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중앙교회 교인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한기채 목사는 용서와 은혜를 강조했고 시무장로들은 보직 사임으로 화답했다. 교회 왼 편에 걸린 표어 '화평을 이루는 교회'가 눈에 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복렬 씨의 불륜 사건으로 1년 가까이 고생하던 중앙성결교회(서울 종로구 종로6가) 교인들이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중앙교회 부임 후 첫 설교를 한 한기채(전 서울신대 교수·46) 목사는 은혜와 용서를 주제로 말씀을 전했고 교인들은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장로 전원 보직 사임과 양방간 고소 취하로 화답했다.

설교 시간 전에 단상에 오른 시무장로 25인을 대표해 호서기 장로는 "그 동안 각 장로들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서로 이견이 있었다"며 "새로 오신 목사님이 목회에 전념하시도록 장로 모두가 보직에서 사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호 장로는 "새로운 마음으로 당회원의 임무를 다 하겠다"며 "중앙교회 모든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자숙하는 마음으로 사과한다. 모든 허물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인들은 뜨거운 박수로 장로들의 결단을 받아들였다.

▲시무장로들이 전원 강단에 나와 지난 1년 간의 잘못을 교인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어서 단상에 오른 안수집사 대표는 "그 동안 우리 교회에 어려움과 상처가 많았다"며 "고소인 대표의 한 사람으로 장로님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분열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호간의 모든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1년 넘게 이복렬 씨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겪어온 양 진영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순간이었다.

성도들의 따듯한 환영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한기채 목사는 "하나님의 강력한 이끌림에 이곳까지 왔다"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한 목사는 설교 이전에 있었던 장로들 간의 화해를 높이 평가하며 "화해와 용서가 없는 예배는 하나님이 받지 않으신다"고 선포했다.

'은혜@용서.com'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설교에서 한 목사는 시종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목사는 중앙교회가 과거에는 성결교단의 모(母)교회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건강하고 모범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의 목회 방향에 대해서는 "교회 나이는 97세지만 젊은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신약 성경에 나오는 잃어버린 양, 동전을 잃어버린 여인, 탕자, 포도원에서 일한 일꾼들, 빚을 탕감 받은 사람 이야기를 예로 들며 "정의와 공리도 중요하지만 은혜 원리가 통용되는 곳이 하나님의 나라다. 교회 안에서도 서로 먼저 나서서 용서하자"고 제안했다.

▲예배를 마친 후 한기채 목사가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인들은 모처럼 활력이 넘치는 표정이다. 그동안 서로 얼굴 마주치기도 꺼려하던 양 측 장로들은 한 목사와 함께 서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 장로의 표현처럼 "목자 없는 양처럼 지낸 1년"이 새로운 희망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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