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스케치. ⓒ정시춘

현대화 과정에서 서구 문명의 지배를 받았던 모든 나라와 민족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 중의 하나는 그들의 문화 전통의 계승과 토착화의 문제일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이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와 실험들이 이루어져 왔고 건축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건축의 경우에, 전통 또는 토속화의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논의와 연구, 그리고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그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건축은 단지 조형물이 아니며, 그 안에는 동시대인의 삶을 실용적으로 담아 내야하는 공간을 포함해야 하고, 또한 그것은 구조적 안전성과 경제성을 전제로 해야 하며, 더욱이 현대 건축재료는 과거의 재료와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현대 건축에서 우리는 동일한 문제들에 대한 성공적인 여러 예를 보게 되고, 특히 인도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인 Charles Correa의 작품들은 더욱 그러하다. 봄베이 인근의 다다르에 있는 이 교회건축은 힌두의 나라 인도에서 드물게 보이는 기독교 건축으로서 외국인인 우리의 눈에도 인도의 전통을 잘 현대화하고 있는 성공적인 작품으로 보인다.

▲ 배치 및 평면도. ⓒ정시춘

이 교회의 설계는 1974년에 시작되어 1977년까지 3년간에 걸쳐 완성됐다. 건축가는 초기 기독교 교회들로부터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취함으로써 교회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그는 이 교회의 설계를 세례와 공생애 그리고 십자가의 못 박히심을 통해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삶에 기초했다. 이들 각각은 예배의 준비와 가르침 그리고 마지막 희생에 신학적으로 일치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세례반, 고해실들, 설교단과 제단, 그리고 성막 안에서 나타난다. 초기 교회당들 안에서 그 평면과 물리적 요소들의 배열은 이러한 관계들을 분명하게 반영했다. 그러나 후기 교회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본질적인 하나의 주 공간 안에 통합했다.

한편 이 교회는 일련의 중정(courtyard)들과 지붕 덮인 내부공간들이 서로 물리면서 구성되어 있어 어떤 기능이든지 날씨에 따라 옥내 또는 옥외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공간 개념은 인도의 풍토와 생활방식 그리고 이를 반영해 왔던 전통건축의 공간개념들로부터 유래된다. 따라서 인도에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도의 현대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프랑스 건축가 Le Corbusier와 그의 영향을 받은 Charles Correa의 작품에서 반복해 나타난다. 사실 중정개념은 유럽에서도 동양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그 구성방법은 전혀 다르다.

▲ 중정. ⓒ정시춘

유럽의 중정이 생활공간이라기보다는 밀집된 도시의 박스형 건물 내부에 햇빛을 끌어들이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수직으로 파내어 만든 폐쇄적 공간이라면, 동양의 중정은 생활을 담기 위해 만든 개방성이 높은 공간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중정은 주택의 안채나 사찰의 요사채 같은 특별히 프라이버시를 필요로 하는 영역을 제외하고는 독립된 건물들이 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에 위치함으로서 만들어지는 중정으로 중정과 중정은 건물들의 사이를 통해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중정들은 유럽과는 전혀 다른 동양적인 공간이긴 하지만 훨씬 더 적극적이고 복합적이다. 여러 개의 중정들이 서로 물리고 이어지면서 내부와 외부를 하나로 통합해 간다. 이러한 인도의 전통적인 공간 개념이 이 교회공간구성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배치 및 평면도 참조) 따라서 내부든 외부든 모든 영역은 공간들과 바람이 부지 전체를 흐르도록 서로 연결된다. 외부인가하면 내부로 내부인가 하면 외부로 이어지는 공간의 전개는 공간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 예배당 입구. ⓒ정시춘

지붕이 덮인 각각의 내부공간들은 상승하는 더운 공기를 배출하기 위해 굴뚝 역할을 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쉘들에 의해 씌워졌다.

▲ 예배실 내부 ⓒ정시춘

건물의 내, 외부 재료들은 거친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졌다. 이 노출콘크리트가 드러내는 힘은 특별히 예배공간 안에서 엄격한 예배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제단 쪽을 향해 약간 기울어지면서 예배실을 덮고 있는 노출콘크리트의 거대한 쉘 천장은 공간을 압도적이고 단일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 아래에 출입문과 가구들은 목재로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자연채광을 위해 천장 쉘 중앙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천창에 그려 넣은 프레스코화의 풍부함과 대조를 이룬다. 이 그림은 유명한 인도인 예술가 후사인(Maqbool Fida Husain)의 작품이다. 그는 유럽 중세 성당의 스텐인드 글라스 창처럼 몇 개의 분절로 이루어진 천창 안에 '오병이어(Loaves and Fishes)'를 포함한 여러가지의 성서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

몇 년 후 습기가 많은 봄베이의 기후 때문에 노출콘크리트가 변색되어 다시 페인트칠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1983년 Correa는 교회의 입구의 처마지붕 위에 곡선형의 벽돌벽을 첨가함으로써 전에는 직선이었던 전면의 모습을 곡선으로 바꾸고 건물 전체에 파스텔 톤의 풍토적 색채를 사용하여 교회당의 분위기를 일신했다.  

인도의 살바카오 교회
- Salvacao Church
- Dadar, Bombay
- Charles Correa, 신축1977, 개축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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