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잣트 형제는 내가 만난 열심 있는 나그네들 중 단연 으뜸입니다. 부활절 예배에서 찬양에 맞춰 북을 치고 있는 호잣트. ⓒ사진 제공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목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모이는 몇몇 기도꾼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호잣트는 목요모임의 가장 모범적인 멤버입니다. 우리 교회 어느 목회자 못지않는 그의 열정과 성실성은 늘 저를 감격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과 먼 거리의 피곤함도 그의 간절한 마음을 가로막지 못합니다. 주일과 수요예배는 물론이고 교회의 모든 예배에 호잣트가 빠진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란에서 온 외국인근로자 호잣트 형제는 내가 만난 열심 있는 나그네들 중 단연 으뜸입니다. 오늘도 새벽 성경공부와 기도를 마치고 참여한 모든 이들이 모여 조촐한 아침식사를 나누었습니다. 빵 한조각과 우유한잔 그리고 커피가 전부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새벽 모임을 하고 먹는 아침은 정작 기분 좋은 만찬입니다. 그런데 유독 호잣트만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호잣트, 왜 식사하지 않아요?"

호잣트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길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4일 동안 금식, 아니 할 수 있으면 물도 마시지 않는 단식기도를 하는 중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목사인 나는 금식은커녕 한 것도 없으면서 아침은 꼬박 챙겨먹으려 했으니, 이 때를 두고 사람들은 쪽팔린다고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 부활절 예배에서 모슬렘권 이란 외국인근로자들이 전통한복을 입고 찬양을 드리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미안하고 무안하고 그저 가슴이 뜨끔거리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금식을 통해서라도 그리스도의 고난을 체험하려는 호잣트의 간절한 몸부림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닙니다. 호잣트라는 한 이란인 나그네를 저렇게 인도하신 하늘의 섭리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함을 느낍니다.

호잣트에게 이번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새로운 사건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호잣트는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부디 금식의 고난을 통하여 부활의 주님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호잣트, 힘내요!' 살짝 기도해줍니다.

목요모임을 마치고 아차산에 함께 오르는 호잣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도 그저 행복한 웃음뿐입니다. 배고플 텐데도 그는 그저 감격스러운 웃음뿐입니다.

아차산 오르는 장신대 길목 담벼락에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목련꽃이 보였습니다. 호잣트의 고고하고 깨끗한 영혼처럼 목련이 피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유해근 목사 /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으며, 몽골인 근로자들을 위해 '몽골근로자를 사랑하는 사람들', 재한몽골초등학교, 사단법인 몽골문화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