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시간에만 문을 여는 교회가 있다. 예배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해 30분 남짓 진행된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으로 30명 안팎이다. 이들은 예배가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여느 교회처럼 예배 후 목사와 교인들 사이에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교제하는 모습이 없다. 교회 문은 바로 잠긴다. 수요·금요·새벽 예배도 없다.

▲ 주일예배 때만 문을 여는 예인교회. 30여 명 되는 교인들은 대부분 6~70대로, 예배가 끝나면 교회가 주는 1만 원을 받아 간다. ⓒ마르투스 구권효

이 교회에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에게 교회에서 1만 원씩 준다. 교인들에 따르면 매주 예배 후 각자 이름이 적힌 봉투에 1만 원씩 넣어 준다. 매주 지급하다가 3주 전 한 교인이 다른 사람 봉투에 손을 대는 사건이 있고 난 후부터 돈 봉투가 끊겼다.

"돈을 안 주니 재미가 없다"는 교인도 있다. 한 교인은 "솔직히 말해 다들 믿음보다는 교회가 주는 돈으로 용돈이라도 하려고 오는 것"이라 밝혔다. 또 다른 교인은 "노인네가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운동 삼아 온다"고 했다. 반면 "목사님이 훌륭한 분"이라며 좋은 교회라고 말하는 교인도 있었다.

서울 중화동 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 3층에 있는 이 교회에 모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다니지 않는다. 수년간 상가에서 일해 온 주민은 "그 교회 교인들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다. 모두 다른 곳에서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인들은 예배가 끝나고 모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이 교회는 통화도 되지 않는다. 교회 간판에 전화번호가 크게 적혀 있지만, 전화를 하면 흔히 팩스로 전화했을 때와 같은 수화음만 들린다. 취재차 방문한 이 교회의 풍경은 일반적인 교회와는 달리 이상한 점이 많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기창 총회장) 총회 황규철 총무가 지난해까지 시무하던 예인교회 얘기다.

▲ 서울 중화동에 모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예인교회. 상가에서 일하는 주민은 "교인들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다"며 "모두 다른 곳에서 온다"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주회생 장로? 총회 주소록에는 주소도 전화도 달라

또 한 가지 수상한 점은 예인교회에 장로가 없다는 것이다. 3년 정도 예인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한 교인은 "우리 교회엔 장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도 "교회에 장로도 집사도 없다"고 말했다.

장로가 없어도 교회가 되는 데는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그 교회 목사가 예장합동 총회 총무로 선출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회 총무는 7년 이상의 총대 경력이 필요하다. 시무 장로가 없어 당회가 없는 교회를 미조직 교회라고 하는데, 미조직 교회 목사는 모두 '임시 목사'로 총대가 될 수 없다.

예인교회에 당회가 없다는 의혹은 지난 7월 총회 회관 인분 투척 사건과 함께 제기됐다. 당시 허재근 목사(보린교회)는 황규철 총무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예인교회는 당회도 구성되지 않은 교회인데 어떻게 총대로 나올 수 있었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황 총무가 후보로 추천될 때 "수년간 장로가 없어 '가공인물'을 만들었다"는 추문이 돌기도 했다.

▲ 황규철 총무는 당회장 자리를 사임한 후에도 예인교회에서 자주 설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얼마 전까지도 황 총무가 설교했다며, 건강상 이유로 잠시 쉬고 있고 곧 돌아온다고 알고 있었다. 교인들과 대화한 날, 황 총무는 2012 기도한국에서 인사말을 전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예장합동 총회가 2010년 출판한 <총회 주소록>에는 예인교회에 '주회생'이라는 이름의 장로가 있다.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지 않아 자택 전화번호로 통화했으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주회생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전화로 연결된 곳은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이었는데, 주회생 장로의 주소는 '서울시 중랑구 중화1동 450번지'라고 나와 있다. 이 주소는 예인교회와 동일하다.

예인교회 관련 목사들에게 장로 존재 여부를 물었으나 대답이 엇갈렸다. 현재 예인교회 임시 당회장 평동노회 노시갑 목사(예람교회)는 "장로가 2명 있었는데, 지난해 황규철 총무가 총무직을 수행하기 위해 당회장을 사임하자 장로들이 모두 떠났다"고 설명했다. 총회 총무는 상무 직원이기 때문에 총무로 당선되면 당회장을 할 수 없다. 노 목사에게 장로 이름을 물었으나 그는 답을 거부했다.

현재 예인교회에서 예배 인도와 설교를 하고 있는 황주용 목사(총회 세례교인헌금모금 담당)는 노 목사와는 달리 "장로가 한 명 남아 있다"고 했다. 취재차 방문한 예배 때 왜 장로가 출석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직장 다니면 일요일에 근무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 역시 장로 이름은 말해 주지 않았다.

또 황 총무는 당회장 자리를 사임한 후에도 예인교회에서 자주 설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얼마 전까지도 황 총무가 설교했다며, 건강상 이유로 잠시 쉬고 있고 곧 돌아온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인들과 대화를 나눈 날, 황 총무는 건강한 모습으로 2012 기도한국에서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마르투스>가 예인교회를 취재한다는 사실을 안 황주용 목사는 예배 중 교인들에게 취재에 협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총회 총무가 되면 목회하면 안 된다"며 "기자들이 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이때를 이용해 황규철 총무를 어렵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혹시 기자가 물어보면 '당신이 알 것 없다'고 말해 달라. 사진을 찍으면 혼을 내라. '당신이 뭔데'라고 한마디 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당분간 내가 오더라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교인들은 취재 기자에게 솔직하게 말했고,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도 없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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