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엘선교단 단장 전명훈 목사님. (사진제공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에벤엘선교단 단장이신 전명훈 목사님은 종종 나에게 말씀하셨다. "언제나 아웃사이더 그만두고 인사이더로 들어올 거냐." 그러면 나는 늘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말했다. "내가 정말 아웃사이더예요? 난 줄곧 인사이더인 줄 알았는데…." 이전에는 전 목사님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 함께가는공동체교회가 예장합동 교단에 가입한 후로는 '아웃사이더'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곱씹게 되었다.

교회는 설립했지만 정식 교단에 가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교단에 가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교단에 가입하면 어느 교단이 좋겠는가 하는 문제까지 매우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었다. 이 문제를 놓고 우리 교회 식구들은 거의 1년 동안 기도하며 토의했다. 물론 나는 총신대학교와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박병우 목사도 마찬가지다.

다들 아시겠지만 총신대학교는 예장합동 소속이다. 예장합동 소속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그 교단에서 강도사 고시와 목사 고시를 거쳐 안수를 받았으니 당연히 우리가 세운 교회는 예장합동 교단 소속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은 일종의 비상식이다. 목사가 예장합동 교단이기 때문에 그들이 세운 교회가 자동적으로 그 교단에 소속이 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교회 없어지면 목사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전감사예배를 드리는 교회 식구들과 손님들. (사진제공 함께가는공동체교회)

그래서 작년 여름 가족캠프 때 교회 식구들과 둘러앉아서 여러 교단들과 독립교단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1시간을 넘게 토론했다. 토론의 열기가 고조될 무렵 지금 남전도회 회장 박한조 집사님이 넌지시 한마디 던지셨다. "목사님, 우리 교회가 독립교단으로 있다가 만일 교회가 없어지면 목사님은 어떻게 되나요? 다시 예장 목사로 돌아갈 수 있나요?"

나는 그 물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우리 식구들이 그런 문제까지 생각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상식으로 짐작하자면 우리 교회를 독립교단으로 신고하고 내가 독립교단 목사로 남겨되면, 예장합동 교단에서 내 이름이 자동적으로 제명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말했다.

"집사님, 우리 교회가 없어지다니요?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리 교회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세워져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만일 교회가 없어지면 제 아내가 학교 선생님이니 제 아내 눈치밥 먹으며 살지요, 뭐."

그러자 다른 분들도 말씀하신다. "오늘 여러 교단들을 비교해 보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교단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목사님들에게 일임할 테니 목사님들이 결정하세요. 그러면 저희들이 따르겠습니다." 모든 식구들이 이 제의에 동의했다. 결국 교단가입 문제는 목사들에게 일임되었다. 참 고마운 성도들 아닌가!

캠프 후 교단 가입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과 기도를 했다. 또한 주위 목사님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그러나 마지막 결정은 나의 몫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쉬웠을 문제가 내게는 힘겨웠다. 개척한 교회가 목사 안수 받은 교단에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나에게는 그것이 전혀 당연하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경할 어른이 없는 교단

▲율동으로 찬양을 드리는 모습. (사진제공 함께가는공동체교회)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이면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고 자부하는 예장합동 교단에 대해 가져 왔던 선입견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대학과 신대원 재학 중에 늘 학내 문제와 교단 문제에 그야말로 딴지를 제기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예장합동 교단이 어떤 곳인지 그 속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모습들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우리 교단 목사님 중에 믿고 따르며 존경할 분이 없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나마 인격적으로 고매하고 학문이 높으신 선생님들은 정치적 모략과 가당치 않은 술수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을 지척에서 보는 내가 교단에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문제가 있는 몇몇 사람들이 학교와 교단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으로 읽지 않고, 오직 교회의 덩치만 불리려는 교단의 지향도 달갑지 않았다. 이런 것에 대한 내 불만이 나에게 '아웃사이더'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아웃사이더' 예수님의 본을 따라

▲함께가는공동체교회 이전감사예배에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소리보기 찬양단'이 특송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함께가는공동체교회)

결국 지난 가을 함께가는공동체교회는 예장합동 교단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자리를 옮긴 것은 아니다. 또 인사이더로 자리잡기 위해 교단에 가입한 것도 아니다.

보수주의를 지킨다 자칭하는 예장합동 교단에도 이제 서서히 이전의 부정적 행태들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교회로서 정체성을 새로이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단 가입은 그러한 움직임에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우리 교회와 같은 공동체교회가 견인차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교회당을 이전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 시점, 교단 가입의 의미를 새삼 가슴에 새겨본다.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긴장된다. 예장합동 교단에서 자그마한 개척교회가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을 섬기며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교회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교단 가입에 상관없이 부패한 인사이더보다 늘 각성한 아웃사이더 정신으로 언제나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 인사이더였던 종교지도자가 아니라 아웃사이더였던 잃은 양 한 마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님 역시 아웃사이더의 표상으로 내 앞에 가셨음을 언제나 굳게 믿는다.

함께가는공동체교회 홈페이지 : www.gotogeth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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