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언제가 가장 기다려지는가? 열심히 일한 사람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기다린다. 피곤하면 할수록 그렇다. 직장 생활하는 이들에게 일주일 중 가장 즐거운 날은 단연 주말이다. 5일 근무하는 사람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정말 행복해진다. 아내가 일주일에 5일 근무하는 회사에 취직한 지 한 3주 정도 되어간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좋아서 귀에 입이 걸린다.

직장인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때는 단연 휴가기간이다. 철이 조금 지났다고 해야 하나? 요즘이 바로 직장인들에게는 1년에 한번밖에 없는 휴가 기간 아닌가? 우리 성도들 가운데에도 멀리 동해나 강원도를 갔다 온 사람, 유럽 여행을 갔다 온 사람, 그리고 제주도에 갈 사람들이 있다.

한두 달씩 휴가가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일주일 남짓 되도 그게 어디인가? 1년 내내 일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일 걱정일랑 일체 하지 않는 빈 시간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인생에게 주신 선물이다.

수 년 전 일본에서 '가로시'라는 말이 유행했다. 가로시는 한자를 일본 말로 읽은 것인데, 우리말로 읽으면 '과로사'이다. 너무 많이 일해서 죽는 것을 뜻한다.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거나 너무 지쳐서 며칠 집에 누워 있던 중 이렇다 할 병명도 없이 그냥 죽는 것이다. 이게 본래 일본 기업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위 지나친 경쟁과 충성심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 한다. '가로시'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4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가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일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쉬지 못하면 가로시의 위험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그럼 장애 아동을 둔 가정은 어떨까? 혹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장애 아동은 아동대로 피곤하고 그 부모는 부모대로 피곤하다. 특히 우리 교회에 있는 아이들같이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 경우는 더 그렇다. 몸은 큰데도 발달 상태가 더디다. 그래서 덩치는 산만해도 비장애 아동에게 기대하는 것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복지관이나 학교를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일일이 그 부모가 따라다니며 챙겨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만 하면 아이 키우는 것이 수월해지는 비장애 아동을 둔 가족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단연 휴가이다. 쉼이다. 그리고 안식이다. 우리 교회에 속한 성도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장애 아동을 둔 성도들의 삶 속에 침투에 있는 뿌리 깊은 피곤을 목격하면 가슴이 저리다. 저들에게 참된 휴가, 쉼, 안식이 뭘까 생각한다.

힙포의 감독으로서 교회 행정가요 목사요 신학자로 일생을 산 이가 있다. 바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가 남긴 저서가 많다. 그러나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400년경에 쓰인 것으로 자신의 생의 체험을 담은 '고백록'이 아닐까 한다. 고백록에서 그가 쓴 유명한 글귀를 옮겨본다.

"오, 주님. 당신께서 우리를 지으셨으므로 우리가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 우리의 영혼에는 안식이 없나이다." 과거 그의 불안정한 삶과 방황에 기초한 고백이기에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고백이 아닐 수 없다.

▲ 박병우 목사. ⓒ뉴스앤조이
그렇다 하더라도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안식할 때까지 우리 영혼에 안식이 없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이 일 때문에, 장애 아동 때문에, 질병 때문에, 돈 때문에 쉬지 못하는 우리 성도들에게는 과연 어떤 울림을 줄까?

안식일에 안식이 사라진 유대 땅에서 안식일에 안식을 찾아주기 위해 안식일의 도전자로 사셨던 예수님의 생애에서 나는 교회의 진정한 사명을 발견한다. 이 시대의 교회는 터무니없는 교리에 기초하여 끊임없이 죄책감을 재생산하는 대신 그들에게 참된 영혼의 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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