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지난 7월 19일 23-3차 실행위원회에서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윤희구 대표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5인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와 함께 회의했다는 게 근거였다. 한기총은 지난해 12월 15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 최삼경 목사는 지난해 12월 한기총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다. 지난 7월 17일에는 그와 함께 회의를 했던 한장총 이대위 5인이 이단 옹호자로 낙인 찍혔다. 최 목사는 "정치성이 배제된 이단 연구는 없었다"면서도 "정치적 선이 영적 선을 앞서 가면 타락한 시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한장총은 7월 27일 항의 서한을 보내 "한기총의 결정은 정당하지도 않고 무효인 처사"라며 반발했다. 최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근거인 '삼신론'과 '월경 잉태론'에 대해서는 "이단에 대해서 논박하며 인용된바 본인의 사상이 아닌 것으로 규명되었다"며 "한기총의 이러한 행위(이단 규정)는 최삼경 목사 개인과 교회 및 통합 총회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한장총은 밝혔다.

논란이 한참이던 지난달 24일 빛과소금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한기총의 이단 옹호자 결정에 대해 "중세 마녀사냥 못지않게 사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30여 년간 이단 연구에 매진해 온 최 목사는 "오랫동안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진행되어야 할 이단 논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결국 정상적이고 바른 이단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래는 최 목사와의 일문일답.

- 한기총이 한장총 이대위 5인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이대위원들에 따르면 배인관 한기총 사무총장이 6월 말 전화를 걸어 최 목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고 한다.

"지난번 나를 이단으로 규정할 때도 불법적으로 했다. 2011년 11월 19일 <국민일보>에 입장을 내놓고 21일에 나를 처음 소환했다. 소환하기 전에 이단 규정 발표부터 한 것이다. 제대로 된 연구도 없었다. 그때도 그렇게 형편없게 하더니 이번에는 나와 회의를 했다는 이유로 한장총 이대위원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전화로 이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중세 마녀사냥 못지않게 사악한 짓이다."

- 이번 결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나를 이단으로 규정한 한기총의 어처구니없는 결의를 믿는 삼류급 목회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한기총의 이단 연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게 됐다고 본다. 회의를 함께 했다는 이유로, 당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상을 검증한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

- 한기총은 지난해에도 최 목사에 대해 '삼신론'과 '월경 잉태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이단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내가 주장한 내용도 아니다. 이단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한두 마디 했던 발언을 확대한 것이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교단에서 문제없다는 공적 결의를 내놓았다. 차영배(전 총신대 총장), 김영재(전 합동 신대원 교수), 이수영(전 장신대 교수), 이종성(전 장신대 총장) 등 국내 삼위일체 학자들도 내가 삼신론주의자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 최삼경 목사는 "정치가 이단 연구보다 앞설 때, 정상적이고 바른 이단 연구의 신뢰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 한기총 질서확립위원회(질서위·위원장 김용도 목사)가 이단 규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질서위는 어떤 조직인가.

"2011년 한기총 내 이대위가 없어지면서 생겼다. 5공 때 국보위(신군부가 통치권 확립을 위해 만든 조직)와 같은 사조직이다. 질서위에는 이단 전문가도 없고 학자도 없다. 정상적인 이대위가 아닌 질서위가 이단 규정을 내리는 것은 불법이다. 농림부장관이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똑같다."

- 한기총이 무리하게 이단 옹호자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한기총은 한쪽으로는 이단을 옹호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이단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교권을 수호하는 집단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현재 예장통합 총회와 예장합신 총회가 이단성이 의심된다며 예의 주시하고 교류를 금지한 장재형 씨와 함께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국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장재형 씨에게 이단 해제라는 선물을 주었다. 아주 사악하다.

한기총은 장재형 씨를 옹호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한다. 이번 조치도 장재형 씨를 이단으로 결의하는 데 찬성한 한장총 이대위를 상대로 이단 옹호자라고 규정한 것이다. 장재형 씨에 의해서 한기총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일관성도, 기준도, 도덕성, 신학도 기대할 수 없다."

- 연합 기관이 이단 규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성이 배제된 이단 연구는 없었다. 어느 시대나 정치는 필요하고,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적 선이 영적 선을 앞서 가면 타락한 시대다. 조선 시대에도 정적을 죽일 때 항상 역적으로 몰아 죽였다. 이순신 장군도 역적으로 몰려 감옥에 갔다. 이단연구가를 이단으로 몰아 죽이는 한국교회 상황은 처참하다. 결국 이단을 옹호하고 편을 드는 꼴이 된다. 이단보다 더 악한 사람들이다."

- 정치가 이단 연구보다 앞서 갈 때, 어떤 폐해가 있나.

"정상적이고 바른 이단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신천지·안상홍증인회·구원파와 같은 이단들이 한기총 이단 연구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교단의 연구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이단 규정이 이단을 돕는 일이 된다."

- 한기총의 이단 규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떤 해법이 있나.

"한기총 내부에 건전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분들이 들고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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