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 5:43-44).

아! 이번에도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 전쟁은 미국과 영국군이 대규모 폭격과 지상군의 전투로 간단히 종식되어 중동 지역의 문제가 해결될듯이 보였다. 미군에 의한 공격이 시작된 직후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의 대의명분을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의 무장을 해제하여 이라크의 민중을 해방시키고 세계를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전쟁이란 수단을 쓰지 않아도 대량 살상무기를 폐기시킬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력적인 수단의 길을 부시 정권은 선택했다. 그런데 아직도 대량 파괴병기가 발견되지 않은채 이번에도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어 4개월이 남짓되었는데 이라크 민중의 대미감정은 악화될 뿐 점령군에 대한 게릴라적인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후 이라크에 대한 점령 정책과는 달리 인도적인 지원이나 복구를 위해 이라크에 설치된 유엔 현지 본부까지 표적이 되어 폭탄 테러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유엔 사무총장 특별 대표를 포함한 24명의 유엔 직원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 8월초에는 아랍의 친미적인 국가인 요르단의 바그다드 대사관도 테러공격을 당했다.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주둔하던 덴마크군이나 폴란드군도 피해를 당한 일이 있었다. 파괴 활동이 석유의 파이프라인이나 수도시설의 파괴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에서는 군사력이라는 힘에의 신봉이 강해져 왔다. 부시 정권의 단독주의 행동은 머무를 곳을 알지 못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시켜 처리하려고 했다. 그 결과 아랍•이슬람 세계의 반미 감정을 자극해 테러의 온상이 퍼지게 되었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악화되면서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말아 테러가 끝이 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서게 될 때 이라크 국민과 세계에 있어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전후 감시 체제의 상태를 일각이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다. 전후 이라크의 치안유지나 국경의 감시에 잠정적인 점령당국의 대표는 1,000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성에 의하면 미군의 전쟁비용과 주류경비는 금년 1월부터 9월까지만 해도 58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복잡한 민족과 종교 사정을 안고 있는 이라크를 안정시켜서 '민주화'되게 하는 것이 얼나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교도의 일방적인 점령이 이슬람 세계 전체에 굴욕감을 안겨주어 지하드 즉 '성전'이라고 하는 명목하에 테러가 확산되는 것이 어디까지인가 예측하기가 어렵다. 유엔을 비롯해 유럽과 아랍의 여러 나라를 포함한 국제적인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중동지역에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외관만의 민주화에 민중이 반발해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면 세계는 더욱 더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전쟁의 승리국이라는 입장에서 점령과 복귀를 도맡아 하겠다는 태도를 취하하고 겸허한 자세로 지배자가 아니라 아랍 민중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화에의 제1보가 된다. 그리고 유엔이 주체하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길로 이행하는 방법을 다각적인 국가간 협의가 필요하다. 결코 유엔은 적이 아니라 주권회복의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라는 것을 이라크 국민을 납득시킬 작업이 필요하다.

하루 빨리 전쟁의 상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화의 기도를 드린다. 기독교의 정신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예'라고 할 바에 대해서는 '예'라고 대답해 나가는, 그리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대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우리는 진정 지킬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 버리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보복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평화스런 오늘을 이루어 가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박수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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