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계지도자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하나님나라의 전망을 갖고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면서 긴장감과 위기감을 놓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고 건강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위기의식이 왜곡된 현실인식과 기득권에 대한 집착에 기이한 것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위기의식의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교회파괴세력이 대다수 교회의 건강한 모습은 외면한 채 일부 부정적인 측면을 과장함으로써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가면을 쓴 좌경세력이 주도층으로 발돋움함으로써 기독교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썩은 부위가 일부일지 몰라도 바로 교회 전체의 건강을 지탱해주는 심장부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망해야 개혁될 수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오늘의 교회현실을 감안할 때 교회는 자신을 향한 강한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할 입장입니다.

현재 주도층으로 부상하려는 기로에 서있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지지그룹은 결코 포장된 좌경세력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노동보다는 자본 편을 들고 틈만 있으면 시장의 힘을 거스르면 결코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급진적인 사회체제의 변화를 거부하는 중도 우파적 성향의 사람들입니다. 단지 그들은 스스로를 포함해 지연, 학연, 그리고 금권에 기댄 정치적 부패세력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하게 철퇴를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들이 굳이 위협하는 것이 있다면 기독교도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기득권자들입니다.

현 교계지도자들의 위기의식의 깊은 저변에는 교회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깔려 있습니다. 그들은 교회와 기독교를 변호한다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 힘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당을 출범시켜 기독교연고주의를 조장하고, 구국기도회라는 대중신앙집회의 형식을 빌려 수구냉전주의적 입장을 표명해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가 하면, 2년 전 한 기독교 잡지에 실린 모 국회의원의 교회비판 내용을 빌미로 해서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지자 스가랴를 통해 한국교회의 무너진 영적 권위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한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슥 8장). 첫째, 하나님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돌아오실 것을 간절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스가랴를 통해 하나님이 예루살렘에 돌아와 그들 가운데 거하게 될 때 비로소 예루살렘이 진리의 성읍이요 거룩한 산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3).

의식수준이 높고 행동적인 열정이 강한 사람일수록 기도에 대한 강조를 진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교회가 그 동안 기도를 빙자해서 왜곡된 기복신앙을 퍼뜨리고 교회의 무책임한 처신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혁운동진영이야말로 하나님이 한국교회와 사회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셔야만 비로소 교회와 사회의 변혁 즉 역사진보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변혁을 오늘도 아픈 마음으로 열망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날마다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읍시다. 그리고 애절하게 통곡합시다. '하나님! 이 가련한 우리 민족과 교회가운데로 정녕 다시 돌아오시지 않으시렵니까?'

▲ 박득훈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둘째,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행할 바를 실천해야 합니다(15-19). 악을 포장하는 아름다움 거짓을 청산하고 진실을 회복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오직 진리에 근거한 재판이 이루어짐으로써 평화가 실현돼야 합니다. 이웃을 해칠 생각을 다 버려야 합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회복해주는 정의실천과 직결됩니다(슥 7:9-10). 교회가 묵묵히 이런 실천에 앞장선다면 소위 교회비판세력과 좌경세력을 우려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다시 사회로부터 깊은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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