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에 써 놓은 함께가는공동체교회와 홈페이지가 전부다. ⓒ이창열

월요일 오후, 교회당에서 기도한 후에 훠이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안은 매우 조용했다. 드문드문 창밖에서 낮선 사람들의 음성이 들려올 뿐, 교회당 내부는 고요했다. 어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찬양하고 예배드리고, 수다 떨고 장난쳤던 공간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적막이다. 교회당 창문에 붙어있는 글씨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함께가는공동체교회'.  그러자 문득 얼마 전 아래층에 새로 입주한 미용실 아주머니께서 이발하러 간 나에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목사님, 목사님 교회는 이단 아니지요?"
"예! 아니, 왜 그러시죠?"
"미용실에 오는 사람들 중에 어떤 분이 묻더라고요. 위층 교회는 교회 종탑도 없고 교회 간판도 없으니 이단이 아닌가 싶다고요. 사실 동네 사람들 중에 위에 있는 교회가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래요? 우리 교회는 이단이 아닌데…."

▲ 예배 후에는 예배당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린다. ⓒ이창열

정색하며 대답하는 것도 멋쩍고 해서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답을 해 주었지만, 마음이 편할 리 있겠는가! 갑자기 교회는 이단이 되고 나는 이단 교회 목사가 되어 버렸으니! 모든 성도들이 지금 자리를 잡은 이곳 독산3동으로 교회당을 이전하면서 한마음으로 기도한 것이 있다. 바로 이곳 주민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는 교회가 되자는 것. 그런데 아뿔싸. 이단이라니. 나는 미용사 아주머니에게 우리 교회가 왜 십자가를 세우지 않고, 간판을 달지 않았는지 간략하게나마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 이해를 하셨는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런데 하나님의 교회가 간판이나 십자가, 종탑 따위로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가. 분명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하나님의 교회는 결코 간판이나 십자가나 종탑이 아니라 자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생활과 실천으로 묵묵히 이웃에게 드러낼 때 진정으로 알려지는 것이리라!

우리 성도들은 교회당에 간판이나 십자가 없는 것을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가 뭔지를 알기 때문이다. 교회는 건물도 조직도 아닌 바로 당신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교회당 이전 후에도 간판을 붙이자거나 십자가를 세우자거나, 아니면 종탑을 올리자 하는 일체의 논의가 없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감사하게 여긴다. 그런데 간판과 십자가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이단으로 오해 받는 교회가 되었으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그 사실을 몇몇 성도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운영위원회는 그마저도 교회당 창문에 붙어 있는 '함께가는공동체교회'라는 교회 이름 위에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글자를 써 붙이기도 하고, 예배 시간만을 함께 붙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버렸다. 이단 소동으로 심하게 마음 졸였던 것과는 달리 별 동요 없이 의외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교회는 간판도 십자가도 종탑도 없는 채로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가는공동체교회가 독산3동에 자리하고 있음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우리 교회가 이단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어떻게? 눈에 보이는 간판이나 십자가, 종탑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돕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공부방을 시작함으로써.

지난 교회운영회의에서 내년 초부터는 '함께가는공부방' 문을 열기로 합의했다. 아마 얼마 후에는 주중에도 고요한 예배당이 될 수는 없을 듯싶다. 그래, 요즘 마음만은 그 일로 분주하다. 우리 공부방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가는 참 세상을 여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 하는 이 일로 이단 아닌 정통교회가 독산3동에 있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드러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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