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앤조이>는 7월 12일 명동 청어람에서 '전병욱 사건을 통해 보는 한국교회'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목회자 한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유영
2010년 9월 17일 <뉴스앤조이>는 'ㅅ교회 ㅈ 목사 여성도 성추행'이라는 제목으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전 목사가 한순간에 곤두박질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전 목사는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개척, 목회 재개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회개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뉴스앤조이>는 7월 12일 서울 명동 청어람 소강당에서 '전병욱 사건을 통해 보는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전 목사 한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그의 복귀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 성폭행 피해자 변호를 맡은 박종운 변호사는 "피해자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전병욱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이 사회자와 발제자로 나섰다. 네이버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 운영자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가 사회를 맡았고, 발제자로는 성폭행 피해자 변호를 맡은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개혁연대 공동대표)와 삼일교회 수석 부목회자였던 지강유철 선임연구원(양화진문화원), <전병욱 비판적 읽기> 저자 한종호 대표(꽃자리출판사), 황영익 실행위원(교회2.0목회자운동)이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130여 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전병욱 사건, 한국교회의 윤리적 현주소

발제자들은 "전 목사 사건이 한 개인의 도덕적인 추문의 차원을 넘어 오늘날 한국교회의 윤리적 현주소를 보여 주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종운 변호사는 2010년 7월 전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내부 자정 능력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를 찾아온 성추행 피해자가 전 목사의 형사처분을 원하지 않았고 단지 회중 앞에 자복하고 회개하여 치유받기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목사는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언론에 제보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 전화를 걸어 사건을 은폐하려 들었다. 당회도 '3개월 설교 중지와 6개월 수찬 정지'라는 경징계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할 뿐,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사건의 실체를 바로 보려 하지 않았다.

▲ 지강유철 연구원은 '놓쳐서 안 될 전병욱 사건의 또 다른 실체'로 당회의 문제를 다뤘다. ⓒ뉴스앤조이 유영
박 변호사는 "전 목사가 복수의 여성에게 성추행한 것으로 보이며 습관성과 중독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법률적으로 볼 때 성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건 직후였으면 형사처분도 가능한 건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 목사 본인은 성범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면이 적어 보인다"고 했다.

암묵적 공범자, 당회와 노회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전 목사의 사임을 거부하며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삼일교회 당회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1985년부터 삼일교회 성가대 지휘자와 전도사로 봉사했던 지강유철 선임연구원은 1993년 전 목사가 청빙되어 올 당시 선거 부정을 목격했다. 임시 당회가 기권표를 총 투표수에서 제외하는 편법을 사용하여 담임목사 청빙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지강 연구원은 현재의 당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2만 명 교회를 지키기 위해 한두 사람의 교인쯤은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당회가 보여 줬기 때문이다.

지강 연구원은 우선 "당회 구성이 기형적"이라고 말했다. 합동 교단 헌법 정치편 9장 1조에 따르면 세례 교인 25명당 장로 1인을 증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교인 2만 명이 모이는 교회에 장로가 6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강 연구원은 "준비되지 못한 몇 사람의 장로에 의해 당회가 휘둘리는 것보다는 많은 장로가 서로 견제하는 편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 한종호 대표는 "많은 사람이 전 목사가 회개하길 바라는 것 같지만 설교를 들으면 암담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또 지강 연구원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공식화한 2010년 7월 10일 이후 162일 동안 다섯 차례의 직접 사임 요구와 언론 보도를 통한 최소 80차례의 간접 사임 요구를 (당회가) 모두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 자매들을 꽃뱀이나 이단 신천지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며 교회 내 핵심 리더의 사건 축소 기도를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목회자 권징에 권한을 가진 노회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황영익 위원은 "전 목사가 소속된 평양노회는 무대응과 소극적인 조치로 일관하며 일체의 사건조사나 징계를 하지 않았다"며 "노회의 존재 목적이자 사명인 '권징'과 '부도덕함을 금지'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회가 전 목사를 권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목회자 세계에 만연한 정서, 즉 '목회자가 동료 목회자를 징계하거나 면직시켜서는 안 된다'는 온정주의와 교단 내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김에 흔들리는 총회의 무기력함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회개 기대하지 않는다"

▲ 황영익 목사는 전 목사가 소속한 노회에 대해 "존재 목적이자 사명인 '권징'과 '부도덕함을 금지'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전병욱 목사 설교의 어제와 오늘'을 발제한 한종호 대표는 전 목사의 성적 타락이 그의 성공주의적 설교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전 목사가 한국 사회의 권력이나 주류에 진입하는 것을 성공으로 이해해왔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성 중독이라는 방식으로 풀었다는 해석이다. 한 대표는 "전 목사의 성취주의는 바로 이렇게 인간에게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성찰보다는 맹목적 성취에 빠져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홍대새교회 설교를 분석하며 설교 내용 대부분이 자신의 교회 개척을 합리화하는 데 사용됐다고 한 대표는 지적했다. 가령 '확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리더가 되라'는 설교에서 전 목사는 사울에 쫓기는 다윗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여 전 목사를 비판하는 자들은 사울이 되고, 자연스레 전 목사는 하나님의 편에 선 자가 된다.

한 대표는 "대부분 설교가 자기방어적인 논리"라며 "많은 사람이 전 목사가 회개하길 바라는 것 같지만 설교를 들으면 암담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홍대새교회를 개척한 것을 변명하는 설교를 하는 전 목사에게 성의 있는 사과와 진정성 있는 회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 대표는 평가했다.

교인들의 추종 현상 분석은 다음에

토론 시간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묻는 말부터 여성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나왔다. 32세의 한 기혼 남성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점점 더 사실관계를 보기 어렵다"며 신뢰할 만한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답했다. 또 50대 한 여성은 "딸 후배의 친구가 직접 당한 일이라서 상세히 알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이 없는 문제를 가지고 목사를 모함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는 1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3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유영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발제가 없고, 사건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고 전 목사가 공개 회개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는데도 많은 교인들이 그를 추종하는 현상에 관한 분석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진오 목사는 "앞으로 다양한 토론의 장과 운동으로 지적한 문제를 함께 보완하고 채워 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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