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들을 수년간 쇠사슬로 감금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목사 부부가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라도 막기 위해서였다.

독자들은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기자의 발로 뛴 기사를 읽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지만 나의 얼굴은 여전히 안면근육이 떨리고 있다.

내 일곱 살 배기 딸아이도 진용이처럼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아이다. 그리고 내가 섬기고 있는 조이장애선교센타는 정신지체 장애인들만을 전문적으로 섬기는 미국 정부에 등록된 장애전문기관이다. 조이센타에서 운영하는 조이스쿨에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각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양정지건 기자의 발로 뛴 기사를 읽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몇 가지 이유를 함께 나누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골이 깊은가를 살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양정지건 기자의 노력으로 선정적으로 뉴스거리가 된 한 장애 부모가 '인륜을 저버린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다행이다. 더욱이 목사 부부라는 신분 때문에 기독교 전체를 욕 먹이는 사건이 된듯하여 마음이 아팠는데 그것이 아니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찬찬히 이 사건을 곰씹어 보면 다행이라고 안도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장애인들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잘못된 태도를 바로 가르치려고 하는 섭리라고 보고 함께 아파하기를 바란다.

첫째로 김주학 목사 부부가 아들 진용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격려의 말처럼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의 심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오죽했으면 아들 발에 쇠고랑을 채웠을까?' 하고 부모의 심정에 공감한다는 말에는 결코 동의를 할 수가 없다.

김 목사 부부는 아들 발에 쇠사슬을 채운 사실이 여러 번 있다고 인정했다. 평소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다니도록 두었다가 부부가 집을 비울 때만 아들의 안전을 위해 가두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부가 집을 얼마나 자주 비웠을까. 아들을 쇠사슬로 묶고 나가야만 했던 급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심방을 가기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들을 쇠사슬로 묶고 심방을 다녀야만 하는 목사님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써보았다.

한국문화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한국문화를 넘어 성경적 문화를 창출해야 하는 신분이다. 그러기에 쇠사슬로 아들을 묶어 놓고 다니는 것보다 데리고 다니면서 자녀를 사랑하는 모습을 교인들에게 보였다면 훨씬 아름다운 가르침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부모도 배우게 될 것이다. 장애자녀가 결코 수치가 아니라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인 것을.

혹시 죄 때문에 벌로 받은 아이라는 생각에 수치로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사회도 교회도 모두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쇠사슬로 묶어 놓는 방법밖엔 없었으리라.

오늘날 교회가 다른 나라 선교지에는 돈을 물 쓰듯 퍼부으면서도 이웃의 장애인들이나 고아들에게는 지극히 인색하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사실 진용이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게 아니고 부모나 교회, 그리고 사회의 의식이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었기에 쇠사슬로 밖에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은 것이 몹시도 안타깝다.

둘째로 다운증후군의 아들 진용이가 안 가본 병원이 없고 학교도 여러 곳에 보냈으나 실패하였다고 했다. 다운증후군이라든가 정신지체장애라는 것 자체가 병원에서 고치는 그런 병이 아니다. 진용이가 다른 아이들과 똑 같은 기준으로는 학교에 다닐 수 없는 것이 자명한데도 학교나 부모 모두 포기했다면 진용이한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고 부모와 사회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한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평소에 얼마나 행복하게 그리고 즐겁게 생활하는지는 진용이 부모들도 잘 알 것이다. 더구나 말도 잘하는 아이를 쇠사슬에 묶어 놓았다면 그 아이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목사부부의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안도의 숨을 쉬기 전에 진용이의 인격손상에 대하여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장애인이니까 하고 넘어간다면 장애인에게는 인격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막말이 될 것이다. 진용이가 일반적 언어소통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말을 잘 하는 다운증후군의 청년이지만 판단력과 인지 능력에 있어서는 초등학교 수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섬기는 조이센타에서도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가끔 사라져 경찰이 출동하곤 한다. 한번은 20살 먹은 다운증후군 아이가 아무 버스나 타고 돌아다니다가 한밤중에 경찰차에 실려 돌아온 일이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친구는 경찰차에서 내리면서 만세를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쇠사슬로 묶어 놓아야 하는가?

스스로 자기 관리를 못하는 나이(신체적인 나이가 아닌)때는 누군가 곁에서 돌보아야 한다. 집을 나간다고 해서 쇠사슬로 묶지 말고 차라리 부부가 함께 집을 비우는 일을 말아야 한다. 꼭 같이 나가야 할 때는 반드시 동행을 해야 한다. 어린 아이 손잡고 밖에 나갈 때 행복한 미소를 짓던 부모가 장애아이 손잡고 밖에 나가는 일을 꺼린다면 이중적인 삶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김 목사께서 "다른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는 말에는 화가 치민다. 정말 몰라서 그렇단 말인가. 김 목사의 경우보다 훨씬 중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 부모들과 사역자들이 많다. 어떤 아이는 머리로 벽을 찧곤 해서 머리에 헬멧을 씌어 놓아야 할 만큼 중한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고 쇠사슬로 묶어 놓지는 않는다. 대신 누군가 곁에 있다. 여기서 누군가란 학교 가는 시간을 빼놓고는 대부분 부모의 몫이다. 쇠사슬로 묶어 놓고 두 분이 꼭 나가셔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두 분이 꼭 심방을 해야 한다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시고 그것이 심방에 방해가 된다면 혼자 다니면 될 일인데.

아들을 더 큰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사슬을 묶었다는 변명은 변명이 아니다. 마치 장애인들은 사회에 나가면 범죄인이 된다는 뉘앙스가 있어 듣기 거북하다. 나는 김 목사 부부를 질타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다만 우리의 현실이기에 함께 아파할 뿐이다. 진용이가 장애인이 아니고 이를 다루는 사람들이 장애인인 것 같다.

(사진으로 본 진용이는 다운증후군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데가 있다. 정말로 정확한 진단명이 다운신드롬인지 알고 싶다. 정신지체장애인을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부모도 혼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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