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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요이'였던가 '뉴스앤조이'였던가 이름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어린 나이에 벌써 이러니 큰일입니다), 아무튼 그런 웹 저널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초기 화면이 열리는 순간, 저는 컴퓨터 모니터에 불이 붙는 줄 알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어느 목회자를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지, 차가운 액정 화면을 사이에 두고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싸움 구경(이렇게 표현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만)이야말로 불구경과 더불어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2대 구경인지라, 아주 열심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싶었습니다'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냐구요? 열심히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도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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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솜씨 때문이었습니다. 재주가 없어서 그 길고 긴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드릴 수 없고, 어느 한 쪽에 갈채를 보낼 만큼 마음 속에서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지만, 논쟁을 이끌어가는 두 진영의 글 솜씨만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논리가 엉성했느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처럼 평이한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 눈에는 논리의 정연함이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글쓴이들의 자질 문제라구요? 아예 말씀도 꺼내지 마십시오. 대표적으로 논의를 이끌었던 분들이 모두 한국사회의 대표 지성으로 꼽을 수 있는 목회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웬일인지 자꾸 시장, 그것도 푸줏간 냄새가 나는 겁니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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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진원지는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이었습니다. 물론 점잖은 분들이신지라 최악의 막말('막말씀'이라고 해야 하나?)은 하시지 않았지만, 무슨 얘기들이 하고 싶으신지는 금새 번역이 가능했습니다. 이 아무개(나중에 실은 '한 아무개'였노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기자의 글을 반박하는 어느 목회자의 글에 이르면 냄새는 절정을 이룹니다. 이죽거리고, 비아냥거리고, 본질 외의 문제('너 빨갱이지?'나 '너 몇 살이야?' 쯤 되는)를 꺼내들고. 하고 싶은 말을 깨끗한 표현으로 옮겼더라면 훨씬 많은 공감을 얻었을 것을, 갈채까지는 아니더라도 '치졸'의 느낌은 면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대표 논객들의 표현이 이럴진대, 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글들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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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므로, 오늘은 고종석의 산문집 <언문세설>(열림원 펴냄)을 읽어야겠습니다. 한 자 한 자, 닿소리 홀소리 나눠가며 어감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을 읽노라면 의사 전달의 욕구가 클수록 표현이 정교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라는 부제가 가슴을 찌릅니다.

글쓴이:최종훈(도서출판 <좋은씨앗>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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