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신철민
탄핵결의 후폭풍이 지칠 줄 모르고 한국정치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 정치학자가 한국정치의 특징을 '저항(defiance)의 정치'라고 명명했듯이 많은 국민들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와 함께 그 동안 눌러 두었던 분노와 저항을 한꺼번에 표출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동안 좀 냉정한 눈길로 탄핵정국을 유심히 살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마음속으로부터 '부패는 사라지고 진보여 일어나라'는 외침이 솟구쳐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회의 탄핵결의 자체는 그 절차상의 합법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퇴보임이 분명합니다. '차떼기 정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패한 정치세력이 다수의 힘으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대통령을 단죄하는 모순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퇴행적 사건을 통해 오히려 부패정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진보정치가 역사무대에 한 주역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한국민주주의는 한 걸음 크게 내딛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탄핵 역풍의 본질은 부패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표출입니다.

탄핵 결정의 의미를 민주주의의 사망으로 보거나 현 정국의 갈등구조를 민주 대(對) 반민주의 대결로 해석하려는 것은 정확치 않은 분석이라고 봅니다. 물론 국회의 한·민·자 연합세력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보단 자신들의 정치권력 수호에 집착했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탄핵대상이 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도 확실한 민주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동안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문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부안 방폐장 등의 중대사안과 관련해서 민의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의민주주의체제 하에서는 어차피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국면이 종종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탄핵을 둘러싼 정쟁은 '개혁'을 화두로 해서 정계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노 대통령·열린우리당 진영과 부패와 수구라는 걸림돌에 넘어진 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한·민 연합세력의 대결구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와중에서 탄핵결정을 반대하고 있는 70%의 국민들 중 대부분은, 개인적으로야 차별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더 부패한 한·민 연합세력이 노 대통령을 비교적 사소한 이유로 탄핵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부패한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의 장에서 물러나라는 대 다수 국민의 엄중한 꾸짖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4·15 총선에서 이 국민의 뜻이 표를 통해서 확실하게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탄핵정국을 통해 한국정치가 보수진영간의 선명성·개혁성 경쟁의 수준을 뛰어넘었으면 합니다. 이번 탄핵정국이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의 복권과 열린우리당의 득세로 결론이 난다면 한·민·자 연합세력의 승리로 끝나는 것보다야 훨씬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여전히 매우 아쉽고 슬픈 일입니다.

▲박득훈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최장집 교수가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잘 밝혔듯이 한국정치의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가 '보수독점의 정치적 대표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념과 정책에 있어서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열린우리당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이라크 파병이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과 같은 중대한 국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정치현실은 정의의 목소리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진보정당이 없기 때문에 화려한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사회복지국가들 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설자리가 훨씬 비좁은 미국을 닮아가서는 안 됩니다.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지나가는 곳마다 부익부빈익빈의 불의한 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정의의 관점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진보정당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어야만  한국정치는 기독교신앙의 관점에서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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