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 교단의 총회, 특히 장로교단들의 총회는 첫 시작부터 화려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에 가입된 왠만한 장로교단들은 모두 9월 25일 소망교회에서 열리는 예장 통합측 개회예배에 함께 참석해 장로교 총회 공동개회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같은 공동 개회예배는 상징적이나마 장로교 일치와 연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날 총회 개회예배는 예장 통합은 물론, 예장 합동과 고신, 대신, 기독교장로회 등 주요 장로교단 총회장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한 목소리로 예배를 드렸고, 성찬식까지 나눠 한 형제요, 그리스도의 한 지체임을 고백했다.

이날 공동 개회예배에서 각 장로교단 총대들은 참회의 기도를 통해 신사참배와 교단 분열, 그리고 예언자적 소명을 감당하지 못했음을 회개했으며, 이규호 예장 통합측 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을 힘입어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함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회 전체를 놓고 보면 장로교 연합과 일치에 대한 진정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장로교 일치를 향한 마음은 총회 개회예배 때에만 국한 됐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저 총회장들 얼굴만 내미는 총회장들의 공동예배로 끝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이같은 우려는, 우선 각 장로교단들이 개회예배를 공동으로 드리는 등 장로교 일치와 연합에 대한 상징적인 노력은 기울였지만, 구체적인 안건처리에 있어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각 장로교단 총회에 앞서 '한국연합장로교회' 연구를 위한 위원회 조직을 승인해 줄 것과 각 교단에서 연구위원 2명씩을 파송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번 총회에서 이 안건을 다룬 교단은 없었다. 다만 새로 구성된 임원회가 미진 안건을 처리하는 관례에 따라 각 장로교단 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로교단들이 상징적인 공동예배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연합장로교회' 연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앞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럽다.
두 번째는 장로교단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다. 2년전 교단분열의 아픔을 극복하고 9개 교단이 하나가 되었다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난리(?)를 치던 예장 개혁총회가 결국 세력간의 다툼으로 분열되고 만 것이다.

예장 개혁총회는 그동안 외부세력+변남주 목사 연합세력과 중부권 조경대 목사측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번 총회에서 그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갈라서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균형을 유지해왔던 변한규 목사측이 의외로 중부권 조경대 목사측을 지지하고 나서 세균형에 있어서는 변한규, 조경대 목사 세력이 훨씬 앞서는 모습을 띠었다.

또 하나 더 아쉬운 것은 기대를 모았던 예장 대신총회와 합동정통총회간의 통합이 불발되고 만 것이다. 두 교단 지도부는 1년전부터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랫동안 통합 작업을 벌여, 올해 총회에서 통합을 선언하고, 올 해 안에 통합총회를 치룬다는 일정까지 만들었으나, 예장 대신총회 안에서 일어난 일부 반대의사가 이를 가로막고 말았다. 또 두 교단간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도 한 몫을 했다. 하나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양보하는 것인데,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교단은 모두 통합전권위원회를 계속 존속시켜서 내년을 기약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두고 볼 일이다.

장로교 일치와 연합 문에 있어서는 총회 공동 개회예배로 그나마 체면치레한 총회였다. 장로교 일치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고, 기껏 합쳐놓은 교단을 분열시키고, 하나가 된다고 하던 교단들은 각각 제갈길로 가고... 장로교 일치와 연합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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