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토론을 보면 나는 매우 희망을 느낀다. 언제 우리 민족이 예전 같으면 입도 벙긋 못한 문제를 열 올리며 말한 적이 있던가. 우리 사회에 이토록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고, 이것 때문에 미래는  밝다. 그러므로 좀 힘들더라도 희망을 갖고 더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해서 서로를 알아가자. 

그러나 교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갖고 정치적 싸움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몫이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편을 만들거나 그것으로 힘을 구축하여 내가 추구하는 왕국을 세우려는 것은 그리스도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치적 행보에 지나치게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집단행위는 자칫 정치에 편승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니 한국교회는 이미 정치인들의 싸움에 어느 편이든 서 있다. 그러나 정치에 편승해서는 하나님나라를 이룰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양비론을 펴자는 것은 아니다. 양 쪽 다 잘못했다고 하면서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거나 고난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다. 그런 양비론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그리스도인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예수께서도 '예, 아니오'를 분명히 하라고 말씀하셨다.

내 목회 현장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으로 인한 충돌이 있다. 그럴수록 교회에서는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믿음을 갖고 열린 토론과 나눔으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한다. 세상에서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는 이유에는 이익과 힘(Power)의 문제가 얽혀있다. 그러나 교회가 꿈꾸는 것은 진리가 우선이기에 하나될 수 있다.

문제는 교회 안에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부패가 교회에도 있다. 세속정치에 깊이 물들어 인기와 부와 힘으로 성을 쌓는다. 교회가 약삭빠르게 현 사회의 흐름과 제도에 순응하고 편승한다면 사명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부터 베옷을 입고 마음을 찢는 회개운동을 벌여야 한다.

사회는 활발한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데, 교회여 더는 냄새나는 구정물을 뿌려 갈등을 부추기지 말자. 오히려 그들이 정치적 논쟁으로 저마다 이익을 추구하다 대립할 때 화합의 도구가 되자. 

예수 그리스도처럼 평화를 위해 실패의 자리에 서고, 스스로 죄인이 되어 십자가의 피를 흘리는 것, 바로 그것이 힘을 추구하는 세속적 정치에 맞서 하나님나라의 승리로 가는 길이다. 세상이 추구하는 정치적 행보를 멈추고 실패하더라도 진리의 자리에 서자. 평화와 성령의 바람이 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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