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짐은 무겁다. 내 어깨에는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들이 놓여 있다. 그는 말했다.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내게로 오라." 나는 그를 신앙한다. 그래서 나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왜냐하면 그는 남의 짐을 져주기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나도 그처럼 세상의 고통을 나누어지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그런 짐을 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비겁하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멀리서 소리를 지를 뿐이다. "아, 저기저기!", "아, 또 여기에도 슬픈 일이!" 그 뿐이다. 나는 그저 내 삶을 살고, 그들은 그들의 고통을 겪을 뿐이다. 나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한 것이 없다. 그저 "아-" 하는 탄성을 지르는 것으로 그의 제자가 되었음을 확인할 뿐이고,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나의 죄책감을 덜어낼 뿐이다.

나는 비겁할 뿐 아니라 바보 같기도 해서 때로는 신념을 가지고 한다는 일들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다.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고, 내 연약한 머리로는 그 모든 것들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때로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내 짐은 가볍다. 내 어깨에 놓인 짐, 내 어깨에 실린 무게는 아무 것도 없다. 다행히도 나는 그들의 고통으로부터 충분히 멀리 벗어나 있고, 고통스럽지 않을 만큼, 그리고 또 교만하지도 않을 만큼 경제적으로도 자유롭다. 내 눈앞에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들의 아픔에 참여하지도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한계다

▲나는 오늘도 '그'와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도한다. ⓒ뉴스앤조이

그러나 동시에 내 짐은 무겁다. 아무 것도 실제로 놓여진 짐은 없지만, 나는 결코 내 눈에 비치는 것들이 겪는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수 억의 아픔'을 겪는 동안 나는 '수 만의 아픔'을 겪는다. 내 아픔이 그들의 아픔에 결코 비교도 될 수 없지만, 이 몹쓸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결코 가벼울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어깨는 항상 쳐져 있다.

물리적인 무게만이 무게가 아니다. 물리적인 고통만이 고통은 아니다. 그들의 아픔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도 못하는 것이 ‘그’를 따르는 나의 한계다. 그래서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내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져 간다. 그는 자신이 짐을 대신 져주겠다고 하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짐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가 아파하는 것, 그가 힘들어 하는 것, 그가 대신 져주고 싶어할 그 수없이 많은 짐들은 나 역시 괴로움으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뿐이다. 오직 마음뿐이다. 마음은 벌써 저기 먼 곳에 가 있는데, 내 마음은 아직 이곳에 머물러 있다. 내 걸음은 더디고 내 몸은 그곳을 향해 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오직 마음만이, 오로지 안타까움만이 내 안에서 들끓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 어깨는 항상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쳐져 있고, 내 얼굴은 슬픔에 찌든 자처럼 밝지 못하다.

어쩌면 나는 영원히 이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사는 나의 비겁함을 정죄할 것이다. 내 마음이 아무리 안타까움에 가득 차 있었다고는 하나, 역사는 행동만을 볼 뿐이고 내가 실제로 행한 것만 가지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알 것이다, 내가 결코 눈을 감아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결코 그들의 아픔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에게 기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그들의 절망에 대해서, 그들이 느끼고 있을 그 삶의 무게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나면 조금의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가 내 짐을 가져가버린 것이다. 나는 ‘그’와 짐을 나누며 그의 아픔을 나누려고 하는데, 결국 나는 그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울 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마음이 아프다. 세상에 뛰어들 용기가 없어서 아프고, 또 그 아픔을 가지고 그에게 기대야 하기에.

그러나 나는 오늘도 ‘그’에게 기대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직도 이 세상을 가득히 덥고 있는 아픔에 아파할 그를 위로하지는 못할지라도, 그의 주위에 머무는 군중들 중 한 사람으로라도 남아 있고 싶어서다. 비록 세상을 향해 노도와 같이 뛰어들 용기 없는 나약한 인생이지만, ‘그’에게서 배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와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도한다.

나는 어떤 이들처럼 그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고, 그의 음성을 듣지도 못했고, 그의 기적을 체험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그를 만나고 체험하고 그와 함께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신앙이다. 그들을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들과 함께 아파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신앙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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