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촌인 민들레마을은 120여 가구가 둥글고 검은 비닐하우스를 터전 삼아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을 찾은 날 하필이면 비가 내렸지만 하얀 창틀이 박힌 검은 비닐하우스 촌은 깔끔하였습니다. 창으로 희고 푸른 커튼이 드러나 있었으며, 노란 국화 화분을 문 앞에 놓은 집은 더욱 눈에 띄었고, 망대처럼 높이 선 방범초소는 해수욕장의 경찰초소처럼 눈을 번득이고 있었습니다. 교회도 하우스였고, 공부방도 하우스였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찰 듯하였으나 가을비는 그저 촉촉할 뿐이었습니다. 어둡고 버려진 곳이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거기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민들레마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민들레마을을 보는 눈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이 마을 사람들, 마을 이름처럼 예쁘고 건강하거든요. 비록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아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있지만 그들조차 민들레마을에서는 나름의 기쁨을 발견하여 살며, 또 나름의 희망도 품고 살지요."

그들은 벌써 20년 가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오며 정을 쌓아왔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살아온 그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고 있기엔 당장의 생계가 급하였으며, 당장 목 밑으로 차오르는 생계의 압박 때문에 홀로 살기에도 벅찼습니다. 그러다 화재가 나고 불길이 마을 전체로 번졌을 때 비로소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자치회를 만들었으며, 방범대도 스스로 조직하였습니다. 마을의 공동사업을 함께 모여 처리하였으며, 전기나 상수도, 진입로 보수 등의 현안도 시민운동단체에 도움을 청하여 이뤄냈습니다.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는 날엔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가난하다고 불행하거나 기죽을 일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고 상수도가 건설되고 진입로 보수가 완공되던 날 그들은 잔치를 하였습니다. 잔치를 위하여 마을 사람들은 생업을 멈추고 한 자리에 모였고, 수다를 떨었으며, 그들의 수다는 그들의 가난보다 힘이 세어서 가난하여도 꿈꾸고 희망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마을 이름은 바꾸어서 소개하였습니다. 그들이 아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그들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들을 연말 특집으로 취재하려고 하였던 저의 생각은 부끄러웠습니다. 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은, 그러나 따뜻하고 가벼웠습니다. -박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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