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결산⑦/ 총정리

이번 총회는 한국의 주요 장로교단들이 총회 개회예배를 공동으로 드리면서 시작해, 첫 출발이 좋았다. 어느때보다 한국교회 연합에 대한 기대도 컸고, 장로교 일치와 연합 분위기도 고조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선 장로교 일치와 연합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9개 교단통합으로 이뤄진 예장 개혁총회가 다시 분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통합될 듯 했던 예장 대신총회와 합동정통 총회도 교단통합을 미뤄 사안별로는 서로 하나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 한국기독교연합준비위원회가 추진한 교단중심의 새 연합기구 출범도 저조한 반응을 보였다. 예장 합동과 기장, 합동정통 정도에서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 뿐,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총회에 상정조차 안하거나, 보류, 부결시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혁적인 면에서도 수준이하였다. 담임목사 세습문제가 교계 핫 이슈로 떠올랐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다룬 교단은 한 곳도 없었다. 교회운영의 민주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목사 장로 임기제 도입이 기장과 기성 두군데에 상정됐었는데 모두 부결됐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현대어법에 맞게 고쳐쓰자는 헌의안들도 모두 부결됐다. 예장 통합총회는 앞으로 10년동안 이같은 안은 아예 상정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며 못을 박았다.
교단장 선거를 둘러싼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예장 통합총회에서는 부총회장에 당선된 최병두 목사가 돈을 썼다는 폭로가 뒤따랐고, 결국 총회 말미에 본회의에서 거론되기도 했으나, "절대 그런 일이 없다""다른 후보의 돈인 것으로 안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결국 금권, 타락선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제비뽑기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예장 합동총회에서는 내년부터 제비뽑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예장 통합총회도 앞으로 1년동안 연구해보도록 결정했다. 얼마나 타락했고, 얼마나 고쳐지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신성한 한 표마저 포기하려고 하는지 안타깝다.
올 총회는 교회연합이나 개혁적인 면에서는 기대 이하였다. 반면 각 교단들은 교단 내부적인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장 통합총회는 기구개혁안을 통과과시켜 '정책 총회, 사업 노회'로의 방향전환을 분명히 했고, 예장 합동총회는 오랜 진통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총신대 문제를 다뤄, 총장을 선출하고, 이사회 전원을 새로 구성하기로 하는 한편, 문제가 된 3인 교수에 대해서는 신학수련을 갖도록 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했다.
기장은 총무선출에, 예장 고신총회는 복음병원 문제에, 기성은 지역총회나 여성안수 등 헌법개정안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올 총회는 새 천년을 맞아 처음 열린 총회로 많은 기대를 갖게 했으나, 결과는 개혁의지가 실종되고 미래비젼을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총회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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