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교회가 해외에 파송한 선교사 수는 총 6,832가정 12,15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중동지역으로 나가있는 선교사는 전체의 5%인 347가정 611명이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 선교사 수는 250가정 545명이 증가한 반면, 중동의 경우 37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선교사 감소는 9·11테러 이후 미국과 아랍권의 갈등 표출에 따라 선교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대표 강승삼)가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교단선교부 및 선교단체 100곳을 대상으로 선교사 파송 현황을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각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의 통계를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산출근거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은 현재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선교사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정확한 선교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2개 교단과 29개 선교단체에 소속된 선교사들이 중동에서 선교하고 있다. 교단 중에는 예장합동(34명), 예장통합(28명), 기독교한국침례회(23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선교단체로는 중동선교회(45명), 인터콥(43명), 바울선교회(33명) 순이다..

중동지역은 대부분 이슬람국가로서 기독교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선교사들은 이러한 제한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평신도 전문인선교다. 전체 선교사 중 평신도 비율이 30% 이상(3,983명)이다. 그러나 선교를 위해 직장을 가질 경우 생업과 선교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장통합의 경우, 평신도는 의사나 교사 등의 직업을 가져야 선교사로 파송 받을 수 있다.

▲ 김선일 씨 죽음 이후 한국교회가 갖고 있던 선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선교방식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교회 선교방식은 어떻게든 현지에 복음의 깃발을 꽂고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과시적·공격적·정복적인 중동선교

김선일 씨 죽음 이후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인 선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선교방식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동선교 전문가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선교방식에서 선교지에 대한 이해와 선교사 위기관리 능력이 전무하다고 지적했으며, 현지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선교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선교방식은 어떻게든 현지에 복음의 깃발을 꽂고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이 같은 방식을 '과시적·공격적·정복적인 선교방식'이라고 보았으며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들이 구소련이나 무슬림권에 들어가 단기간에 과시적으로 전도활동을 벌이고 오는 것은 현지에서 오히려 종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실제로 현지 선교사들은 그런 선교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한다"고 밝혔다.

공훈 목사(예장통합 세계선교부)도 "최근 중동선교에 합류한 선교사들이 5∼10년 동안 현지에 적응한 선교사들의 사역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성급하게 무슬림에 접근한다든지 단기간에 열매를 맺으려는 선교활동을 벌여, 현지 교회와 교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경재 목사(안동교회)는 "목숨을 걸고 선교하겠다는 열정도 좋지만 지금 전쟁으로 인해 위험한 지역으로 굳이 들어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면서 "오히려 이슬람과의 갈등을 부추겨 선교의 목적을 이루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질서가 잡힌 뒤에도 얼마든지 선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현지에 대한 종교·문화·역사·정치 적 이해 없이 선교에 나선다는 점도 한국기독교가 반성할 점으로 제기된다. 사단법인 개척자들(WCF) 송강호 대표는 "십자군전쟁 이후 기독교가 이슬람과 천 년 이상 이어온 원한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슬람 선교를 시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완상 총장(한성대학교)은 "우리는 그동안의 확장 지향, 팽창주의적 선교방식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자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전통적인 선교는 피선교지 자체에 대한 존중과 피선교지 중심적 사고보다는, 소위 선진화된 문명을 주입시키는 제국주의적 '기독교 이식'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특히 이슬람 선교에 대해 "이슬람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거기에 기독교를 갖다 심겠다 하는 제국주의적 선교의식은 이제 변화돼야 한다"면서 "이슬람문명 자체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기독교가 그들과 얼마나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지, 서로 공통된 점은 무엇인지, 기독교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전하면서 복음의 접촉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쟁지역,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분쟁지역에서의 선교에 대해 송강호 대표는 "그리스도인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도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데, 진정한 참여의 동기가 무엇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의 현실이 어떤지 그 사람들의 눈으로 느끼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완상 총장은 "선교란 그리스도인이 자기를 비워 남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통해 감동을 주는 것이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면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구원받지 못한 불쌍한 존재로 보고 개종하려고 하는 자세를 벗어나서 성숙한 선교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훈 목사도 "프란체스코도 십자군전쟁 중 이슬람과 대화를 하자며 전쟁터 한가운데로 갔다"면서 "분쟁지역으로 가기 위해 이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의 선교지상주의적 선교행태를 극복하고 올바로 선교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는 구호활동과 평화활동이다. 최만자 원장은 "선교를 통해 피선교지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생명력 있고 풍요롭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한완상 총장은 "주님의 뜻에 합당한 가치, 이를테면 인권 존중, 평화 등을 위해 다른 종교와 힘을 합쳐서 노력하려는 선교적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위험에 처해있는 이라크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교사란 말은 쓰지 않고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헌신·봉사해서 그쪽 사람들이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예수님의 선교의 정신이다"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혁 목사가 시무하는 강변교회는 선교지에서 다양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1억을 들여 아프가니스탄에 초·중·고등학생이 함께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짓고 있다. 이 학교는 신학교나 미션스쿨을 표방하지 않는다. 또 중국 연변 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아프리카에서 우물이 절실히 필요해 우물 파는 사업을 했더니 현지인들이 하나님께 경배한 적도 있다"고 간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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