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기관의 정치적 이단 싸움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김요셉 대표회장)이 서로 이단으로 규정하고, 법적 공방까지 벌일 태세다.

한교연은 지난 7월 24일 열린 바른신앙수호위원회 회의에서 이단·사이비 연구를 하기로 결의하고 조사 대상에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을 포함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8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홍 대표회장을 '이단 연루자'로 정했다. 한교연은 홍 대표회장이 "의도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단을 옹호한다"며 "홍 대표회장은 이단을 분별하여 이단에 대처할 마음도 의지도 없는 자"라고 평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는 그와 모든 교류를 금지하고, 그가 주관하는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교연은 홍 대표회장이 지난 1996년 소속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 이단 연루자로 규정된 사실을 참고했다. 홍 대표회장은 지난 1995년 열린 '광복 50주년 기념 평화 통일 희년 대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이단 혐의 교회를 참석하게 했다는 이유로 이단 연루자가 되었다. 한교연은 "그 이후로 홍 대표회장에 관한 규정이 해제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성결교,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이단', '사이비성', '불건전한 운동'으로 규정한 다락방전도총회(다락방)와 홍 대표회장이 교류한 사실도 문제가 됐다. 한교연은 "홍 대표회장이 다락방 영입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예장개혁총회(조경삼 총회장)를 한기총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지난해 열린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서 격려사를 한 데 이어, 올해 5월 27일에는 다락방 소속 안산 예전교회에서 설교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교연 발표에 한기총은 격분했다.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회는 9월 13일 회의를 열고 한교연을 "한국교회를 망치는 이단 날조, 테러 단체이자 한국교회를 이간질하는 사이비 이단 단체"로 발표했다.

한기총은 "홍 대표회장에 대한 이단 연루자 규정은 해소되었다"면서 그 근거로 예장합동이 2009년 한기총에 보낸 공문을 제시했다. 서정배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은 "홍재철 목사는 이단에 연루된 사실이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한기총은 "이단 참여 논란이 일었던 행사를 실질적으로 관여한 주요 임원은 김기수·김덕신·나겸일·김삼환 목사 등이다. 한교연 보고서대로라면 이 사람들이 모두 이단 옹호자 또는 이단 연루자, 친이단자가 되어야 맞다"고 주장했다.

다락방 연루 사실도 모두 부인했다. 홍 대표회장은 "(다락방 창립자) 류광수 목사를 알지도 못하며, 다락방 영입 감사 예배에도 길자연 목사 대신 갔다가 2분 정도 발언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예전교회에서 설교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두 기관의 이단 논쟁은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기총은 한교연을 상대로 고발을 예고했고, 한교연 역시 맞고소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이단 논란에 불을 댕긴 건, 9월 17일부터 장로회 주요 교단 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교연은 이단 연구 결과를 각 교단에 보내어 협조를 요청했고, 한기총은 "각 교단이 9월 총회에서는 악한 사단의 음모에 강력 대응하여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협력하고, 행정 보류된 교단들은 모든 것을 속히 풀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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