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성미가 급한 분이셨다. 그분의 어록을 읽어보면 '인내하라' '기다리라'란 단어보다는 '무엇을 하라'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분은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말보다 행동이 먼저 따르는 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 분의 첫째 기적인 포도주를 만드는 이적도 '무엇을 어떻게 하면'이란 조건이나 '누가 무엇을 부탁해서'가 아니라 그분 스스로 그리고 즉석에서 이루어 낸 것이다.

되풀이해서 나오는 병자를 고치는 기적들도 그렇다. 그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참고 기다리라'라는 식으로 환자를 고치지 않는다. 가슴 아픈 장면에 부딪힐 때 아무 조건 없이 즉석에서 치유를 행하곤 했다. 심지어 안식일에도 병자를 고쳐 그 때문에 율법을 따르는 이들에게 욕을 먹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자신의 그런 행위가 문제를 만들 것이란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분에겐 앞뒤를 따지는 것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픔에 대한 연민이 더 앞섰던 것이다.

오병이어의 기적도 그러하다. 서로 다른 복음서에 규모가 다르게 기술되어 있긴 하지만 그가 사람들을 먹인 장면은 공생애 기간 중에 아마도 한 번 있었던 것 같다. 복음서의 문맥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가 사람들을 먹이는 일도 즉흥적이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허기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가 그가 그 일을 행한 유일한 이유이다. 자주 행할 수 없는 일이라면 더 신중하게 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의 비유들 중에도 적극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대목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달란트 가진 자의 비유에서도 그는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적은 달란트를 가진 사람의 것까지 주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달란트는 능력이나 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밭'에 대한 비유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마음 밭으로만 해석해서 얼마나 교리적 기독교를 잘 받아들이느냐로 해석할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한 마음 밭은 자신이 공생애 기간 동안 이루려 했던 일들이다. 자신이 걷는 길들을 위해 얼마나 성실히 노력하느냐는 비유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가 세리를 용서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세리에게 '어떻게 하면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를 보러 나무위에 올라앉은 세리의 마음을 보고 즉석에서 그를 용서하고 그의 집에서 거한다. 그는 이적을 행하거나 말을 하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다. 그 모든 행동이 그를 따르는 예수의 무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그는 아무런 망설임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처음 제자들을 불러 모을 때부터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

그리고 그가 최후를 맞는 예루살렘 입성도 마찬가지다. 긴 공생애 여정의 마지막에 예루살렘으로 향할 때에도 그는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담담하다. 오히려 예루살렘의 권세를 가진 자들을 자극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벌인다. 그는 유례없이 과격한 방법으로 성전을 청소했고 예루살렘에 깃들어 있을 수많은 '귀'를 의식하지 않고 그가 행하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행한다. 그리고 죽음을 향한 마지막 행진을 시작한다.

그는 죽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처절한 죽음을 맞음으로 그의 공생애를 완성했다. 그의 뒤를 따라 많은 제자들과 예수의 무리들이 죽음을 당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길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비의 길이다. 그 길은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마저도 불사한다. 그래서 예수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기부하는 한 노파를 보고 말리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한다. 올바른 것을 위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의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살아가고 있다. 경제난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예수가 싫어할 많은 일들에 대해서 양보하고 많은 일들에 대해 타협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독교인들은 그것들을 지키고 옹호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들에게 예수는 무어라고 할 것인가. '나는 너희를 모른다.' 혹시 예수는 그들에게 그렇게 답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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