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부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아내는 자신도 불편한 몸이었으나 남편의 병수발을 정성껏 하였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하여 사람들은 효부상을 주어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 밥상머리에서 아내는 쓰러졌습니다. 남편은 누워서 아내의 죽음을 보았던지 그 충격을 못 이겨 함께 죽음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전한 기자는 쓸쓸한 죽음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노인들만의 죽음이었으므로 쓸쓸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대 꼭 쓸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홀로 살아가시는 어머니를 보아왔으므로 저에겐 부부가 함께 죽음을 맞는 데 대한 남다른 생각이 든 것입니다.
사랑하여 결혼하고, 함께 가정을 꾸리며, 고락을 평생 나눈 부부에게서 어쩌면 마지막 소원이란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부부란 흔하지 않습니다. 사고를 함께 당하기 전에는 어렵지요. 하물며 아내의 죽음 앞에서 그 슬픔에 겨워 충격을 받아 세상을 떠나는 남편을 보기란 더욱 어렵지요. 그러므로 그들의 동반 죽음은 어쩌면 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며칠 전 또 하나의 뉴스는 저의 이런 마음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50년 동안 해로하였던 어느 시인이 아내와의 사별에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한 뒤, 아내의 길을 뒤따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가을, 작은 소원을 빌어봅니다.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죽음조차 함께 맞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