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7월 19일 낸 성명서에 후임 목사를 세우는 데 교회 세습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세습이 잘못된 용어라는 것 △교회 '승계'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 △세습이 아니라 '청빙'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성명서에 목사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사역지를 결정하는 자'로 표현했다. 이어 "후임 목사를 세울 때 그가 전임 목사의 직계 자손이라 할지라도 부나 명예를 물려받아 권력을 계승하는 세습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성명서에는 "2000년 6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당시 공동대표 강영안·손봉호·홍정길)이 '담임목사직 세습'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언론에 유포했다"며 기윤실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백종국 기윤실 공동대표는 "교회에서 세습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해서 문제다"며 "한기총이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유감이다"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회장은 경서교회 당회장으로 있고 담임목사는 아들 홍성익 목사가 맡고 있다. 홍 목사가 은퇴하면 그 아들이 실제 담임목사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는 지난 3월 25일 아들 길요나 목사(과천왕성교회)와 동사목사가 되어 함께 목회하기로 결정했다. 두 교회는 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아래는 한기총이 낸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는 최근 한국교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세습'과 '교회 승계'의 문제에 대하여 한기총의 명확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첫째, 세습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세습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의 재산·신분·직업 따위를 자손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전적 정의로 비추어 볼 때 세습이라는 용어를 교회의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고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요,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 그럼에도 이 용어가 교회의 후임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빈번히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2000년 6월 기윤실(당시 공동대표 손봉호 장로)에서 담임목사직 세습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언론에 유포하였기 때문이다.

기윤실의 주장은 중대형 교회가 소위 세습이라는 편법을 통해 선임 목사가 누렸던 부와 명예를 직계자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면서 집안 대대로 권력을 계승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얼마나 인본주의적인 사고로 하나님의 교회를 판단하고 재단한 것인가.

교회의 목사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사역지를 결정하는 자이며, 교회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신 그 길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가기로 작정한 자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 할지라도 청빙된 교회의 후임으로 가는 일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소명에 있을 뿐, 그 어떤 부나 명예도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후임으로 가야 할 교회의 규모·지역·역사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를 무시한 채 중대형 교회에 가게 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고 그 부와 명예를 자손이 얻는다는 이유로 소위 세습을 반대하는 기윤실은 얼마나 세속적인 잣대로 목회자의 숭고한 부르심을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세습이라는 말 자체에 '자손이 대를 잇는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면, 기윤실은 예컨대 시골 교회의 쓰러져 가는 교회에서 아버지가 설교했던 눈물의 낡은 강단을 닦고 그 길을 이어서 가려 하는 아들에게도 비난을 퍼 부을 것인가!

만약 비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기윤실의 세습이라는 기준은 상당히 세속적이고, 비성경적이며,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과 소명을 무시한 채 인본주의적 사고로 점철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기윤실의 의도적인 부정적 비판이 내재되어 있는 세습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교회 승계라는 표현도 적절치 못하다.

승계라는 말은 권리나 의무를 이어받는 일로 후임 담임목사가 세워지고 난 후에는 승계가 될 수 있겠으나, 후임 담임목사를 세우는 전 과정을 승계라고 표현할 수 없으므로 이 역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후임 담임목사를 세움에 있어 '청빙'이라는 용어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청빙은 '부탁하여 부름'이라는 의미로 청빙의 대상은 자격이 된다면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는 지금도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교회의 형편과 법을 따라 위원들을 구성하고, 청빙 목회자 후보를 추천 받거나 지원 받는다. 법과 절차에 따라 후임 담임목사를 세우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윤실의 사고처럼 의도적인 비판으로 특정인은 안 된다는 식의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오히려 교회의 법과 질서를 어기고 혼란케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후임 담임목사의 청빙은 교회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요, 후임자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누구든지 청빙 받을 수 있다.

작금의 한국 교회를 돌아보건대,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문제에 있어서 안팎으로 혼란을 겪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K모 원로목사가 아들 목사의 문제로 한풀이 같은 발언을 하여 교계에 물의를 빚고 있으나 이는 해당 교회와 아버지와 아들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며 결코 한국교회 전반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 어디라고 문제가 없는 곳이 있겠는가. 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후임으로 세워질 분이 교회의 영적인 분위기와 조화롭게 맞고, 교회 후임 목회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청빙 받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 될 것이며 지극히 성경적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영광된 징표인 것이다.

한기총은 인본주의적이고 비이성적인 세상의 잣대로 교회를 재단하고 세상 언론에 유포하며 한국 교회의 성장을 방해하는 소수의 진보적 세력들로 말미암아 한국 교회 전체가 오해와 편견 속에 복음의 길이 막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이에 한기총은 명실상부 한국 교회의 대표적 기관으로서 추후 세습․승계를 운운하며 기독교의 법과 질서를 뒤흔드는 잘못된 세력 앞에 55,000 교회와 10만 목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


2012년 7월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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