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쪽에서 본 전경. ⓒ정시춘
미국 인디아나주의 작은 도시 테레 오웃에 있는 이 로즈 훌만 공과대학 채플은 약 200석 규모의 회중석을 가진 예배 홀과 현관홀, 상담사무실, 화장실 등의 부속시설을 합하여 모두 130여 평 정도의 작은 예배당으로, 미국의 여러 도시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건축설계회사인 VOA Associates의 시카고사무소에서 설계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의 가족인 John R. White씨 가족이 헌납하여 건축된 이 예배당은 대학 공동체의 예배와 기도, 명상, 모임 등을 위해 건축된 비 교파적 채플이며, 동문들의 결혼, 장례, 음악회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예배당은 로스 훌만 공과대학 캠퍼스의 서쪽 끝 숲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캠퍼스를 따라 서 있다. 캠퍼스 중심부에서 예배당으로의 접근은 호수의 양측에 난 산책로를 따라  이루어진다. 캠퍼스의 중심과 이 길에서의 예배당의 모습은 마치 호수에 떠 있는 한 점의 조각품이다.

곡면을 이룬 2장의 금속판이 만들어 내는 뾰죽 아치는 중세 기독교의 고딕양식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로서 천국을 향한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표현이기도 했던 형태이다. 또한 그 모습은 두 손을 모은 기도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사이로 투명한 유리를 통해 예배 홀 내부의 모습이 들여다보여 누구나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 예배 홀 내부. ⓒ정시춘

내부가 더욱 잘 드러나 보이는 것은 강단 쪽으로 넓어지는 사다리꼴 예배 홀의 평면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요즈음 자주 말하는 열린 교회의 건축적 모습이 아닐까?

예배당 측면의 모습은 후면의 숲으로부터 캠퍼스 중심을 향해 호수 쪽으로 비스듬히 상승하면서 벽으로부터 지붕까지 하나의 곡면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다이아몬드 형으로 절곡한 스테인레스 금속판을 씌워 태양의 방향에 따라 햇빛 반사하면서 하얗게 또는 밝은 회색으로 빛난다. 그 남측의 주 출입구로 접근하는 길은 주차장으로부터 길게 구부러진 석회석 담장을 따라 나 있다. 입구 옆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고 담장에 설치한 작은 인공폭포로부터 호수로 흐르는 개울이 예배 영역을 구별해준다

▲ 채플 입구. ⓒ정시춘

내부는 입구 축을 중심으로 호수 쪽인 전면에 예배 홀을 두고 맞은 편 숲 쪽으로 부속실들을 두었다.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단순한, 그러나 드라마틱한 예배 홀이 나타난다.

예배 홀은 외부의 모양대로 뾰죽 아치가 반복되면서 하나의 터널처럼 만들어졌고 그 끝에 파란 하늘과 그 아래 호수와 캠퍼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이 펼쳐진다. 그것은 우리가 비록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 터널은 그 끝에 반드시 열린 곳이 있고 거기에는 밝게 비추는 빛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 호수를 배경으로 한 강단. ⓒ정시춘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사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삶의 마지막 장면일 것 같다. 사실 이처럼 예배 홀 안에서 밖의 세계를 바라보는 디자인 개념은 이 이전에도 몇 개의 예가 있었다. 핀란드의 오타니에미 공과대학 채플(본 기사 6회 )이나 미국의 포틀랜드에 있는 '마리린 모이어 명상의 채플'(12회), 일본의 홋카이도에 있는 '물의 교회'(13회), 그리고 뉴질랜드의 테카포 호수에 오래 전(1935년)에 지어진 '선한 목자의 교회'(이 교회는 최근에 내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는 고맙게도 그 사진과 기사 자료들을 보내주었다.)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다른 예배당이 정적인 예배 공간 속으로 외부의 경관을 차경(借景)했다면, 이 예배 홀의 공간은 전면, 강단, 캠퍼스 또는 세상을 향해 명백한 방향성과 운동감을 가진 역동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예들과 다르다.

예배 홀은 입구로부터 강단 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사다리꼴의 평면 위에 뾰죽 아치를 이루면서 안으로 휘어져 오르는 사각형의 철강제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그 사이에 벽으로부터 천장까지 볼록 곡면을 이루는 일정한 크기의 희고 부드러운 질감의 재료를 덮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배치 및 평면도. ⓒ정시춘
아마도 이 볼록 곡면은 예배 홀의 음향의 초점현상을 막고 소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붕의 용마루를 따라 강단 쪽으로 연속된 천창과 용마루에서 양측의 벽을 관통하여 바닥까지 이르는 3개의 수직으로 난 긴 연속 창이 예배 홀을 자연광으로 가득 채워 외부공간처럼 밝은 공간을 만들어 준다. 자연광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은 사물을 본래대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 외에도, 조명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교회건축, 특히 예배공간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광을 차단하고 인공조명 위주로 설계되고 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예배 홀의 회중석은 모두 목재로 만든 개인용 의자들이다. 이는 예배 홀을 다양한 용도로의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자의 일부 또는 전체를 치우면 예배 홀은 그대로 넓은 홀이 되고, 또 목적에 따라 의자들의 배치를 달리할 수도 있어 예배 외에도 여러 가지 행사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강단도 아주 낮게 만들어 전면 호수를 향한 시선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어느 여름날 밤에 여기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면, 홀 안에 있는 관객들이나 밖의 호수가에 앉은 사람들에게 마치 호수 위에서 열린 음악회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이 예배 홀의 회중석 의자와 강단의 성구들도 설계자가 디자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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