북 콘서트에는 1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한완상 박사의 이야기에 청중들은 함께 웃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류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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