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섬기는 예수님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 교회에 30년이 넘도록 나오신 86세 되신 손필수 할아버님. 이분은 어릴 때 수재에 속할 정도로 머리가 좋으셨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서울로 올라가서 공부하려고 부모님께 졸랐으나 집안 형편으로 뜻을 이루지 못해 고민하다 그만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정상인의 삶은 어려우셨으나 장애를 갖고 있는 분과 결혼을 하여 아들 하나를 두고 외롭고 소외된 생활을 하시는 분이다. 원로목사님께서 사정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며 각별한 사랑을 해줄 것을 부탁하셨지만, 따뜻한 상담 한번 하지 못하고 인사만 하고 지낸 무심한 목사였다.

손 할아버님은 매 주일 빠지지 않고 오셔서 교회 뒤편 구석에 앉으셔서 열심히 찬양을 따라하시며 성경을 펴신다. 일주일에 한번 수유리에서 동대문까지 교회 오시느라 긴 외출을 하신다. 비가 오는 어느 날에는 버스 값을 잃어버리셔서 수유동 댁까지 버스길을 따라 걸어 밤늦게 도착하신 일은 한참 후에 부인에게 들었다. 

얼마 전 그분이 노환으로 눕게 되었고 장애를 갖고 있는 부인이 돌보기 힘들어 우리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들께서 틈틈이 가셔서 목욕을 도와드리며 섬겼다. 특히 가까이 계시는 여 집사님들의 수고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을 것이다. 교회에서 치료비를 대어 11일간 입원하시고 퇴원 뒤 댁에 가실 수 없는 형편이라 백방으로 편히 계실 곳을 알아보아 강원도 인제에 있는 '사랑의 국립마을'이라는 요양원을 찾았다.

요양원으로 가시는 날, 아침에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하러 할아버님 댁에 가보니 봉사하는 집사님들께서 벌써 와 계셨다. 불안해하는 할아버님을 안심시켜 드리며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손을 잡고 기도했다. 준비한 차에 태워드리는데 그동안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기도 하고 긴 여행인데 잘 가실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생겨 "혼자 가실 수 있으시죠?"하고 물으니 머뭇거리시며 "같이 가십시다!"라고 대답하신다.

▲ 방인성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처음으로 나에게 부탁하신 말씀이니 어찌 마다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할아버님과 함께 밀리는 휴가 길을 헤치며 달렸다. 한동안 차안은 침묵이 흘렀고 어떤 분은 흐느끼며 그동안 좀더 잘해드리지 못한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휴가차량으로 길이 막혀 아침 9시30경에 출발한 할아버님 모시기 봉사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각자의 집에 도착했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도 한동안 눈이 감기지 않는다. 그동안 웃음으로 인사하시던 모습, 부인 생신에 어눌한 소리로 '내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의 찬송으로 축하해 주셨던 부드러운 얼굴이 스친다.

우리교회 뒷자리에서 초라하게 계셨던 손 필수 할아버님이 바로 우리가 섬기야 할 예수님의 모습이었건만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송함이 가슴을 누른다.

"같이 가십시다"라는 음성을 다시 기억하고 우리가 섬겨야 할 또 다른 예수님을 찾겠다고 다짐하며 뒤척이며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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