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씨9/11' 포스터.

영화 '화씨 9/11'을 보고난 뒤 사회가 갖는 힘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슬퍼졌다. 이 영화는 그 내용이 정확한 사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냐 아니냐를 굳이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정치 코미디극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킬킬거리면서도, 한숨을 길게 내쉬게 하는 슬픈 코미디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번 웃고 잊어버릴 영화가 아니다.

무어 감독은 정치의 어두운 뒷거래의 현실을 우리들로 하여금 똑바로 보도록 고발했다. 그는 우리의 눈을 교묘하게 가렸던 정치 쇼의 커튼을 단번에 걷어치움으로써 그동안 아무도 까발리지 못했던 커튼 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이 영화가 막연하게나마 심정으로 믿고 있던 일반 국민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주는 통쾌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자발적인 지원을 가장한 착취 '이라크파병'

무어 감독이 여러 가지 측면으로 주고자 한 의도 중에서 내가 속하는 범위에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첫째는, 역시 가진 자가 언제나 역사를 미화한다는 것이다. 엉큼한 의도가 따로 있으면서도 가진 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칼과 총을 휘두르는 것이다. 과연 부시가 일으킨 전쟁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이라크 국민의 자유를 위하여 자기의 목숨까지 아까워하지 않고 일으킨 전쟁이었던가?

결코 아님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판단이 설 것이다. 이 영화는 부시 가문과 빈라덴과의 관계, 부시 행정부 인물의 중동 석유 및 무기 판매 등 이권관계를 파헤치며 그 허상을 드러나게 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전쟁을 하도록 전쟁을 부추기고 전쟁터에서 돈을 벌고,  전쟁 후 복구 명목으로 또 돈을 버는 너무도 뻔한 시나리오를 위해 국민의 눈을 멀게 적당히 경계경보의 레벨을 조절하기까지 하는 부시는 정말로 구역질이 나는 검은 속을 가진 인물이다. 말끝마다 하나님을 들먹거리는 그의 뻔뻔한 경건함이 구역질 날 뿐이다.

테러범 용의자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미국은 사우디를 테러국으로 지명하기는커녕 미국에 머물던 빈라덴 가족들이 특별기로 미국을 빠져나가도록 도와주었다. 부시가문은 오랫동안 사우디 석유재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돈을 벌어왔다. 여기에 빈라덴 가문이 포함해 있다. 그렇다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일 대상은 이라크가 아니라 사우디나 빈라덴이 머물던 아프가니스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라크가 제물이 되었다.

둘째는, 가진 자는 자신들의 더 많은 힘의 축적을 위해 언제나 약한 자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착취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거룩한 목적의 전쟁이라고 국민을 선동해 전쟁을 일으키고는, 정녕 자신들의 자녀를 전쟁터로 보내지 않는다. 국회의원 그 누구도 자신의 자녀를 전쟁터로 보내지 않는 자녀사랑(?)은 자녀사랑의 극치(?)를 이루는 한국 정치인 못지않게 미국 역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도망가는 국회의원들을 보고 한국 국회의원들이 위로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곤 엉큼하게 돈을 미끼로 그리고 공부를 시켜준다는 미끼를 내걸고, 가난한 동네의 청소년들을 유인해 전쟁터로 내보낸다. 차라리 한국의 병역의무제도는 공정한 게임이다. 미국의 용병제도는 자발적인 지원을 가장한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는 제도다.

▲ 김홍덕 목사. ⓒ뉴스앤조이
화씨 9/11의 뜨거운 불에 타 죽은 사람은 누구인가

월드트레이드 센터에서 불에 타 죽은 무고한 생명의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파병된 군인들이 또 뜨거운 화씨 9/11에 타 죽고 있건만 과연 그들의 죽음이 하나님이 벌이신 성전을 위해 거룩하게 희생된 제물인가? 아니면 정치인들의 벌린 입에 채워진 검은 바비큐인가?

놀랍게도 7월 13일자 미국 신문은 이라크 전쟁 진상보고서가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가 전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를 했다. 그렇다면 영화 '화씨 9/11'은 결코 코미디가 아니다.

 

(김홍덕 기자는 LA에 있는 조이장애선교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딸 조은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아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절망에 빠지지 않고 장애선교신학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장애신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애덤 킹! 희망을 던져라 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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