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인 참여정부의 신행정 수도안, 그리고 경기침체 문제의 해결사로 등장시킨 참여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핵심에 있는 기업 도시안은, 기본적으로 토지불로소득의 사회적 환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는 단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도시 건설의 선구자로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온 에베네저 하워드(Ebenezer Howard, 1850-1928, 영국의 도시계획가)가 지대의 사회적 환수를 통해 시 재정을 충당하자고 주창했던 '전원도시'(Garden City)를 통해 행정수도와 기업도시를 비롯하여 각종 신도시의 토지대책에 대한 바람직한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에베네저 하워드와 헨리 조지

하워드는 국제 전원도시와 도시계획협회의 초대회장을 지냈고, 그가 건설한 웰윈 전원도시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는데, 눈을 감기 한 해 전인 1927년 정부로부터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나이트 작위를 받았다. 레치워스의 하워드 공원(Howard Park)과 웰윈의 하워즈 게이트(Howard's gate)에 그의 기념비가 남아있다.

지대조세제를 통해 지대의 사회적 환수를 주창했던 미국의 헨리 조지는 이미 1881년에 「아일랜드의 토지문제」라는 책을 썼고, ‘아이리쉬 월드’ 신문의 특파원으로 아일랜드와 영국에 파견되어 1년 간 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청중을 열광시켰고, 영향력 있는 지지자들도 얻었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영국 내에 헨리 조지의 주장을 따르는 서클이 생겨나게 되었다. 바로 이 서클이 그 당시 토지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온건한 개혁주의자들과 중복됐다. 하워드는 이 서클에서 헨리 조지의 지대조세제를 공부하면서 헨리 조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하워드는 개혁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개혁가는 제일 먼저 인류를 위하여 지구를 최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우리들의 친우인 사회주의자들은 본질적인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의 공언된 이상은 사회를 토지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며, 모든 생산의 수단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계획의 이 두 가지 요소를 이행하는 데에 너무 노력하는 나머지, 토지문제의 특별한 중요성을 고려하는 데에 너무 느렸으며, 따라서 개혁의 진정한 길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하워드는 '진정한 개혁에 이르는 평화로운 길'을 헨리 조지처럼 토지를 중심으로 주장하였던 것이다.

전원도시(田園都市, Garden City)

1919년 '전원도시 및 도시계획협회'에 의하여 채택된 전원도시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원도시는 건강한 생활과 산업을 위하여 설계된 도시다. 그 규모는 완전한 사회생활의 영위가 가능한 규모이며 그 이상 크지 않으며 농촌지대로 둘러싸여 있다. 토지의 전부가 공유되어 있거나 커뮤니티에 수탁되어 있다."

하워드가 활동했던 당시 영국의 도시문제와 농촌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특히 인클로저 운동이 일어나면서, 토지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도시의 과밀화와 농촌의 황폐화를 초래했다. 대도시 내에는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강 언덕에 수백만의 빈민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집들은 불결했고 하수는 잘 빠지지 않았다. 또 농업지역에서도 60% 이상이 60세 이상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하워드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했다. 하워드의 다음 저술에서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다. "어떻게 사람들을 땅(하늘이 지붕이 되고, 바람이 솔솔 불며, 태양이 따뜻하게 비치며, 비와 이슬이 적시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땅, 이것은 바로 신이 인간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임)으로 복귀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열쇠는 그야말로 모든 문제에 대한 마스터키인 것이다." 결국 하워드는 농촌과 도시의 결합을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전원도시다.

전원도시의 핵심 원칙

- 완전한 도시를 이루는 한 요소로써 농업을 위하여 사용되도록 영구적인 공지의 띠를 마련한 것:오늘날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 이 토지를 도시내부로부터 물리적인 확산이나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규제를 받지 않은 도시개발의 침입을 제한하는 데 이용.

- 도시자치기구가 전 도시구역을 영구히 소유하여 통제하며 개인에게 임대하는 방법으로 토지를 분배하는 것: 토지의 공유 및 임대

- 정해진 성장의 한계에 달할 때까지 도시의 번영과 성장으로 생기는 불로소득을 커뮤니티를 위하여 유보하는 것: 토지불로소득의 사회적 환수

- 그 지역에서 당초 계획된 수대로 인구를 제한하는 것: 계획인구를 최대인구로 봄.
- 그 지역인구의 대부분을 유지시킬 수 있는 산업이 새로 건설된 도시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 기존 토지와 사회시설이 점유되는 대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설립하도록 예비하여 놓을 것.

전원도시의 토지 대책

- 6000에이커(약 736만평, 24.3㎢)의 순수한 농경지를 에이커 당 40파운드 총액 240000 파운드에 공개시장에서 매입한 것으로 가정한다.

- 토지는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성실성과 명예를 의심할 수 없는 네 명의 신사의 이름으로 법률상 귀속된다.

- 처음에는 돈을 빌린 자에게 담보물로 위탁되어 있다가, 다음에는 그 토지 위에 전원도시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에게 위탁한다.

- 매년 토지평가에 따른 지대(地代, 토지사용의 대가)는 수탁자(전원도시를 건설하는 사람들, 또는 공동체)에게 지불해야 한다.

- 수탁자는 이자와 감채적립금을 제하고 잔액을 새로운 시자치기구의 중앙평의회에 내어준다. 이 돈은 이 평의회에 의하여 도로, 학교, 공원 등 필요한 공공시설의 건설 및 유지에 사용한다.

전원도시의 재정 수입

하워드는 도시의 재정수입은 지대로부터만 얻는다고 말하고, 이러한 지대수입으로 ①토지매입비에 대한 이자의 지불 ②원금상환을 위한 감채기금 준비 ③자치체나 지방행정 당국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부가되어 통상적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 공공시설의 건설 및 유지비 ④ (사채상환 후) 노령연금이나 재해와 질병보험 등의 목적을 위한 많은 잉여금의 준비에 충분하다고 증명하고 있다.

지대만으로도 세입이 충분한 이유는 ①처음부터 싼 농경지를 구입하였고, ②전원도시가 갖는 매력으로 인해 전원도시 건설과 경영에 충분한 인구와 산업이 이주하여 그만큼 지대는 충분히 상승하며, ③농부들도 잘 계획된 하수처리 시스템, 기차와 도로에 의한 원거리 시장으로의 수송의 독자적 편의, 토지 보유조건이 최대한의 경작을 고무하기 때문에 기꺼이 상승하는 지대를 내려고 하고, ④자치제의 지출계정에서 보상의 대가로 지주의 지대로 지출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시설(도시기반시설)의 건설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워드의 전원도시안의 영향

- 1899년 열성적인 사람들 규합, 전원도시협회 결성.
- 1900년에 세워진 미국의 토지단일세 시범마을인 아든 마을의 3분의 1이 신록과 삼림과 도로로서 열린 공간이 됨.
- 1920년 최초의 전원도시 레치워스 건설.
- 1933년 두 번째 전원도시 웰윈 건설.
- 1944년 도시 및 지역계획법(The Town and Country Planning Act) 제정함. 이 법을 통해 영국정부는 공식적으로 과밀한 도시들을 분산하는 원칙, 과잉 인구와 산업을 새로운 생활과 일터의 중심지로 분산하는 원칙, 도시를 분리하는 넓은 대상의 농촌지역을 그린벨트로 묶어두는 원칙을 채택함.

- 1944년 패트릭 아버크롬비의 대런던계획에 영향을 줌 ;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런던 재건을 위한 대런던계획에 그린벨트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였고, 그린벨트 외곽에 8개의 신도시를 제안함.

- 이후 전원도시안은 위성도시 또는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주었으며, 우리나라는 반월공단이 최초의 신도시에 해당하고, 최근에는 과천, 일산, 분당 등이 이러한 영향을 받아 수도권 주위에 건설됨.

전원도시에 기초한 신행정수도 토지대책의 원칙

전원도시에 기초한 신행정수도 토지대책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이하의 원칙들을 준용하여 기업도시를 비롯한 각종 신도시 토지대책의 바람직한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우선 신행정수도 건설 예정지의 토지를 매수 또는 수용한다. 매수대금과 수용보상금은 채권을 발행하여 지불하고, 이자와 원금을 연차적으로 갚아나간다. 다만 행정수도 예정지의 지가가 그다지 높지 않으면 현금으로 매수 또는 보상해도 좋을 것이고, 토지교환도 고려할 수 있다.

- 토지 매수가격 내지 수용보상금은 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나오기 전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7조 제2항에 "보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당해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토지 등의 가격에 변동이 있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또 동법 제69조에는 보상채권 발행 근거도 있다.

- 일단 매수 내지 수용한 토지는 매각하지 않고, 민간용 토지는 장기임대하거나 개발자에게 지상권을 설정하고 시장 수준의 지대를 징수한다. 지대는 1년마다 개발이 완료되면 3년 정도의 간격으로 평가한다.

- 지대수입, 현 정부청사 매각대금, 국내외 차입금, 정부보조금으로 공공시설과 새 정부청사의 건설비용 및 토지취득비의 원금과 이자에 충당한다. 수입과 비용의 크기는 행정수도 건설 후보지가 선정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지만, 행정수도 건설이 진행됨에 따라 지대수입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차입금 및 정부보조금 부담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 민간 개발자와 입주자에게 건설 및 입주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일정기간 (예를 들면 10년간)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을 감면한다. 일반적으로 조세를 감면하면 감면액의 상당부분이 토지임대가치 상승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수감소 문제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조세감면 조치를 언제까지 시행하는가 하는 문제는 재정수입과 부담을 비교하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참고도서: 조성찬, 「전원도시에서의 토지제도」(제11회 성경적 토지학교 자료집), 2001. 8. 김윤상, 「토지공개념과 지대조세제」2003. 

(이 글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의 조성찬 연구원(국토연구원)과 김윤상 교수(경북대 행정학과)의 글을 논리적 순서에 맞게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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