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역사'라는 말이 주요 화두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고구려 역사왜곡과 일본의 파당적 역사쓰기가 그러하고, 일제시대와 군사독재시대 때 숨겨졌거나 왜곡된 역사를 다시 살펴보자는 논쟁도 역사에 대한 것이다.

역사학자가 아니라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 '역사문제'에 한 마디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 사학자이자 목사인 민경배 교수가 강남의 한 교회에서 한 설교가 논쟁을 불러왔다. 보도된 바로는 민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일제 때 살던 사람들이 일제를 말하여야 한다. 70대 이상이라야 일제를 말할 자격이 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교회를 지켰는데 지금 그 사람들을 향해 친일, 반역이라 말한다. 그때를 살아보기라도 했는가", "친일청산 한다고 하면서 문학, 음악, 언론, 자본, 산업을 다 찾겠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을 먼저 찾아야한다. 그런데 왜 않는가. 간단하다. 없으니 못하는 것이다. 3천만 동포 중에 한사람도 그런 사람이 없었는가. 없었다. 없으니 못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한 일을 가지고 친일청산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교회사학자의 말일 수도 목사의 말일 수도 없다.

이런저런 역사학자들의 말을 따올 필요도 없이 역사학이란 '오늘'에서 '어제'를 바라보고 어제에서 오늘을 비추며 '올제'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어제'라고 우긴다고 '어제'가 아름다운 것이 되지 않고 '오늘'과 '올제'의 우리 삶이 아름답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어제'의 '잘함'과 '못함'을 밝혀 '이제'와 '올제'의 삶을 올곧게 그리고 건강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제'에 살던 사람들이 '어제'를 말해야 하고 '오늘'에 사는 이들이 '어제'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우기는 것은 역사학자의 말이 아니다.

그렇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교회를 지켰다

특히 민 교수가 "친일청산 한다고 하면서 문학, 음악, 언론, 자본, 산업을 다 찾겠다고 한다. 그러나 민족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을 먼저 찾아야한다. 그런데 왜 하지 않는가. 간단하다. 없으니 못하는 것이다. 3천만 동포 중에 한사람도 그런 사람이 없었는가. 없었다. 없으니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어처구니없는 '역사왜곡'이고 국내외에서 독립이다 해방이다 하며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투쟁한 수많은 투사들의 영혼을 죽이는 '만행'이다.

역사학을 빗댄 민 교수의 '역사왜곡'과 '만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교회를 지켰는데 지금 그 사람들을 향해 친일, 반역이라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교회를 지켰다.

어두운 시대에 교회에 나가 민족해방을 기도한 수많은 이름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지켰다. 우리는 그들을 '친일, 반역'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름 있는' 교회지도자들이 친일행각을 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친일, 반역'이라고 규탄하는 것이다.

교회가 앞서 과거의 잘못을 밝히자

현실이니 처세라는 이름으로 시세에 따라 교묘하게 옷을 갈아입고 힘센 자에게 아부하고 아첨하여 자기의 자리를 보전하고 이익을 챙기는 재주꾼과 꽤배기들이 판을 치는 오늘의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서 그 시대의 '이름 있는' 교회지도자들의 친일행위를 우리는 '친일, 반역'이라고 질타하는 것이다.

▲ 박정신 편집인. ⓒ뉴스앤조이 신철민

민 교수는 또한 목사다. 그런데 민 목사는 교회지도자들의 친일행위를 옹호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오히려 민 목사가 일제 때 일부 '이름 있는' 교회지도자들의 친일행위를 말하면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회개하자고 했어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 공동체에서 일고 있는 '일제청산'이라는 역사의 부름에 교회가 앞서 '어제'를 고백하고 '이제'의 옷깃을 여미며 '올제'의 길을 터주자고 하여야 하지 않은가. 이 땅의 교회를 위해서,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서 교회가 앞서 '어제'의 '잘못'을 드러내 놓고 회개하자. 미국의 철학자 조오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na)가 말했다.

"과거를 잊어버리는 자는 그것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박정신 / <뉴스앤조이> 편집인·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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