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예배를 위해 아이들을 예배당 밖으로 내몰거나 유아실에 가두어 두는 폭력 대신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예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박병우

지난 한 주간 교회의 배려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나 홀로 휴가였다. 네 살 난 아들은 언제나 휴가이고, 아내는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가가 없었다. 재미있었겠는가? 혼자일 때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곧잘 혼자 여행도 다니고 잘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전혀 재미있지가 않다. 아내와 함께 한 세월이 짧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아이와 같이 아내와 함께 있을 때면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 심지어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어도 함께만 있으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혼자서 휴가를 보내야 한다니! 얼마나 막막했을지 상상이 되는가!

그래도 기왕 주어진 휴가인데, 그냥 지낼 수는 없었다.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 가기로 했다. 물론 아들도 함께. 젖을 떼고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아들과 함께 집 나서는 것이 이제는 겁나지 않는다.

태어난 뒤 1년 동안은 아내가 키웠지만, 4살이 될 때까지 아들은 내가 도맡아 키웠다. 아내는 직장을 다녔고, 나는 육아와 살림을 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 중에는 상당수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어 놀라웠다. 더러는 육아 일기를 쓰라고 부추길 정도였다. 그렇게 아들을 키웠다. 그리고 이번 휴가에는 단 둘이 부산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으니 얼마나 감회가 남달랐겠는가!

부산에 가기 전에 친구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에 들렀다. 지방에 내려간 지 2년이 채 안되었는데, 다시 임지를 옮긴다기에, 또 휴가 때 놀러오라고 당부를 해서 겸사겸사 들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내려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교회에 부흥회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새벽부터 밤늦도록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목사의 일생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밤이 늦어 들어온 친구와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역자들 사이의 인간관계에 지치고, 담임목사에게 실망하고, 비전 없이 굴러가는 교회가 힘에 버거운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 시리게 사무쳤다.

아이들은 떠들고, 어른들은 침묵하는 교회가 진짜 교회

다음날, 세미나에 참석하고 밥을 먹자는 친구 목사의 권유에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다. 친구도 딸이 하나 있고, 나도 아들이 하나 있지 않은가! 그날따라 유아실의 스피커가 고장이 난 것이다.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어려운 성서 한 권을 정해서 그 전체를 잘 해설해 준 세미나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왜 아이들이겠는가? 어른들처럼 조용하지 못하니 아이들 아니겠는가? 생명이 들쑤시니 마구 돌아다니고 소리를 질러야만 하는 아이들. 1층을 피해 2층으로 피난을 갔지만, 아이들 소리에 결국 당회장 목사님이 아래 목사님에게 문자를 날렸다. 아이들 좀 조용히 시켜!

결국, 나는 사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쫓겨났다. 그리고 벌써 쫓겨나 있던 아이들 몇 명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사모님 말에 그 교회는 아이들이 떠드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우리 교회는 조용하면 은혜가 안 되는데." 실제 우리 교회는 조용하면 문제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예배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 중에는 발달장애아들도 포함되어 있고, 내 아들을 포함해서 4, 5세 정도의 말썽꾸러기들이 몇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편의를 위해 아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생명의 소리를 소음으로 치부하는 돼먹지 못한 제도 교회의 단면을 몸소 경험하니 씁쓸했다.

교회에 아이들 소리가 사리지면, 그 교회의 내일은 무덤이다. 아이들 소리를 생명의 소리요, 하나님의 소리로 듣는 귀가 없는 교회 역시 그럴 것이다. 들을 만한 귀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이들 떠드는 소리는 잡음으로 들리겠지만, 영적인 귀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 소리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리는 법이다.

백날 성서 갖다 놓고 강해니, 세미나니, 설교니, 주해니, 별의 별 난리를 다 친다고 해도, 살아 있는 귀한 생명의 소리를 무익한 잡음으로 취급하는 교회는 더는 하나님의 교회가 아닌 것이다. 아이들의 입을 막기 전에 어른들의 입부터 막아야 수렁에 빠진 이 나라 교회가 회생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가!

아이들은 떠들고, 어른들은 침묵하는 교회가 진짜 교회다. 아, 빨리 교회로 돌아가 아이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곳에서 목청 돋우며 설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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