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이브리 성당 전경. 

프랑스 파리 근교의 신도시인 이브리에 건축된 이브리 성당은 현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의 한 사람인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설계로 1995년에 완성되었다. 최근 서울의 강남에 건축된 교보생명 사옥의 설계자이기도 한 마리오 보타는 그밖에도 여러 개의 교회당을 설계하였는데, 이브리 성당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잘 알려진 작품이다.

마리오 보타의 건축은 이성적인 접근으로부터 진화되며, 주로 자신이 특별히 고안한 붉은 벽돌과 원, 사각형 등의 뚜렷한 기하학적 형태를 사용한다. 이러한 그의 건축적 특징은 이브리 성당에서도 나타난다.

교회당 전체의 구성은 전면 도로 측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크고 높은 원통형의 예배당과 그 배후에 중정을 만들면서 낮고 길게 이어지는 직사각형의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예배당은 중정 안쪽으로 45˚ 방향을 유지하도록 배치되어 중정을 감싸면서 교회 건물 전체의 중심이 된다.

모든 건물의 외장 재료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대로 철근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구조체 위에 그가 특별히 고안하여 주문 제작한 붉은 벽돌이 사용되었다. 프랑스 남부 뚜루스(Toulouse)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벽돌은 예배당 내, 외부에 모두 사용되었는데, 이는 마리오  보타가 중세 프랑스 성당들과 벽돌조의 지역적인 전통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이 성당 뿐 아니라 그의 다른 교회 작품들을 포함한 많은 작품들에서도 즐겨 쓴 재료이다. 


▲ 이브리 성당의 입구. 

고정관념 깬 이브리 성당

이 붉은 벽돌은 원통형으로 이루어진 예배당 매스의 양감을 극대화하여 강력한 이미지를 발산한다. 벽에 띠를 이루며 뚫린 열쇠모양의 창구멍들은 벽의 육중함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강조한다. 예배당 전면의 모습은 마치 사람의 얼굴 형상처럼 의인화되었고, 지붕 위에 원주를 따라 심은 린덴 나무들은 마치 머리 위에 씌운 가시면류관 같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그의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은 교회건축에 대한 판에 박힌 듯한 고정관념을 깨고 도시 안에서 강력한 상징성과 중심성을 가지게 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의 새로운 중심적인 장소가 되게 하였다.

한편, 교회의 입구는 뚜렷한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쉽게 구별해내기 어렵다. 다만, 도로에서 예배당의 중심축을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는 진입로-부속 건물에 대해서는 사선방향이다.-를 따라 오르면 자연스럽게 예배당과 부속 건물 사이의 접합부에 난 출입구에 이른다. 이것은 마리오 보타의 건물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법으로, 이 부분을 출입구로 추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직 예배당의 경사진 지붕 면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법은 건물을 3차원으로 이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 예배당 내부. 성소 측. 

출입구는 예배당의 2층 레벨인데 여기서 원통형 예배당의 원호를 따라 양측으로 계단과 경사로를 타고 내려가면 회중석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예배공간 전체를 느낄 수 있다. 

예배당 내부공간은 벽돌 벽으로 이루어진 원통의 상부를 경사지게 잘라내어 만든  중앙집중형 공간으로 그 폭(직경)과 최고 높이가 각각 38.4m 및 34m로 거의 비슷하여 정적이며 압도적이다. 이러한 중앙 집중 형 예배공간은 역사적으로 동방교회에서 채택했던 비잔틴 건축양식을 비롯하여, 르네상스 이후에 특히 교회건축이 추구해온 이상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마리오 보타는 그의 교회 건축에서 이 중앙 집중형의 형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다. 특히 이브리 성당에서 사용된 잘라낸 원통의 형태는 서로 다른 색깔의 돌을 반복 사용하여 설계한 스위스 Mogno의 골짜기의 자그마한 San Giovanni Battisti(1986-96) 교회와 스위스 Ticino의 Monte Tamaro에 위치한 Santa Maria degli Angeli(1990-6)채플에서도 사용되었다.

▲ 예배당 평면도. 

예배당의 천장은 외부의 지붕 형태를 따라 원통형의 경사면 전체를 백색의 파이프 트러스로 구성하고 그 중앙부에 이등변삼각형의 천장판을 걸쳤다. 그리고 이 천장판의 각 변과 원주의 벽돌 벽 사이에 분리된 3부분의 천장은 유리와 루버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중앙의 천장판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주위의 천창과 루버를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이 예배실 내부를 충분히 밝혀준다. 또한, 이 천창을 통해 유입되는 빛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예배실의 내부공간에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 운치 있는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자연광 안에서 붉은 벽돌 벽에 새긴 수평 띠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예배공간의 형태를 분명히 해준다.

직각을 이루는 목재의 회중석 의자와 검은 돌로 이루어진 회중석 바닥은 이 붉은 벽돌과 잘 통합된다. 대리석 제단과 성소의 계단에 삽입되어 있는 원형의 세례반 그리고 목재 가구들도 설계자인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것들이며, 제단과 성수반, 십자가상은 흰색을 사용하여 배경인 붉은 벽돌벽에 바해 분명히 강조된다. 특히 제단은 회중들의 시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6단 높이의 단 위에 올려졌고 그 뒤에는 생명의 나무를 묘사한 반원형의 창이 있다.

예배홀의 주위에는 여러 층의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데, 아래층은 제구실(祭具室:vestry), 성가대, 오르간, 사무실 등이 위치하고, 상부층은 기독교 예술 박물관으로 활용한다.

▲ 예배당 단면도. 

한편, 예배당과 부속 건물사이의 건물로 둘러싸인 중정은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되는 아늑한 외부공간으로 교인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아낼 수 있는 내부적 기능공간이다. 사실 이러한 중정 개념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외부 공간 구성 방법으로, 현대 교회건축에서 부족한 건축면적을 대치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 예배당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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