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와 <뉴스앤조이>가 함께 주관하고 있는 '한국교회 희망 만들기'의 광주 투어를 지난 4월 26, 27일 다녀왔습니다. 소수가 모였지만 대화는 열띠고 알찼습니다. 작고 여린 희망의 새싹을 보고 왔습니다. 참석자 중 한 분의 말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는 잘하는 설교와 좋은 설교, 잘하는 목회와 좋은 목회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설교와 목회보다 세상적 기준으로 볼 때 잘하는 설교와 목회를 선호한다는 말입니다.

'잘한다'는 것은 본래 좋은 뜻입니다. 그러나 '잘산다'는 말이 '부자로 산다'는 것으로 변질되었듯 '잘한다'는 것도 '물량적인 성공을 가져온다'는 의미로 전락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잘하는 것과 좋은 것을 혼돈한다는 것은 물량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성공이 곧 윤리적으로 좋은 것, 즉 선(善)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개탄하는 표현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참석자 중 또 다른 한 분은 자신이 7년 동안 다녔던 광주의 한 교회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 교회의 목회자는 수십 명의 여인들과 불륜의혹을 받고 있어 자신을 비롯해 뜻 있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 교회는 교인수가 3,000 명 정도 되는 소위 잘 나가는 대형교회였습니다. 그 교회의 성장비결은 이렇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교회에 데리고 오는 교인에게 2만 원을 줍니다. 새 참석자는 바로 축복 받는 비결을 감동적으로 가르쳐 주는 코스로 인도되고 바로 십일조를 시작하게 된다고 합니다. 확실히 남는 장사라는 것입니다.

그 교회의 한 단면만 보고 지나치게 폄훼하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소위 목회 잘하는 교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물론 수적으로 잘 성장하는 교회의 설교와 목회를 싸잡아서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설교와 목회로 이끌어지는 교회도 물량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일정 정도 물량적으로 자라고 있지 않다면 설교와 목회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교회가 자리잡고 있는 시대의 역사적·문화적 정황에 따라 좋은 설교와 목회의 물량적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대와 교회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타락되어 있다면 좋은 설교와 목회는 오히려 오랫동안 설자리가 없을 수 있습니다. 좋은 설교와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는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성도들과 목회자는 매우 힘들고 외로운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좋은 설교와 목회가 무엇인지를 분별해내는 눈을 회복해야 합니다. 잘하는 설교와 목회에 길들여져 있었던 입맛 자체를 확 바꿔나가야 합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강에 몹시 해롭지만 맛나고 기름진 음식을 포기하고 맛은 밋밋해도 건강에는 아주 유익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 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하면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다 생명이 단축될 수 있는 것처럼 교회도 시름시름 앓다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득훈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오늘 한국교회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1.1%라는 한국기독당의 총선 득표결과는 창당 측이 원래 기대하고 예측했던 바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기독당 표가 너무 많이 나와 지역주의에 시달려 온 한국정치에 종교연고주의가 더해지면 어떡하나 마음 조렸던 저로서는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한없는 슬픔이 밀려 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교회, 아니 바로 나 자신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순수하고 전적인 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좋은 교회가 여기저기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교회들의 성도와 목회자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내드립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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