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의 활동을 담는 기능적 그릇 만이 아니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개인, 또는 집단의 생각이나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또 다른 형식의 언어로서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건축의 상징적 기능은 교회건축에서 특별히 중요한 문제이다.

모든 세속의 건축물들이 인간 자신의 세속적인 삶을 위해 존재하는데 반해, 교회건축은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교회공동체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장소이며, 또한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이루기 위한 사업들, 즉 선교와 교육과 친교, 그리고 사회봉사를 실현하기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건축은 교회활동의 효율적인 환경이어야 하며, 동시에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교회건축의 상징화는 다양한 건축적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예배를 위한 장소와 공간은 교회의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담당한다. 공간 자체가 태초에 하나님의 창조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기독교적 구속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이며, 공간의 형태, 크기, 높이, 공간의 어두움과 밝음, 공간의 방향성 그리고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천정, 벽, 바닥의 재료와 구성 등 모든 것이 기독교적 상징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예배의식을 위해 필요한 각종 요소들 즉 설교단, 세례반, 제단, 성찬대 등의 성구나, 집례자, 성가대, 회중들의 공간 내 배열도 예배의식과 함께 하나님께서 거기에 임재하심이 상징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이다.

교회의 견고한 담장과 육중한 대문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됨을 강조하는 상징이며, 대문과 담장이 없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향해 열린 교회임을 상징한다. 교회 입구로부터 예배실까지 이르는 상승하는 계단통로는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는 고난의 길을 상징하며, 어둡고 거칠은 벽면을 가진 예배실은 기독교 수난 시절의 상징인 카타콤을 연상시킨다. 또한, 이러한 예배실의 제단을 밝은 빛으로 조명함으로써 구원의 하나님을 향한 소망의 무릎을 꿇도록 만들 수 있다.

강단의 구성에서도 중앙에 설교단을 두는 것은 예배에서 말씀의 선포를 강조하는 것이며, 설교단과 사회단이 좌우로 나뉘어지고 중앙에 제단을 두는 것은 예배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임을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교회건축의 상징은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관심, 즉 목회철학과 그 교회 공동체의 특성 그리고, 그 교회가 소속한 교단이나 교파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으로, 어두운 광야에 우뚝 선 등대의 모습으로, 또는 평화로운 농촌에서 그들의 땅을 지켜주는 평화의 사도의 모습이나, 고달픈 노동자들의 위로자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따뜻함으로, 그 교회가 오늘날 이 땅에서 어떠한 사명과 역할을 감당하려 하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모든 상징들은 건축적 특성들과 통합되어야 하며, 아름답고 조화로운 형태와 공간을 이루어야 한다.

흔히 많은 교회건축들이 상징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하였으나 그 상징 요소가 건축적으로 소화되지 못한 채 억지로 건물에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도시교회의 수많은 첨탑들과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붉은 십자가들이 기독교 교회임을 구별하는 사인은 될지언정, 비기독교인들에게 그 형태언어를 통해 기독교의 본질과 사명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교회건축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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