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면'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 목사)는 교회 개혁과 투명한 재정운용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9월 제명과 출교 등 중징계를 받았던 교회사랑모임(이하 교사모) 소속 장로 11명을 9개월만에 다시 교회로 받아들이면서 '대사면'한다고 발표했다.    

교사모 장로 복귀를 발표한 순복음교회측은 창립 44주년 기념일인 5월 18일을 기해 용서할 수 없는 '반역자(?)'들에게 특단의 용서와 관용을 베풀었다는 자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교사모가 "깊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표현, 교사모측이 과거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시인했음을 시사했다.  

'대사면'이란 용어는 문자 그대로 국가가 중죄인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 죄를 용서해 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만약 교사모에게 이 용어가 들어맞기 위해서는 그들이 교회 개혁을 부르짖은 것이 아니라 교회를 파괴하는 무리였다는 등식이 성립해야만 한다.

과연 교사모는 교회 개혁이 아닌 치명적인 해만 끼치는 무리였을까. 이들이 그 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살펴보자.

교사모 소속 장로들은 중징계를 당하기 전 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는 질의서와 건의문 등을 작성하고 동료 장로들에게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교사모가 작성한 문건의 골자는 ▲교회 재산의 투명한 관리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퇴진 ▲국민일보 및 유관회사 운영 내역 등에 관련된 것들이다.

또 ▲연 1회 예결산 당회 개최할 것 ▲헌금으로 건축된 CCMM 빌딩 소유주와 관리 내역 ▲국민일보 평생독자 회비 380억원 관리 내역 ▲국민일보사 주주는 누구인지 ▲아들 조희준씨가 만든 스포츠투데이 파이낸셜뉴스와 현대방송 인수 자금 출처 ▲교회 본관 건물과 기타 교회 재산은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는지 등이다.

순복음교회가 갖고 있는 재산은 사실 측량하기 힘들만큼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 한 기독교 주간지는 국민일보에 출자된 자금만 6,4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또 여의도본관 건물과 세계선교센터 빌딩, 그리고 도봉성전과 같은 지교회 등 유관기관을 다 합치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장로들이 한 일은 70만 교인들의 엄청난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혀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교단 헌법 위반 ▲당회장 뜻 거역 ▲신본주의 원칙 파괴 등으로 해석돼 중징계를 불러들였다.

결과적으로 교회측은 3가지나 되는 죄를 범한 '중죄인'을 다시 교회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대사면'이란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그러나 교사모 장로들이 추후 공개한 교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유 부동산이 조용기 목사 큰아들 조희준씨와 관련된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갔거나 수백억원이 담보 대출된 채 금융기관에 근저당 설정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교사모는 월간 <신동아> 10월호의 조 목사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박문에서 '순복음교회 재산에 수백억원 대의 저당권이 설정돼 있으며 이중 교회와 전혀 관련없는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과 인터내셔날클럽매니지먼트 그룹에도 수백억원이 담보대출된 사실'도 공개했다.
  
또 이들 장로들은 9월말 당시 "교회재산에 대한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하고 "교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에 이같이 거액이 담보 대출된 것에 대해 조 목사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교사모의 활동은 한때 비록 교회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지만 진정한 교회 개혁을 위한 뼈아픈 몸부림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5월 13일 '대사면'이란 은총을 받고 교회로 복귀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될 경우, 과거 활동은 개혁이 아닌 오로지 교회를 파괴하는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다.

더구나 교회측 보도자료에 교사모 대표격인 하상옥 장로가 전체 장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회장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우리들이 행동이 사려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교사모 입장을 더욱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교회 개혁과 투명한 재정 관리를 요구하는 활동이 '대사면'을 받아야할 정도의 '중죄'가 된 이번 선례는 한국 교회 성도들의 행동반경을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측의 교사모 장로 징계해지에 관한 입장>

-교회 창립일 기념으로 대사면 단행-

여의도순복음교회가 5월 18일 교회 창립 44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교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교사모 소속 하상옥 장로를 비롯해 총 11명에게 내려졌던 징계를 해지하고 장로직 복구를 단행했다.

지난 5월 13일 오전 8시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선교센터 7층 장로회실에서는 교사모 소속 장로들의 장로 복귀를 환영하는 행사를 가졌다.

1천3백여 장로들을 비롯해 징계를 받았던 11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도회는 대화합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또한 깊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복귀에는 교회의 대화합을 통한 발전을 기원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뜻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조용기 목사는 교사모에 대해 영적인 용서와 관용을 이미 선포한바 있다.

그리하여 새천년 첫 부활절을 맞이해 교사모에 대한 징계 해지를 결정하였고, 당회장 목사님을 뜻을 받들어 당기위원회에서 징계해지를 결정, 5월 13일 장로직 복귀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장로회장 박해숙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 최대 교회로서 질서와 조직에 입각해 운영되어야 하며, 의견이 조율되지 못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며 "과거의 일은 모두 역사의 한 장으로 넘기고 화합을 통해 교회의 발전을 도모하자"고 피력했다.

징계되었던 장로들을 대표해 하상옥 장로는 인사말을 통해 "사랑이 넘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당회장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우리들의 행동이 사려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며 교회를 떠나 있는 동안 많은 고통과 갈등도 있었다"며 외부에 있는 동안 우리 교회가 이세상 교회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었다. 외로움과 고통 가운데 있었을 때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모든 교회 앞에서 모범이 되고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낮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장로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교회의 복음사역 그리고 조용기 목사님의 사역을 잘 보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장로들은 복귀한 장로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맞이해 주었으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대화합을 통해 계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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