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이 다 되도록 살면서 별로 상(賞)을 받은 기억이 없다. 공부를 잘 했어야 상을 받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학교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어야 개근상을 받았을 텐데 병이 나서 가끔 수업을 빠졌으니 그것도 내 차례가 못 되었다. 더러 학교에서 전근상을 받은 게 전부이다.

요즘 우리 집 두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상을 번갈아 받아오는데, 그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그저 그렇다. 여기저기 상장이 굴러다녀도 치우는 사람도 없고, 이미 잘해서 받는 상의 의미를 벗어난 것 같다. 무슨 상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지, 상을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학교에서 받은 상은 별로 없었지만 교회에서는 상을 더러 받고 자랐다. 요절암기상, 성경다독상, 출석상, 전도상 등 교회학교에서 주는 상을 두루 받은 셈이다. 그 중에서 전도상이 제일 매력적인 상이었다. 특히 여름성경학교 때 끝나는 날 상을 주는데, 전도상이 상품도 제일 크고 상중의 상이었다.

나는 여름성경학교 때 전도상을 목표로 전도를 했다. 말이 전도지 상을 받기 위해서 하는 전도이니, 그저 아이들을 꼬드겨서 일단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여름성경학교에서 전도상으로 주는 상품은 언제나 그림물감이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닌데, 그림물감이 탐나서 여름성경학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이들을 찾아 다녔다.

하여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회에 나오도록 한다. 아침 일찍 친구 집에 가서 친구를 불러낸다. 보통 열 대여섯 명을 교회에 데리고 갔다. 그러면 우리 반 애들 숫자가 제일 많았다. 전도를 많이 했다고 선생님께 칭찬도 들었다. 여름성경학교 끝나는 날 수료식을 하면서 시상식을 하는데 시상식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전도상을 주는 순서다. 아이들이 다 나를 부러워서 쳐다본다. 여름성경학교에서 전도상을 두 번 받았다.

▲ⓒ박철

세상에서 주는 상을 받지 못해도 미련이 없다

성경에 보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으려고,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성숙한 사람은 이와 같이 생각하십시오.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달리 생각하면, 하나님께서는 그것도 여러분에게 드러내실 것입니다"(빌 3:14, 15)는 말씀이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을 이 세상에서 머물다 갈 지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내가 무슨 큰 일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해서 상을 받게 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이미 내가 세상에 받을 상은 다 받았고, 더 이상의 상을 받을 기회가 없다. 그러나 조금도 유감이 없다. 세상에서 주는 상을 받지 못해도 아무런 미련이나 회한이 없다.

나는 가끔 장례식을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 20년 가까이 농촌목회를 하면서 30여 분의 장례식을 인도했다. 장례식을 인도하는 복을 받은 모양이다. 잘은 못하지만 죽은 사람에게 세상에서 한 번도 입혀주지 못한 새 옷을 갈아입히는 염(殮)을 할 적마다, 이 분은 과연 하느님나라에 가서 어떤 상을 받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서 하느님을 잘 믿고 진실되게 살고, 아름다운 덕을 쌓고 가시는 분들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는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편안해진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내 마음도 무겁고 우울해지는 것을 느낀다.

▲ⓒ박철

초대교회 스데반 집사가 유대인들에게 돌에 맞아 순교를 당하면서도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처럼 빛을 발했다고 한다. 바울로 사도는 자신이 머지않은 장래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을 직감하며 매우 의미심장한 고백을 한다.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하여 의의 월계관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주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만이 아니라 주께서 나타나실 것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딤후 4:7-8)

어떤 사람은 자식이 학교에서 받은 우등상장을 벽에 걸어 놓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도지사나 군수에게 받은 상장을 벽에 걸어놓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받은 상장은 종이쪽지 이상의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이 가장 큰 상급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라면, 이 세상이 주는 상급이나, 칭찬보다 하느님이 주시는 상급이나 칭찬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흥강사 목사들이 예수를 잘 믿은 사람이 천국에 가면 황금면류관을 주지만, 예수를 신통치 않게 믿은 사람은 개털 면류관을 준다고 해서 웃는다. 나는 천국에 갈 수 있으면 다행이고, 하느님이 잘했다고 내 등이라도 한 번 두들겨주시면 그보다 큰 상급이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윤동주 시인의 싯귀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이 지금 내가 살아야 할 이유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내가 누릴 가장 큰 상급이 아니겠는가?

우수가 낼 모레이다. 시나브로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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