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 교단 총회는 상처입은 교회와 교인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높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개교회 내에서 목회자와 교인들 간의 갈등이나 분규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정작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총회는 석연치 않게 목사를 편들거나 혹은 방관자 역할을 하는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총회가 심판관의 위치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 교회 내분을 조장하고 상대적 약자인 교인들의 가슴에 심각한 상처를 남기는 경우조차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3년 한국교회 총회 현장에서는 상처 입은 교회와 교인들이 소위 최고 교권을 행사하는 총회를 상대로 공의와 참다운 심판자의 위상을 회복하라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특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총회의 경우 다른 교단에 비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제 평신도들은 자신들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발생한 부조리한 현상이 개교회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회와 노회까지 연계된 구조악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악으로 인해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수 개월 혹은 몇 년을 끌며 교회를 병들게 하고 순진한 성도들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목회자 불륜의혹 사건이 불거진 예장통합 평광교회의 경우 사회법정과 지역노회에서 교인들의 명백한 주장이 채택돼 담임목사 해임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결국 총회 재판국에서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려 교회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약 1년 전 통합 측 소속 시흥교회는 교인 90%가 담임목사 퇴진을 원했지만, 역시 지역노회의 안일한 대처와 목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총회법으로 인해 10개월 동안 극도의 혼란과 갈등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목회자 혹은 교회 내 실세로 통하는 장로 등 고위 직분자로 인해 발생한 교회 내 갈등과 분규는 교인 대다수 혹은 개혁세력들의 요구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결코 그 해결이 쉽지 않다. 공교회 조직의 생리와 교회법이 목회자와 교권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한국교회에 등장한 '교회사랑모임', 이른바 '교사모'는 이 같은 구조적 모순에 대항하는 평신도들의 개혁을 향한 염원을 상징하고 있다.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목회자들의 연이은 도덕성의 흠집 및 세습, 재정운용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교회 개혁을 열망하는 평신도들의 존재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개교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평신도들은 공교회 최고 권위를 가진 총회 앞에서 과감하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총회 장소마다 교인 시위로 시끌

▲평광교회 교인들이 예장통합 총회 장소인 주안장로교회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김순권 목사) 총회가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인천 주안장로교회(나겸일 목사)에서 개최됐다. 총회가 열린 주안장로교회에는 평광교회·신영주교회·대구제일교회 교인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 등 몸살을 앓았다. 대다수의 총대들은 이들의 주장을 무심히 지나쳤지만 소수의 총대들은 "교회개혁을 위해 저런 행동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먼저 시위에 불을 당긴 것은 평광교회. 이 교회 교인 70여 명은 총회가 열리는 주안장로교회 입구에서 특별재판국 설치를 요구하며 22일 오전 11시부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만약 특별재판국 설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교단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의 세우라는 외침, 총대들 무관심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 오세택 백종국) 역시 통합 소속인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에 대해 △불륜의혹 해명 △세습 반대 △투명한 재정 사용 등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대다수의 총대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소망교회 장로들은 그러질 못했다. 소망교회 장로들은 개혁연대의 침묵시위 현장에 다가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장로들은 개혁연대 회원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빼앗고 손으로 때리는 등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회 관계자들 역시 유독 개혁연대의 시위에는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소망교회 강 아무개 장로는(개혁연대를 가리키며) "저들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는 자들"이라며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총대들 역시 "작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짜증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해결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신영주교회 역시 평광교회와 마찬가지로 특별재판국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신영주교회는 담임목사였던 안수식 목사가 부임한 이래 1,000여 명 가까이 출석하던 교인들이 반으로 줄어들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교인수가 자꾸 줄어드는 이유가 담임목사의 목회방침 때문이라고 생각한 교인들은 안 목사를 찾아가 목회방침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고, 안 목사는 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았다.

결국, 교인 400여 명이 서명을 해 자신들의 교회가 속한 영주노회에 담임목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 목사와 안면이 있던 노회원들은 신영주교회 교인들의 요구를 껄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총회 재판국에 위탁판결을 맡겼다. 영주노회로부터 위탁판결을 위임받은 총회 재판국은 신영주교회 교인들의 주장은 듣지 않고 안 목사의 주장만 증거로 채택,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교인 14명에게 수찬정지,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신영주교회 교인들은 이러한 징계는 부당하다며 특별재판국 설치를 요구했다. 신영주교회의 현태규 장로는 "억울하게 징계를 당한 교인 14명이 다시 복권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번 총회 때 특별재판국이 설치됐으니 일이 잘 마무리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대구제일교회 교인들 역시 총회장소로 몰려와 총대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평광교회와 신영주교회 등이 요구한 특별재판국 설치 요구가 받아들여진 25일 저녁 대구제일교회 교인 4명이 주안장로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구제일교회 양 아무개 장로가 교회를 건축하면서 약 100억 원의 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양 장로가 담임목사였던 정 아무개 목사와 부목사를 내쫓고 교인들 역시 출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를 벌인 교인들은 경북노회에 몇 번이나 재판을 청구했지만 노회에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시위를 지켜본 대다수의 총대들은 이들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간혹 일부 총대들만이 이들에게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이들이라고 해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대방교회 교인들 합동총회서 시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임태득 목사) 총회가 시작된 9월 23일 오후 2시 이전부터 대구 동신교회 마당에서는 대방교회 교인들, 남수원노회 목사들이 시위를 벌였다.

대방교회 교인 다섯 명도 동신교회에 내려와 "임병준 담임목사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장로 세 명을 치리하고, 교회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이중계약을 하는 등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총대들에게 호소문을 돌렸다. 총대들은 이들이 나눠준 성명서와 호소문을 관심 있게 읽었지만, 총회에서 직접 이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다.

남수원노회 소속 목회자 40여 명도 '안성중부교회 서종석 목사 사건'에 대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서종석 목사(안성중부교회)는 현금유용과 불법재판, 고리사채업 등의 혐의로 남수원노회에서 재판을 받아 면직됐다. 서 목사는 총회에 소원장을 제출했고, 총회 재판국은 남수원노회에 '하회(下會)결정 중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남수원노회 목회자들은 총회 재판국의 재판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서 목사는 작년 8월 16일 총회에 소원장을 제출했지만, 서 목사는 작년 7월 28일 남수원노회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또 남수원노회 목회자들은 총회 재판국 국원으로 서 목사의 친형인 서 아무개 장로가 참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성중부교회 건'은 총회에서 다뤄졌다. 총대들은 총회 재판국을 지지하는 쪽과 노회를 지지하는 쪽으로 갈라져 한 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고, 결국 총회는 노회에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침례회 총회서도 지덕 목사 퇴진 시위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2일째인 9월 23일 강남제일교회 개혁추진위원회(위원장 한진용) 회원 8명은 총회 장소 주변에 '지덕 목사 세습 반대' 등의 현수막을 설치하고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약 3시간 동안 침묵시위를 벌여 이목을 끌었다.

강남제일교회 교인들은 이미 교인총회를 열어 지덕 목사 부자의 퇴진을 결정했지만, 이 두 명의 목회자는 교인총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인들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국 교인들은 교회 상황을 총회에 알리고 총회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게 된 것.

총회 참석자들은 이들이 배포하는 유인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강남제일교회 현재 상황을 묻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총회재단이사회 조사위원 중 한 사람은 개혁위원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후 조만간 만남의 기회를 갖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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