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의 영성」.

'위로 향한 영성'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영성은 '위로 향한 영성'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영성'으로도 형성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인간의 현실적인 삶의 고통과 고난으로 말미암은 영성의 새로운 차원을 의미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그리스도교 영성이 지닌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재구성하고 심화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고통과 상처, 그리고 절망과 아픔 등의 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하나님을 만나고 그리스도를 체험함으로 말미암는 영성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인의 삶과 역사적 고난의 현장에서 존재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이유 없는 고통과 구조적 모순 속에서 자신의 잘못과 상관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존재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기도 하며, 육체나 영혼의 죽음을 만나기도 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마치 죽음에서 새 생명이 일어나고, 죽은 고목에서 새순이 돋듯 이 모든 존재의 어두운 영역에서 나타나는 생명력 넘치는 영성을 의미한다.

아래로부터 형성된 영성은 완전하고 절대적인 하나님을 상정하고 이를 좇다 절망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체험하지 못하는 영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참여하는 인간, 인간의 삶에 참여하는 하나님으로 말미암는 살아 있는 영성이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영성'이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영성의 추상성과 비현실성을 비판한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우리가 추구하는 그리스도교의 올바른 영성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살갗' 드러내는 실재임을 강조한다. 이 영성은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는 인간의 온갖 부정적인 현실조차도 우리 영성의 자양분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지금까지 언급한 영성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현실과 의미가 지닌 영성적 측면을 회복시킨다. 육체, 아픔, 상처, 고독과 외로움, 절망, 슬픔, 욕망, 세속 등 위로 향한 영성가들이 되도록 피하고 싶어하는 실재(reality)가 지닌 영성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런 요소들이 지니는 가치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그것 차체가 하나의 영성의 주제임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지닌 사람은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비관하지 않으며 그 현실 안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누린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 그 자체로 인해 절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욕망 속에 드리워진 심리적 원인을 직시하고 해결하는 치유의 삶을 살아간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고난으로 인해 주저앉지 않으며 고난의 뜻을 믿음으로 바라보고, 슬픔 속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 슬픔을 딛고 새롭게 일어선다.

'팔복(八福)의 영성'은 '아래로부터의 영성'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팔복은 가난, 애통, 핍박, 정의를 위한 갈망, 고난 등 우리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주제들이 지닌 풍부한 영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영성 지향이 '위로 향한 영성'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래로부터의 영성'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팔복의 영성'은 '아래로부터의 영성'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영성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김진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 5 : 3∼10)

관련 기사 : 위로 향한 영성, 아래로부터의 영성(1)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