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교외에 위치한 박스붸어드교회당은 20세기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존의 유일한 교회건축작품으로 지역의 역사성과 풍토성을 잘 소화해 낸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 박스붸어드교회 전경. 

교회는 지역의 중심도로에 길게 면하여 길이 100m, 폭 40m의 긴 직사각형을 이루는 대지 위에 건축되었다. 웃존은 북측 주도로의 심한 교통소음으로부터 교회당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회의 모든 출입구와 마당을 남측의 조용한 도로 측에 두고, 내부의 모든 방들을 복도로 둘러싸고, 도로와의 사이에는 수목을 심었다.

입방체를 단계적으로 쌓아올려 활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교회당의 형태는 농촌의 곡물저장용 사일로와 축사의 이미지를 결합한 것으로, 그 지방의 과거 농경시대와 그때의 대지의 기억을 되살린다. 특히 축사의 이미지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마굿간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대지를 둘러싼 새로이 심은 나무들과 함께 일상적의 대지세계를 벗어난 신화적인 대지의 세계를 형상화한다. 또한 교회당은 전 대지에 걸쳐 낮고 길게 그리고 일정한 모듈에 의해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건축되었으며 그 모습은 깨끗하고 단정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교회당은 높이 솟은 예배당 부분만 숲 위로 드러내며, 그 주위환경에 통합된다.

교회당 전체의 구성은 대지의 장변 양측에 연결통로로 사용될 2개의 콘크리트 구조틀을 20m의 간격을 두고 서로 평행되게 만들고, 그 사이에 예배, 행정, 사회, 청소년 시설들과 그 연결통로들이 중정을 사이에 두면서 다양한 크기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양측의 긴 구조틀은 일정한 모듈에 따라 수평보로 결합된 쌍 기둥을 세워 자립시키고, 그 기둥들 사이에 일정한 크기의 조립식 판넬을 끼워 넣어 내 외부 벽체를 만들어 건물의 입면을 구성하였다. 이 구조틀 사이 공간은 연결통로로 사용된다. 따라서 내부의 각 시설 영역들은 이 통로로 연결되며 동시에 각 영역으로 직접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들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 교회 앞 마당과 출입구. 

교회의 주 출입구는 대지의 서측 끝에 작은 채플과 연결통로로 둘러싸인 앞마당(前庭)과 함께 있다. 채플은 별도의 입구를 가지고 있어 본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누구든지 언제나 들어가 기도할 수 있다. 이 앞마당으로부터 예배당으로 들어가려면 깊고 낮은 처마를 가진 포치와 천장이 낮고 깊이가 좁지만 길이가 긴 현관홀을 거치게 된다. 앞마당에서 높은 건물의 시각을 차단해 주는 포치의 낮은 처마와 현관홀의 낮은 천장은 교회당에 대해 인간적인 스케일을 느끼게 해 준다. 여기서 안쪽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공간이 밝게 팽창되면서 예배실 공간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예배실은 그 구조틀 중에 특별히 높고 넓은 대 공간을 끼워 넣어 만들어 졌다.  웃존은 구조틀 사이에 20m를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콘크리트 곡면 쉘(shell)들을 공중에 걸쳐서 특별한 형태의 예배 공간을 만들었다. 사실 대규모 공간을 덮는 문제는 건축의 역사에서 오랜 과제이었다. 그는 여기서 얇은 콘크리트 쉘 구조라는 우리시대가 개발한 현대적 구조기술을 사용하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의도한 형태의 곡면 쉘들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공법을 고안해 내었다.

그것은 철망 매트로 만든 보강재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특수 콘크리트를 뿌리는 방법이었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거칠은 형틀이 사용되었고 그 형틀 자국이 예배당의 천장에 노출되어 보인다. 교회의 지붕의 형태는 이 예배당의 곡면 쉘들의 높이를 따라 경사면으로 골형 금속판재로 덮음으로써 결정되었다.

▲ 예배당 내부. 

한편, 웃존은 이 교회의 설계 작업을 하는 동안 예배공간의 내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질문을 했다. 교회의 인테리어란 무엇인가? 밝고 어두움, 높고 낮음 등을 결정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성스러운 내부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가 이러한 물음을 하고 있을 때, 베른하르드 윌러(Bernhard Willer)는 그에게 "당신이 '성스러운 내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성스러운 내부란 '성화된 장소'다. 그것은 나무 밑이나 그밖에 어떤 곳 일수도 있다. '성스러운 장소'를 창조하려고 시도하지 말라."고 충고 했다. 이 말은 웃존에게 예배공간을 디자인하는 지침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예배당의 내부공간을 깊이보다 오히려 폭이 넓은 정방형에 가까운 정적인 평면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평면 형상은 섬김의 교제 안에서 회중들이 성찬 테이블을 둘러싸고 함께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예배실은 폭에 비해 길이가 긴, 그래서 저 멀리 성스러워 보이는 제단을 향해 구성된 어둡고 엄숙한 중세 기독교의 전통적인 공간형식 대신, 회중을 향하여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제단을 가지고 있어 회중들이 성찬상과 설교단 또는 세례반 주위에 반원형으로 모일 수 있는 넓고, 밝고, 편안한 방으로 만들어졌다. 회중들은 그 안에서 모두가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할 수 있어 공동체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그는 예배실 천장에 걸친 볼록 곡면의 쉘들을 예배실의 양끝인 입구와 제단 쪽에서부터 물결치듯 상승하여 예배실의 중앙부에서 거대한 파도처럼 솟아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형태로 만들었다. 그것은 구름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16m의 높이까지 솟아오른 중앙부 2개의 쉘들이 겹친 사이에는 밑에서 보이지 않는 넓은 채광창을 설치하였다. 이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은 곡면의 쉘들을 타고 위로부터 흘러내려와 쉘들의 표면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윗부분에서는 밝게 빛나고 입구 쪽으로 내려올수록 그림자를 짙게 만든다.

그것은 위로 하늘을 향해 사라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빛은 낮 동안 밝은 회색빛으로부터 화려한 황금빛까지 변하고 오후에는 햇빛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때로는 흘러가는 구름들이 제단 위의 거대한 쉘 위에 반영되기도 한다. 빛은 양측 복도와 제단 뒤에 있는 성물실의 천창으로부터도 때로는 파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화하면서 예배실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이렇게 하늘에서 예배당 안으로 흘러 내려오는 빛은 예배실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면서, 우리로 하여금 예배공간 안에서 어떤 영성을 느끼게 한다.

밤에는 인공조명으로 천장대신 벽에 긴 금속튜브에 수많은 백열전구들을 일렬로 끼워 만든 조명기구들을 수평으로 설치하여 부드럽고 잔잔한 빛을 발산하면서 예배실을 축제적 분위기로 만들어낸다.

▲ 성소. 

한편, 내부의 모든 콘크리트 벽들과 천장의 쉘들은 백 시멘트를 섞은 석회로 하얗게 씻어냈다. 조립식 제단과 설교대, 성찬대, 세례반 등은 광을 낸 백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예배실 공간의 통일성을 이루어냈다. 다만, 제단의 배경벽은 삼각형으로 구멍 뚫린 콘크리트 블럭을 쌓고 백색 페인트를 칠한 후, 그 중앙부에 둔하고 광택 있는 타일로 십자가를 새겨 넣음으로써 스크린처럼 경쾌하면서도 통일성 안에서 공간의 중심성을 강조하였다.

예배실 안에는 160석의 고정 걸상과 120개의 보조 의자들이 있다. 발코니 위에는 별도의 걸상과 의자들이 있다. 이 모두를 합하면 예배실의 수용능력은 380석에 이른다. 이 걸상들과 출입문은 목재로 만들어 예배실의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 앉혔다.

예배공간은 그 시각적인 형태만이 아니고 말씀과 찬양을 훌륭히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청각적인 문제도 똑같이 중요하다. 이 예배실은 음향설계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천장의 볼록형 곡면의 쉘은 음을 확산시켜 예배실에 풍부한 음향 을 제공한다. 설교는 물론 음악도 예배실의 어디에서든지 순수하고 명확하게 들린다.

그것은 내부공간이 훌륭하게 음향적 균형이 잡혀있음을 증거가 된다. 교회 안에서의 음악회의 밤은 진정한 감격이며,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답다"고 말한다. 내부 측벽 상부에는 앤더슨(Paul Gerhard Anderson)이 제작한 오르간이 설치되었는데, 그 전면은 예배공간의 디자인에 통합되도록 설계자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 단 평면도. 

제단 벽 뒤에는 성물실이 있다. 그 곳에는 성직자와 성가대의 가운 등이 보관되어 있고 고해(confessions)와 헌신(devotions)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성물실도 대단히 주의 깊게 디자인되었다.

그 뒤에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교회사무실과 목사실 그리고 성가대와 오르가니스트의 사무실들이 중정에 면해 배치되어 있다. 거기에는 의자들을 위한 창고와 장애자용 화장실도 있다. 그리고 이 중정의 반대편에는 28석의 좌석을 가진 2개의 방들과 간단한 부엌설비를 갖춘 80~100석의 다목적 홀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회적 영역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지하에는 휴대품 보관실과 화장실이 있다.

교회의 동측 맨 끝 부분은 청소년 센터이다. 여기에는 2개의 거실과  취미를 위한 넓은 지하실이 있다.

교회내의 모든 방들을 연결시키고 통합시키는 기능을 가진 복도들은 모두 천장이 유리로 덮여 있어 하늘이 보이는 공간으로, 빛으로 충만하고, 단순하며, 인간적인 스케일을 가진 친근하고 평화로운 만남의 장소가 된다. 동시에 이 복도들이 모든 방들을 둘러싸고 있어 도로의 소음으로부터 내부의 활동들을 보호한다.

▲ 연결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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