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자유, 아이들에게서 하나님 나라를 본다.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사진제공
  
10월은 어영부영 지나간다. 5주나 있는데 이제 한주밖에 남지 않았다. 참 시간 빠르다. 교회 행사 따라가고 있자니 더 빠르다. 10월 10일 주일은 추수감사절 예배로 드렸다. 그리고 점심 먹고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했다. 10월 17일 주일은 자연 예배로 드렸다. 가까이 시흥에 있는 옥구 공원에 다녀왔다. 볕 좋은 가을에 찾은 공원은 정말 환상이다. 그러고 나서 달력을 보니 벌써 10월이 다 가버렸다. 허 참! 

누구는 싱숭생숭하고, 누구는 눈물 나고, 누구는 옆구리가 시리다고 하지만 근자 들어 가을이 좋아졌다. 파란 하늘 멍 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잦다. 이상야릇한 냄새 풍기는 은행 알 발로 뭉개고,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잎 생김새 살피는 재미도 있다. 가을바람 들이키며 아들 손목잡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 봄과 다른 가을볕의 따스함에 잠시 게을러지고도 싶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이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은 지금 여기를 누리지 못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가을이고, 난 더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가을에 난 행복하다.

▲ 네 아이 네 아이가 없다. 다 우리의 아이들 일뿐이다.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사진제공

옥구 공원은 두 번째다. 지난 봄에 한 번 왔었다. 그런데 비가 와서 점심만 후딱 먹고 와버렸다. 제대로 공원을 즐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날이 얼마나 청명하던지. 이런 계절, 이런 날에 건물에 처박혀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나님 만드신 자연이 과연 좋다. 봄이나 가을에는 내내 그냥 밖에서 예배하고, 늘어지게 낮잠 자고, 아이들과 신나게 공 찼으면 좋겠다. 예전에 한 몇 년 가정 교회 할 때는 그랬다. 어지간하면 짐 싸들고 놀러갔다. 식구가 단출하니 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서 예배했다. 참 좋았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밖에서 뭉쳤다. 예배드린 후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맛있었다. 김밥, 흰 쌀밥, 배추쌈, 연시, 배, 오렌지까지. 한바탕 수다에 맛난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뒹굴기 시작했다. 이리 저리 화제를 바꿔가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넓디넓은 잔디밭을 누비며 공도 차고, 칼싸움도 했다. 더러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나는 홍휘와 함께 잔디에 누웠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얼굴을 보니, 가을볕에 얼굴이 우습게 타버렸다.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쉬웠던 사람들이 있었을까! 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훨씬 더 좋았다. 자유로움과 허허로움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라야 좋은 것이다. 자고로 그게 진짜 교제다. 짜놓고 덤비면 부담스럽다. 그것은 교제가 아니라 일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밥 먹어도 자연스럽고, 말해도 자연스럽고, 사랑해도 자연스럽고, 웃어도 자연스럽고, 울어도 자연스럽고, 책 읽어도 자연스럽고, 공부해도 자연스럽고, 기도해도 자연스럽고, 잠을 자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교제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식하라고 했는데 일이 되면 하나님이 속상하다.

현대 교회가 상실한 것이 있다. 바로 자연스러운 교제다. 교제는 공동체의 알파와 오메가다. 교제가 상실되면 그것은 더는 교회가 아니다. 아무리 기름칠을 해대도 소생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모이고, 울고 웃다가 세월이 간다. 그렇게 해서 여무는 것이 공동체고 신앙이다. 신앙의 성숙은 공동체 안에서 누리는 자연스런 교제에 기초한다. 자연스러운 교제가 상실된 교회를 회생시키려니, 조직과 행정이 발달한다. 우리 교회를 생각한다. 우리 서로 보고 싶으면 보고,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교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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