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신앙적·생태적·사회변화 운동

▲ 오늘날 기독교 사회운동이 하나님나라를 갈망하기보다 현실 사회구조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의의 영성을 존재론적 차원에서 말할 때 '정의'는 단순히 사회의 불의한 구조를 개혁하고, 억압받는 사회계층을 옹호하는 일련의 행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영성의 차원을 간과하지 않는다. 곧 정의의 영성은 사회적 정의를 올바르게 실현하려 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정의로운 관계를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정의의 영성은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정상화를 의미한다. 그것은 정의(正義)라는 개념이 인간의 총체적 생명력과 관련되어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한 인간이 생명 있는 존재로 살아갈 때 생명을 생명답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인 '신앙적 관계'에서 불의한 영(靈)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벽을 만들어 서로 관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인 '우주적 관계'에서 불의한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인 '사회적 관계'에서 불의한 구조는 인간의 생명력을 억압한다.

신앙적 관계에서 정의는 불의한 영의 기운을 몰아내는 신앙운동으로 나타나야 하고, 자연 우주적 관계에서 정의는 온 생명의 관계를 회복하는 생태학적 정의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 불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정의는 사회변화 운동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존재의 영성으로서 정의의 영성은 이 세 가지 실재와 상호관계 모두에 관계를 갖는다.

사회 변화에만 집중해 새로운 전망을 갖지 못하는 기독교사회운동

정의의 영성을 '됨(Being)'의 영성으로 이해할 때 중요한 사실은 정의의 영성은 정의를 굶주려 하고 정의에 갈증을 느끼는, 정의를 갈망(渴望)하는 영성이라는 사실이다. 곧 정의의 영성은 정의를 위한 실천적인 행동 이전에 정의 그 자체에 대해 내 존재가 갈증을 느끼고 배고픔을 느끼는 존재의 영성이다.

'몸이 목말라 한다, 몸이 갈증한다'는 표현이 있다. 입의 갈증 해소로는 만족하지 않고 온몸의 해갈을 기다리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전 존재가 정의를 목말라하고 정의가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것이 바로 정의의 영성의 핵심이다. 내 영혼이 정의를 갈망하는 그 마음의 절박감은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삶 속에 배어나기 마련이다. 밥 먹는 와중에도, 설거지하는 시간에도, 혹은 학교나 회사의 어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정의에 대한 갈망은 멈출 수 없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진리가 실현되고, 옳은 일이 일어나고 거짓과 불의가 사라지기를 온몸으로 간절하게 소망하는 것, 그런 갈망이 내 존재 안에서 먼저 일어나야 한다. 만약 자신의 존재가 정의를 갈망하는 삶으로 엮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의를 세우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천적인 해방운동에 뛰어든다면 자신의 힘은 금방 소진될 위험이 있다.

정의에 대한 갈망이 빈약한 상태에서 해방적 실천은 한 때 뜨거움은 있을 수 있지만 깊이가 없고 오래가지 못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정의의 삶을 추동하는 동력이 정의를 갈망하는 '존재의 필연(必然)'에서 출발하지 않고 그때그때 요구되는 '시대의 당연(當然)'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의 실천활동이 약화되고 변질되기 쉬운 것이다.

▲ 김진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오늘날 실천운동이 약화되고 있는 기독교 사회운동의 변화는 정의를 갈망하는 영성이 약화되었음을 뜻한다. 동시에 그 갈망이 궁극적으로 하나님나라에 있지 않고 현실 사회구조의 변화 현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망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옳은 일, 정의에 대한 굶주림은 곧 하나님나라에 대한 굶주림이다. 하나님나라의 현실성은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나라는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존재의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따라 새롭게 변화되는 존재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

엔크리스토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진의 영성이야기' 「팔복의 영성」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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