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도회 모임의 회계를 오랫동안 맡아오신 황 집사님은 장부를 기록하면서 매우 꼼꼼하였습니다. 열 명도 안 되는 모임의 회계였지만 황 집사님은 큰 모임의 회장직처럼 여기는 듯하였습니다.

아내와 아들딸까지 교회에 보낸 뒤에도 황 집사님은 오랫동안 교회에 안 나왔습니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처음 교회에 나온 이후로 황 집사님은 언제나 그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주일예배에 지각하지 않았으며, 남전도회의 모임에 결석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행사를 큰 행사처럼 준비하였고, 대화 속에서 언제나 웃었습니다. 전기를 다루는 작은 가게를 경영하는 황 집사님은 정전이 잦은 낡은 교회에서 꼭 필요한 분이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두 아이의 아빠로 성실하게 살아서 작은 기반이지만 나름의 튼튼한 자리를 일궈낸 그를 존경하였으며, 그의 자리에서 드리는 기도에 감동하였습니다.

며칠 전 황 집사님은 자신의 전공이랄 수 있는 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100볼트와 220볼트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할 때 집사님은 국도와 고속도로의 비유를 하였습니다. 100볼트가 국도라면 220볼트는 고속도로라 하였으며, 220볼트가 고속도로처럼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100볼트의 안전성 때문에 220볼트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자세를 가지는 일이 진정한 선진국의 전기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말이 실천되는 것이야말로 선진국의 올바른 기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황 집사님은 또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우리들은 그 제품의 특성을 좀처럼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우리들이 가진 지식의 허구를 꼬집었습니다. 진정한 지식은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 황 집사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사회학이 있었고, 철학이 있었으며, 신앙이 엿보였습니다. 그렇게 삶과 가까이 있는 그의 지식과 의식이 깊고 높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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