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성장학은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 나온 어린 목동 다윗에게 입힐 튼튼한 갑옷을 연구하는 학문 같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책을 읽으면,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 입어야 했던, 감당 못할 갑옷들이 벗어 던져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김동호 목사의 '생명을 걸고 쓴, 생사를 건 교회개혁'이라는 책을 잠깐 보면서 교회개혁(?)을 위해 장로와 싸우다 죽은 목사가 있다면 그도 순교자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땅을 치료하고 개혁시킬 사람은 배짱 있는 특별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에겐 세상 사람들에게 찾을 수 없는 감성적 풍성함이 있습니다. 내면세계의 영적 성숙이 없는 방법론적인 개혁은 서로에게 상처만 크게 할 뿐입니다(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맙시다). 영적인 개혁은 구호를 외치거나 충성서약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헨리 나우웬은 진정한 개혁을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품어야 할 단어는 '긍휼'이라고 말합니다. 이 긍휼과 용서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은 기독교적인 개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그리스도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자라면 먼저 침묵할 줄 아는 영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개혁의 대상과 싸워 이기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면서, 먼저 신앙 안에서 깊은 교제와 만남을 통해, 우리 안에서부터 먼저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싸우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교제하고 나눔이 있는 공동체(교회)를 위해 먼저 기도하는 것이, 어려운 때에 우리의 신앙을 보존하고 영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선행조건일 것입니다.

작은 만남과 교제의 장소를 마련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중심보다 변방에 더 많은 의식있는 기독인들이 숨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뭔가 개혁의 필요를 느끼면서 소외되고 있는 변방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교제의 장소로 작은 카페를 마련하였습니다. 헨리 나우웬을 좋아하는 시골교회 목회자의 QT mail을 중심으로, 인격이 있는 만남과 교제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카페주소 http://cafe.daum.net/QTmail / 전원교회 김형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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