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총무의 갖가지 자격 논란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기창 총회장). 이번엔 황규철 총무의 금권 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9월 교단 총무 후보로 나선 황 총무가 총회 유력 인사들에게 돈 봉투를 뿌렸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총무 선거 당시 황 총무를 최측근에서 보좌했다고 주장하는 박석구 목사(우리교회)가 자필 진술서로 양심 고백을 하면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사회 법정 고발까지 간 상황이지만, 박 목사는 진술서를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석구 목사의 자필 진술서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8월 17일 날짜와 함께 박 목사의 서명까지 돼 있다. 진술서의 내용은 황 총무가 금품을 전달했을 때 상황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진술서에는 "본인은 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무로 재직 중인 황규철 목사의 작년(2011년 9월) 총무 선거 출마 당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지근 업무를 수행했다. 총무 선거 운동 당시 2011년 9월 8일 오전 7시경 서울 신라호텔 1층 뷔페식당에서 호남 측 총회 고위 인사들을 초청해 식사와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총무 선거와 관련이 있는 서기행 전 총회장, 김삼봉 총회장, 정평수 선거관리위원장 등 10여 명에게 500·200만 원씩 황규철 목사의 지시에 따라 돈 봉투를 전달해 준 사실이 있다"고 나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품 전달 시 의전을 도왔다는 박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교인 두 명의 진술서가 더 있다. 모두 자필로 기록된 진술서에는 두 사람이 박 목사를 도와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ㅇ 씨는 "2011년 9월 7일 돈 봉투를 5만 원 크기로 맞춰 만들라는 황규철 목사의 지시를 받아 돈 봉투에 이름을 적어서 준비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ㅂ 씨도 "금품을 제공할 때 현장에서 의전 수행을 보조했다"며 "돈 봉투를 전달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석구 목사가 진술서를 통해 황규철 총무의 금권 선거를 폭로한 배경은 황 총무가 선거 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석구 목사는 황 총무에게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그 중에는 "(황 총무가) 교단 총무 선거 시 선거 자금을 요구해 본인은 3000만 원을 주었고 그 대가로 총대, 노회 서기 3년, 총회 각종 사업권을 주기로 약속했던 것에 관해 민·형사 책임을 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박 목사는 선거운동 시 여러 용도로 들어간 돈을 변상하라며 황 총무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1억 원을 요구"했다.

이에 수경노회 김화경 목사는 진술서를 토대로 9월 13일 황규철 총무를 서울중랑경찰서에 고발했다. 김 목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불거졌던 황 총무의 도덕·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황 총무를 "뻔뻔한 인간 철면피 파렴치범"이라고 표현하며 의혹에 대한 해명과 총회 총무를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 예장합동 총회 황규철 총무가 지난해 총무 선거 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황 총무 최측근에서 선거운동을 보좌했다고 주장하는 박석구 목사는 자필 진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박 목사는 현재 진술서를 쓴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마르투스 구권효

금품 수수 혐의에 부총회장 후보도

한편, 윤남철 목사(평강중앙교회)는 지난 8월 31일 세 명의 진술서를 첨부해 금품을 받았다는 정평수 목사를 조사해 달라고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청원했다. 정 목사는 이번 예장합동 제97회 총회에서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선관위는 청원서를 접수하고 선관위 서기 문세춘 목사와 회록서기 강태구 목사에게 조사를 맡겼다.

이후 9월 6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박석구 목사와 정평수 목사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한 문 목사는 "박 목사는 금품을 줬다고 하고, 정 목사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함께 조사를 진행한 강 목사는 "박 목사가 조사 당시에도 황 총무가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서를 썼다"고 했다. "그런데 박 목사가 조사 후 몇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자신을 찾아와서, '진술서를 쓴 건 황 총무를 겨냥한 것이다. 정 목사가 처벌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당시 사람이 많아서 정 목사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진술서를 다시 써 주었다"고 강 목사는 말했다.

정평수 목사는 <마르투스>와 통화에서 자신은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정 목사는 "나는 옥한흠 목사가 살아있었을 때부터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를 같이 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교갱협 상임회장이다"며 "설사 금품을 살포한 일이 있다고 해도 교갱협 목사에게는 돈을 건네지도 않는다. 지난해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일할 때 회의비 5만 원씩은 받았지만 다른 돈은 절대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 가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 박석구 목사는 "진술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박 목사는 9월 15일 <마르투스>와 통화에서 "나는 진술서를 쓴 적이 없고 황 총무는 금품 살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나 교인들의 진술서에 대해 "모두 조작이다. 황 총무가 진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박 목사의 부인에 대해 윤남철 목사는 "말도 안 된다"며 "본인이 직접 나에게 '억울하니 도와 달라'고 진술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진술서를 토대로 황 총무를 고발한 김화경 목사도 "황 총무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강태구 목사도 "박 목사가 내 앞에서 직접 작성한 내용증명을 보관하고 있다. 목사가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며 혀를 찼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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